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4. 14:16
그라민 은행은 ‘신용은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신념으로 제도 금융에서 소외된 극빈자들에게 무담보·무보증 소액 융자를 단행해 지난 26년간 방글라데시 인구의 10%를 넘는 240만 가구에게 자력갱생의 희망을 안겨줬답니다. 오늘은 그라민 은행 설립자로 빈곤퇴치에 앞장선 '무하마드 유누스의 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
1970년대 방글라데시는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국제적인 무능력자’에 비유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답니다. 전쟁과 대기근은 빈곤층을 양산했고, 한번 추락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듯 보였어요. 특히 극빈층 사람들은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했기 때문에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불어나는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삶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속출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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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방글라데시에서 경제학자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무하마드 유누스는 빈곤층의 현실을 목격하고는 자신의 한 달 월급이었던 27달러를 가난한 여성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주게 되었어요. 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해진 날짜에 돈을 상환했고, 이를 계기로 그는 서민들의 신용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확신을 얻은 무하마드 유누스는 정부와 기관의 협조를 얻어 1976년 무담보· 무보증으로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은행을 설립하는데 이것이 소액무담보대출의 시초가 되는 그라민 은행이었답니다. 대출의 조건은 간단했어요. 경제적으로 하위 25% 이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됐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돈을 갚지 못해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율은 98%에 달했답니다. 700만 명 이상이 빈곤을 벗어나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덕분에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은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어요.
<200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 중인 유누스>
그렇다면 무하마드 유누스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경제학자로, 대학교수로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이론이 아닌 현실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답니다. 강의시간에는 경제정책과 경제학의 법칙에 대한 이론을 쏟아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에요. 그가 집중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싶어도 담보가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어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소규모의 자본이었던 것이죠.
실제로 그는 은행을 찾아가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왜 대출을 해주지 않는지 물었는데 이유는 아주 간단했답니다. '담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해답 또한 간단했답니다. 담보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면 되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그들에게 필요한 돈은 소규모 자금이었답니다. 손수레를 구입하거나 경작할 논을 얻을 수 있는 돈이면 충분했던 것이죠.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조건으로 150달러 미만의 금액을 대출해주는 은행을 설립한다는 것이 그의 해법이었어요.
실제로 그가 처음 빈곤층에게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렸다고 해요.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은 절대 돈을 갚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사람들도 자존심을 가졌으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굳게 믿었답니다. 이런 믿음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적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었어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누스>
무하마드 유누스는 경제학자로서 ‘가난은 품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태어난 배경과 사회적 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했고, ‘가난한 사람들이 간절하게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를 원한다.’는 믿음을 가졌답니다.
그의 믿음이 실효성을 거두면서 절대빈곤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어요. 자식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고,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취업의 기회가 넓어져 괜찮은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답니다. 교육은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교육은 자기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립심과 독립성을 키워주는 주요한 기능도 가졌어요.
돈은 살아남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좋은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해요. 돈은 죄가 없답니다. 돈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죠. 돈을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하느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활용하느냐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그 선택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습도 달라진답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돈이 우상화되면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키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돈이 사람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지 사람이 돈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은 어떻게 돈이 사람의 얼굴을 할 수 있는지 그 실제 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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