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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길, 내가 딛는, 내딛는 발걸음으로
돌아보니 그랬다. 그저 방학일 뿐이었던 여느 때의 1월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친구들은 “방학이라 좋겠네, 늦잠도 자고.”라는 말을 쉽게도 했다. 그 애들은 정오쯤 일어나 씻지도 않고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 먹는 내가 부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들은 몰랐을 것이다. 밥솥을 열 때 나는 ‘삐리릭!’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건 방 안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시는 할머니를 나오게 하기에 충분한 소리라는 사실도. “밥 먹게?”하며 반찬을 꺼내오시는 할머니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졌다. 그 누구도 내게 ‘밥만 먹는 식충이’ 식으로 눈치 주지는 않았지만,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그러나 사실은 합격한다고 해도 걱정이었다. “너 요즘 뭐하냐?” 묻는 친척 어른들께 “대학원 생..
2017.05.22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길, 내가 딛는, 내딛는 발걸음으로
돌아보니 그랬다. 그저 방학일 뿐이었던 여느 때의 1월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친구들은 “방학이라 좋겠네, 늦잠도 자고.”라는 말을 쉽게도 했다. 그 애들은 정오쯤 일어나 씻지도 않고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 먹는 내가 부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들은 몰랐을 것이다. 밥솥을 열 때 나는 ‘삐리릭!’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건 방 안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시는 할머니를 나오게 하기에 충분한 소리라는 사실도. “밥 먹게?”하며 반찬을 꺼내오시는 할머니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졌다. 그 누구도 내게 ‘밥만 먹는 식충이’ 식으로 눈치 주지는 않았지만,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그러나 사실은 합격한다고 해도 걱정이었다. “너 요즘 뭐하냐?” 묻는 친척 어른들께 “대학원 생..
2017.05.22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버스는 낭만을 싣고
“7022번, 472번, 172번 버스가 곧 도착합니다.”귀에 딱지가 지도록 4년 내내 들어온 소리다.내 통학 길은 편도 1시간 반, 왕복으로 약 3시간에 육박하는 긴 길이다. 4년 동안 월, 화, 수, 목, 금요일 주 5일을 통학한다고 치면 960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이기도 하다. 통학하는 시간은 학교생활 중 어쩌면 그리 중요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훗날 내가 대학생활을 기억한다면 절대 빠뜨릴 수 없을 시간 역시 통학 길이다.버스는 언제나 노선도를 따라 같은 길을 달린다. 자연히 나 역시 언제나 같은 풍경을 본다. 흘러가는 물결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옆으론 차들이 쌩쌩 스쳐 지나가고, 건물들은 크고 작은 창문을 눈처럼 멀뚱거리고 서서 그 광경을 내려다본다. 처음 대학에 합격해..
2017.05.22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버스는 낭만을 싣고
“7022번, 472번, 172번 버스가 곧 도착합니다.”귀에 딱지가 지도록 4년 내내 들어온 소리다.내 통학 길은 편도 1시간 반, 왕복으로 약 3시간에 육박하는 긴 길이다. 4년 동안 월, 화, 수, 목, 금요일 주 5일을 통학한다고 치면 960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이기도 하다. 통학하는 시간은 학교생활 중 어쩌면 그리 중요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훗날 내가 대학생활을 기억한다면 절대 빠뜨릴 수 없을 시간 역시 통학 길이다.버스는 언제나 노선도를 따라 같은 길을 달린다. 자연히 나 역시 언제나 같은 풍경을 본다. 흘러가는 물결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옆으론 차들이 쌩쌩 스쳐 지나가고, 건물들은 크고 작은 창문을 눈처럼 멀뚱거리고 서서 그 광경을 내려다본다. 처음 대학에 합격해..
2017.05.22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창 밖 풍경이 기록하는 시작의 의미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밖 풍경은 봄이 가득하다. 편의점에서 카레 볶음밥을 사 먹은 누군가의 “진짜 인도산 카레 알갱이 같아.”라는 썰렁한 농담과 함께 노란 산수유가 순식간에 번지더니 백목련이 멍울멍울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얼마 전까지 저 허공은 척추측만증 환자처럼 삐딱하게, 벌거벗은 나무 몇 그루가 혹한에 떨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도서관 내부는 무기력과 피로가 섞인 공기가 떠다녔고 출처를 알 수 없는 ‘희망 없음’의 공포가 출몰했다.취업을 위한 몇 차례의 휴학과 복학이 통과의례가 돼 버린 지 오래.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이곳은 늘 추웠다. 불안감에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기침해 댔고 환절기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보따리를 쌌다. 식재(植栽)된 것처럼 인간으로서 누려야..
