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7. 10:17
| 도서추천 |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와 6월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연일 낮 온도가 30도가 넘을 정도로 무척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이제 8월까지는 점점 더 더워 질만 남았는데요. 더위를 잠시 잊는 방법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작가며, 국내에도 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추리 소설 작가에요.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소설구성력과 작가의 필력 그리고 모든 소설에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제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 추천하고 싶은 소설 3편을 골라 소개 할까 해요.
붉은 손가락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소설 <붉은 손가락>은 어린 소녀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범인을 잡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어요. 이 소설은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이미 소설초반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돼요.
47세의 중년 ‘아키오’와 아내 ‘야에코’, 중학생 아들 ‘나오미’와 치매에 걸린 노모는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 소녀의 살인사건에 연루돼요. 소녀를 죽이고 치매에 걸린 노모를 제외하고 가족모두 범행을 은폐 하기위해 가담하게 되죠. 소설 초반부터 중반이 후까지 그 가족이 범행을 숨기기 위해 모색하고 형사들의 수사를 피하려고 하는지 보여줘요. ‘가가’형사와 그의 사촌동생인 ‘마쓰이야’가 한 조가 되어 소녀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되고, 이사건과 무관하게 가가형사와 마쓰이야와 가가형사의 아버지에 대한 가슴 아픈 가족사와 애증도 드러나요. 초반부터 범인을 공개하고 형사들이 과연 이들이 범인인지 어떤 식으로 파헤칠까요?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었으나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마지막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요.
추리소설형식을 띠고 있으나 작가는 일본의 가족 대화부재와 노령화 문제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가장 아키오가 소설 속에서 혼잣말로 "대체 저 녀석은 부모를 뭘로 보고 저러는 거야" 라고 말하면서 노모를 홀대한 자신을 자책해요. 중년의 가장은 아내에게도 아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춘기아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와 대화하기보다는 분노를 표출하기 일쑤에요. 먹고 살기 바쁘고 아들 키우느라 버겁기에 치매에 걸린 노모를 짐스러워하고 부부갈등의 원인이라고만 생각해요.
소설 속 일본가정의 모습은 한국의 가족문제와 닮아있어 나라는 달라도 사는 모습은 비슷하구나 싶더라고요. 범인이 누구인가 파헤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범행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가정문제와 부모와 자식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건 일상에 치여 두 아들 키우기도 버거워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은 늘 뒷전이 아니었다 하는 자책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과연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방식이 진정한 사랑의 방식일까요? 그저 가볍게 읽으려고 페이지를 열었으나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방황하는 칼날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미성년 딸인 ‘에마’는 친구와 놀다가 귀가하는 길에 ‘가이지’와 ‘야쓰이’ 두 청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히 살해요. 에마의 아버지 ‘나가미네’는 우연히 딸 성폭행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고 복수를 결심하고 가이지와 야쓰이를 찾아 나서요.
딸이 성폭행 후 살해를 당하고 복수한다는 설정은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라 다소 진부하게 풀어갈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죄를 지었고 상처를 받았으면 법의 처벌을 기다려야지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상식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나가미네의 복수하고자 하는 심정에 점점 동화되는 자신을 느끼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이 워낙 뛰어나서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의 과잉과 동정을 독자들에게 강요하지도 않아요. 작가의 문장을 보면 감성적이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느낌이 더 많거든요. 객관적인 문장인데도 감성적으로 동화하게 만드는 필력에 새삼 감탄했어요.
경찰은 나가미네를 쫓으면서도 나가미네의 상황을 가슴 아파하고 가해자인 가이지가 살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자신의 현실에 무기력감을 느껴요. 억울한 범죄피해자가족인 나가미네보다 가해자인 가이지를 보호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거죠. 경찰의 심정과 동일시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청소년은 아무리 살인과 성폭행을 저질러도 갱생과 재활에 기회를 주면서 피해자 가족의 상처와 충격에는 관대하지 못한 사회를 비판해요. 정의구현을 위해 제정된 청소년 법이 실제 현실에서는 방황하는 양날의 칼날처럼 정의를 실현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요.
백야행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백야행은 이미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한국에서도 ‘고수’, ‘손예진’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죠. 원작에서는 중간마다 복선을 던지긴 하지만 미스테리로 남겨둔 채 마지막에 모든 것을 밝히거나, 애매모호하게 풀어간 경우가 많았으나 일본드라마에서는 처음부터 친절하게 범인을 알려줬어요. 아예 대놓고 ‘유키호’와 ‘료지’가 공모하여 모든 악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내놓고 전개했지만, 원작소설은 드라마보다는 훨씬 객관적인 설명으로 이루어져요.
소설에서는 유키호와 료지의 내면심리는 자제하고 객관적으로만 모든 사실을 알려주며 유키호와 료지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으며 어떻게 서로를 위해 공모를 했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며 유키호와 료지의 각자의 이야기를 교차로 풀어가고 있어요. 대낮에 태양아래서 걷고 싶었던 유키호와 료지는 그들 자신이 점점 어두운 세계로 빠져들어 책을 읽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사사가키의 말처럼 어린 시절 죄 값을 치렀다면 그들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세상이 알았다면 그들을 좀 더 이해하고 올바르게 잡아 줬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일본드라마로도 시청하시길 추천해요.
지금까지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탄탄한 스토리로 만들어진 소설도 읽고,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도 보시면서 더위를 날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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