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1. 17:49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면서 일본 문학계의 거장인 오에 겐자부로가 ‘평생에 걸쳐 읽어온 보물 같은 책’들을 회고하며, 오직 책으로 살아온 인생을 강렬하게 담아낸 ≪읽는 인간≫이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오늘은 오에 겐자부로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그의 대표작 ≪만엔원년의 풋볼≫을 함께 읽어보도록 할게요.
"저는 평생에 걸쳐 읽고자 하는 고전을 젊은 시절에 발견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자신 있게 드리는 말씀인데, 정신 차리고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저절로 고전이 한 권, 두 권, 그것도 일생에서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될 작품이 여러분에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건 정말 신기할 정도예요."
- ≪읽는 인간≫ 중에서
해마다 10월이면 문학 독자들의 관심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에게 쏠려요. 한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과 함께 유력한 후보들의 수상 여부가 흥미로운 관심사랍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2012년에 중국 작가 모옌이 수상했고, 그보다 앞서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어요. 게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해마다 강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어요. 노벨상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세계문학계의 인정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동아시아 공간에서 사유하고 글을 쓴 작가들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글로 썼을까요.
이달에는 오에 겐자부로의 경우를 통해서 작가에게 독서란 무엇이고, 또 창작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기로 해요.
오에는 다작의 작가이고 소설 외에도 여러 권의 산문집을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은 그가 집필 50주년을 맞이하여 자신의 독서와 인생을 회고한 책입니다. 견실한 작가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아홉 살 때부터 시작된 그의 본격 독서 편력은 꾸준하면서 탄탄하답니다.
그는 전후에 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일한 읽을 거리였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매일매일 읽었다고 해요. 소설에서 헉은 흑인 청년 짐과 미시시피 강을 따라 여행을 하는데, 그 사이에 둘 사이엔 우정이 생겨나요. 헉은 짐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려는 편지가 썼다가 찢어버리고는 “그래 좋다, 나는 지옥에 가겠다”라고 말해요. 지옥에 가더라도 짐을 배신하지는 않겠다는 뜻이에요.
이는 오에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인데, 때론 아이들도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그는 깨달았어요. 평생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갖게 했다니까 아홉 살 때의 독서가 이미 오에의 인생관을 결정 지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의 고비마다 오에는 책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해요. 비탄의 시기에 만났던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도 그런 경우랍니다.
“타인의 슬픔을 보며/ 어찌나 또한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타인의 한탄을 보며/ 어찌 따뜻한 위로를 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와 같은 블레이크의 <사람의 슬픔에> 시구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던 오에에게 많은 위로를 건넸어요. 그에 힘입어 오에는 인생의 문제를 매번 소설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답니다.
그에게 문학은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었어요.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 등 실존의 문제를 다루어왔다”는 것이 오에 문학에 대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의 평가이기도 해요.
"채 밝지 않은 새벽의 어둠 속에서 눈뜨며 고통스러운 꿈의 여운이 남아 있는 의식을 더듬어 뜨거운 ‘기대’의 감각을 찾아 헤맨다. 내장을 태우며 넘어가는 위스키의 존재감처럼 뜨거운 ‘기대’의 감각이 몸속 깊숙한 곳에 확실히 되살아나기를 불안한 심정으로 바라는 그 헤맴은 언제까지고 바라는 것을 찾지 못한다."
- ≪만엔원년의 풋볼≫ 중에서
1967년에 발표한 ≪만엔원년의 풋볼≫(웅진지식하우스)은 그런 오에 문학의 본령을 확인하게 해주는 야심작이자 대표작이다. ‘만엔 원년’은 막부 말기에 딱 1년만 쓴 연호로 1860년을 가리킨답니다. 이 해에 농민봉기가 많이 일어났는데, 이 사건을 100년 뒤인 1960년 안보 투쟁과 연관지어 해명해보고자 한 것이 오에의 야심이었어요.
이를 위해서 그는 작품에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를 등장시켰어요. 형 미쓰사부로는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어서 보호시설에 맡기고는 삶의 의욕을 다 잃어버린 상태가 돼요. 소설의 결말에서는 동생 다카시가 자살하고 미쓰사부로가 다시 현실로 복귀하기 때문에 그가 회복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답니다.
다카시는 안보세대로 투쟁에 직접 관여했고, 형 미쓰사부로는 방관자였어요. 두사람은 고향에 내려가는데, 이들은 증조부 세대의 1860년 농민 봉기의 역사와 그들 자신의 S형에 대한 1945년의 상이한 기억을 떠올려요. 만엔원년에 일어난 농민봉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그리고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펼쳐진 1960년대를 통시적으로 연결하면서 오에는 역사에서 반복과 투쟁, 그리고 폭력의 의미를 질문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외세에 대한 반대와 평화운동이라는 의미를 갖는 자기 세대의 안보 투쟁을 1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거시적 맥락에서 자리매김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사유하고자 한 작가의 패기를 높이 살 만한 작품이에요. 이는 ≪개인적인 체험≫과 함께 오에 문학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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