2017.05.2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창 밖 풍경이 기록하는 시작의 의미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밖 풍경은 봄이 가득하다. 편의점에서 카레 볶음밥을 사 먹은 누군가의 “진짜 인도산 카레 알갱이 같아.”라는 썰렁한 농담과 함께 노란 산수유가 순식간에 번지더니 백목련이 멍울멍울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얼마 전까지 저 허공은 척추측만증 환자처럼 삐딱하게, 벌거벗은 나무 몇 그루가 혹한에 떨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도서관 내부는 무기력과 피로가 섞인 공기가 떠다녔고 출처를 알 수 없는 ‘희망 없음’의 공포가 출몰했다.취업을 위한 몇 차례의 휴학과 복학이 통과의례가 돼 버린 지 오래.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이곳은 늘 추웠다. 불안감에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기침해 댔고 환절기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보따리를 쌌다. 식재(植栽)된 것처럼 인간으로서 누려야..
2017.05.20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나의 엄마 김성옥
쑥을 캐는 것은 우리의 봄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꽃보다, 나무 이파리보다 먼저 피었던 것은,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아스팔트 도롯가 옆 잡초같이 초라하게 나 있는 쑥이었다. 날이 풀리는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 땀에 젖은 두꺼운 옷이 차가운 한기와 만나 꿉꿉한 기분을 느낄 때가 되면 그제야 겨울이 끝나감을 알았다. 그런 나에게 엄마가 “유림아, 아까 보니까 쑥이 많이 나 있더라. 캐러 갈까?”하고 말할 때가 되면, 그때부터가 진정 나에겐 봄이었다.아직은 겨울옷을 장롱 안에 고이 모셔두지 못할 날씨였기만 엄마와 나는 대충 얇은 옷을 두세 장 걸치고, 바지 주머니 한편에는 검정 비닐봉지를 구겨 넣고, 한 손에는 쑥을 캘 커터 칼을 꼭 쥐고 ..
2017.05.2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나의 엄마 김성옥
쑥을 캐는 것은 우리의 봄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꽃보다, 나무 이파리보다 먼저 피었던 것은,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아스팔트 도롯가 옆 잡초같이 초라하게 나 있는 쑥이었다. 날이 풀리는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 땀에 젖은 두꺼운 옷이 차가운 한기와 만나 꿉꿉한 기분을 느낄 때가 되면 그제야 겨울이 끝나감을 알았다. 그런 나에게 엄마가 “유림아, 아까 보니까 쑥이 많이 나 있더라. 캐러 갈까?”하고 말할 때가 되면, 그때부터가 진정 나에겐 봄이었다.아직은 겨울옷을 장롱 안에 고이 모셔두지 못할 날씨였기만 엄마와 나는 대충 얇은 옷을 두세 장 걸치고, 바지 주머니 한편에는 검정 비닐봉지를 구겨 넣고, 한 손에는 쑥을 캘 커터 칼을 꼭 쥐고 ..
2017.05.20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개최
‘새로운 길’ 떠나며 다짐했던 윤동주처럼 ‘길’ 또는 ‘시작’ 중 하나의 주제 선택해 참여 ‘영원한 청년’ 윤동주의 시에 청춘의 감성이 더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교보생명은 청춘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습니다.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은 대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어요. 최근 광화문글판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로 봄옷을 갈아입었어요.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향해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공모전에 참여를 원하는 대학생은 광화문글판 봄편의 주제인 ‘길’이나 ‘시작’ 중 하나를 선택해 본..
2017.03.09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개최
‘새로운 길’ 떠나며 다짐했던 윤동주처럼 ‘길’ 또는 ‘시작’ 중 하나의 주제 선택해 참여 ‘영원한 청년’ 윤동주의 시에 청춘의 감성이 더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교보생명은 청춘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습니다.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은 대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어요. 최근 광화문글판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로 봄옷을 갈아입었어요.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향해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공모전에 참여를 원하는 대학생은 광화문글판 봄편의 주제인 ‘길’이나 ‘시작’ 중 하나를 선택해 본..
201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