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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힙쟁이들은 이런 술을 마신다! 막걸리 편 2020. 3. 12. 15:24

막걸리는 편하고 서민적이며 대중적인 술로 통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 때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술이죠. 하지만 20~30대에게는 ‘으르신’들이 잡수는 올드한 술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정상주’가 금지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 하면 어른들의 등산이 떠오르곤 했죠. 그런데 최근 20~30대를 저격한 새로운 막걸리들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색과 향과 방식으로 기존 막걸리가 가진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T.P.O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런 ‘새삼 힙해진’ 막걸리를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상상도 못한 정체! 솜사탕과 흑당버블티, 그리고 막걸리의 만남

오늘 소개해 드릴 첫 번째 막걸리는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막걸리 주점 ‘취하당’의 막걸리입니다. 취하당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솜사탕 막걸리’인데요, 이름도 조합도 생소한 솜사탕 막걸리는 전통 쌀막걸리에 과일 맛 요거트를 섞어 만든 스무디 위에 솜사탕을 얹은 음료입니다. 시트러스유자, 스위트피치, 리얼망고, 베리스윗딸기 등 다양한 맛을 자랑하죠.

솜사탕 막걸리는 비주얼만큼이나 새콤달콤한 맛이 인상적인 음료였습니다. 위에 얹은 솜사탕을 조금씩 녹여 먹으면 점점 달콤함이 더해져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막걸리 특유의 누룩향과 텁텁함이 느껴지지 않아 평소 막걸리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을 듯했습니다.


취하당의 두 번째 대표 메뉴는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흑당 버블 막걸리’입니다. 앞선 솜사탕 막걸리도 생소했는데, 흑당버블티와 막걸리의 조합은 더욱 그러했어요. 담음새 자체는 영락없는 흑당 버블티였는데, 색은 물론이고 잔 아래에 타피오카 펄도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흑당 버블 막걸리는 한마디로 달콤한 맛의 절정이었어요. 실제 흑당 시럽을 넣어 일반적인 흑당 버블티에서 맛 볼 수 있는 달콤함을 그대로 재현했는데요, 맛이 심심해져 갈 때 즈음 슈가 림(Sugar Rim)과 함께 마시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다만 솜사탕 막걸리와 흑당 버블 막걸리는 모두 과일 요거트나 흑당시럽이 막걸리와 조화를 이룬다기보다는 독주해 막걸리의 장점을 가리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막걸리 고유의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시기 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사계절을 막걸리에 담다, 사계 막걸리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막걸리는 ‘느린마을 양조장&푸드’의 사계 막걸리입니다. 느린마을 양조장&푸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막걸리와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곳인데요, 이곳의 대표 막걸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을 가진 사계 막걸리입니다. 이는 막걸리의 숙성도에 따라 나눈 것으로, 막걸리를 담근지 1~2일차를 봄, 3~5일차를 여름, 6~7일차를 가을, 8~10일차를 겨울 막걸리로 부릅니다. 


이미지 출처: 느린마을 막걸리 페이스북 www.facebook.com/bsmbrewery

이곳의 사계 막걸리는 그 맛과 향이 이름처럼 계절감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봄 막걸리는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듯 풋풋하고 산뜻한 맛을 가진 막걸리였어요. 첫 모금엔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가벼운 향이 입안에 맴돌았는데, 곧이어 아직 완전히 어우러지지 못한 곡물의 향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어우러지지 못했다고는 해도 곡향 자체가 싱그러워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여름 막걸리는 그 계절에 우거진 초목처럼 봄 막걸리보다 한층 풍부한 맛이 났습니다. 풋풋했던 곡향은 수그러들고, 익어가는 과일의 향이 났어요. 또한 청량감이 더해져 그 느낌이 더욱 풍부했습니다. 

가을 막걸리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맛과 향을 가진 막걸리였습니다. 어떤 향 하나도 튀지 않고 모든 맛이 적절하게 조화된 느낌이었어요. 봄과 여름의 막걸리가 혀의 앞쪽에서 뛰어노는 느낌이었다면, 가을 막걸리는 혀의 뒤쪽에서 은은하게 감기는 맛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겨울 막걸리는 방문한 날 재고가 소진되어 마셔 보지 못했습니다. 겨울과 가을 막걸리는 숙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재고가 많지 않아 이런 일이 흔히 있다고 하네요. 사계 막걸리는 그 자체로 새로운 막걸리는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귀여우면 다야! 호랑이 배꼽 막걸리

막걸리는 전문음식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죠. 가까운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호랑이 배꼽 막걸리’는 기존의 획일적인 막걸리 용기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제품입니다. 350ml짜리 작은 용기에 노란색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데, 처음 보면 바나나맛 우유인가 싶을 정도로 귀여운 디자인입니다. 

‘호랑이 배꼽’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이 막걸리의 양조장이 위치한 평택이 한반도를 기준으로 호랑이 배꼽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용기에 그려진 호랑이 배를 자세히 보면 한반도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또 아주 오래전에는 막걸리를 (호랑이) 배꼽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호랑이 배꼽 막걸리는 디자인만큼 맛과 향도 특별합니다. 술을 조금 입에 머금자 맑고 깨끗한 배향이 퍼졌어요. 탁주는 보통 입이 텁텁하고 특유의 껄끄러움이 있는데, 탁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맑았습니다. 조금 더 머금으니 배향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혀를 감싸안았어요. 누룩취는 온데간데없고 가벼운 산뜻함만이 남았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막걸리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가벼운 맛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빠,빠,빠, 빨간 맛! 붉은 원숭이 막걸리

호랑이 배꼽 막걸리가 패키지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다면, 붉은 원숭이 막걸리는 막걸리 색 그 자체에 차이를 두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 하면 하얗고 탁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붉은 원숭이 막걸리는 그 이름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어요. 이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흰 쌀이 아닌 홍국쌀이라는 붉은 쌀을 사용해 만드는데요, 홍국쌀, 누룩, 물 이외에 다른 색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붉은 원숭이 막걸리는 바디감 자체는 무겁지만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무겁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막걸리의 신맛이 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붉은 원숭이 막걸리의 경우엔 기분 좋은 신맛이 그 풍미를 배가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또 막걸리의 바디감이 가실 때쯤, 청주와 비슷한 향이 밀고 들어와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일반 막걸리에 비해 4~5도 정도 도수가 높다는 것과, 청주나 증류주와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제 막걸리는 더 이상 ‘으르신’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비 오는 날에만 생각나는 술도, 등산길에만 생각나는 술도 아니죠. 새롭게 단장한 막걸리는 특별한 맛과 모양, 그리고 새로운 경험으로 20~30대가 즐길 만한 술이 되었습니다. 소주와 맥주는 재미없고, 와인과 양주는 부담스럽다면 오늘은 새롭게 변신한 우리의 술, 막걸리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