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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은행, 붉은 단풍, 은빛 억새의 '세 빛깔 가을'을 찾아서! 보령 여행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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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4. 17:39




은행나무로 마을 전체가 숲이 돼버린 곳이 있고, 철새들이 수면을 딛고 일제히 날아오르는 습지가 있으며, 핏빛 단풍이 뜨겁게 달궈진 계곡도, 억새가 물결치고 있는 산정도 있는 곳, 보령. 충남 보령으로 떠나는 여정도 사실 가닿는 목적지는 ‘가을’이라 할 수 있어요. 이번에 소개하는 곳들에서는 가을이 데려온 것을 만날 수 있고, 가을이 지나가는 걸 색깔로 알 수 있답니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의 장밭마을을 ‘청라 은행마을’이라 부른답니다. 마을에서 자라는 은행나무만 3,000그루. 이곳의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세워둔 은행나무처럼 경관이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열매의 소출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심어 기른 것들이에요. 그래서 은행나무는 한그루 한그루마다 임자가 다 있답니다. 본래 장밭마을은 이름대로 긴밭(長田)이 있던 마을이었어요. 은행 수확이 ‘제법 돈 되는 일’이었던 시절 주민들은 밭 이곳저곳에다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잘 자란 은행나무의 밑동 옆에 올라온 여린 가지를 꺾어다가 밭둑 옆에, 마당 안에다 심었답니다. 느럭번덕지·당살미·문안 고랑·윗장밭…. 이런 정겨운 지명의 밭둑에서 은행나무가 자랐어요.


  


그러다 물길을 막은 명대저수지가 들어서 천변의 밭이 모두 논으로 개간되면서 밭을 지키던 은행나무들이 너른 논두렁이나 마을 한복판에 서게 됐고, 지금의 은행나무 마을의 풍경을 가지게 된 거예요. 한꺼번에 조밀하게 심은 것이 아니라 형편대로 가지를 꺾어다가 꺾꽂이로 이곳저곳에 심어 길렀으니 이곳의 은행나무는 숫자에 비해 압도적인 경관을 보여주지는 않는답니다. 그러나 넓은 들판과 마을 이곳저곳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은행나무의 풍경이 오히려 더 푸근하고 정감 있어요.


장밭마을 은행나무의 중심이라면 단연 신경섭 전통가옥이에요. 고택의 돌담을 끼고 집을 둘러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온통 노란빛으로 환한 곳이랍니다. 집 한 채가 담 밖과 담 안쪽에 거느리고 있는 은행나무의 숫자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예요. 고택의 안채는 문을 닫아 걸었지만, 아예 대문이 없어 너른 마당까지는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든답니다. 떨어진 은행잎으로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마당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너나 없이 탄성을 질러요. 마당을 향해 놓인 고택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잘 익은 가을볕이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맛이 그만이랍니다.









청라마을에서 나와 청라초등학교 앞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면 청천저수지가 있어요. 청라면 서쪽에 있는, 대천 일대와 남포면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큰 저수지랍니다. 황룡천을 흘러내린 물이 여기 담겼다가 보령 시내를 관통해 바다로 흘러가요. 청천저수지의 습지에는 가을이면 일찍 날아든 청둥오리들이 모여 수런거리고 있어요. 가을로 가득한 저수지 물가에 다가서니 인기척에 놀란 청둥오리들이 물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푸드덕 날아갔어요. 겨울의 초입에 당도한 것 같은 이런 풍경을 보려면 저수지를 감고 도는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게 좋답니다. 저수지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물가의 야트막한 언덕에 세워진 화암서원을 지나요.


흐르고 고이는 물의 모습에서도 학문하는 자세를 되돌아봤다던가요. 서원의 자리에서 옛 선비의 정신을 볼 수 있답니다. 화암서원은 400여 년 전에 세워졌는데, 토정비결로 유명한 토정 이지함 등 이곳 출신 다섯 선비를 봉안하고 있어요. 본래 서원은 수몰지역의 물가에 있었는데, 청천저수지가 축조되면서 1959년 지금의 자리로 물러앉았다고 해요. 화암서원을 지나서 길은 줄곧 저수지를 끼고 보령 아산병원까지 이어진답니다. 여기서 다시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선 36번 국도로 올라서면 의평리와 향천리 쪽에서 저수지 수변 습지를 만날 수 있어요. 초록의 기운이 남은 버드나무와 머리를 풀어헤친 갈대숲이 가득한 습지에는 나무 산책로와 벤치가 설치돼 있어요. 삭은 줄풀 사이로 무리를 이룬 오리떼들이 수면 위를 유유하게 오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마침 필자가 찾아간 날은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이었는데, 덕분에 저수지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수변의 풍경이 선명한 채도의 그림처럼 차창 안으로 들어왔답니다. 무르익은 가을날의 목적지로도 손색이 없지만, 가을 청둥오리떼들이 더 날아드는 초겨울 무렵이라면 지금보다 더 근사한 그림을 보여줄 것 같네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성주산의 단풍은 해마다 뜨겁게 달궈진답니다. 풀무를 불어넣은 것처럼 붉어요. 성주산 단풍의 뜨거움은 아는 이들만 안다고 해요. 성주산의 이름은 ‘성인(聖)이 사는(住) 산’이란 뜻을 지니고 있어요. 그 이름대로 성주산 아래는 모란꽃 형상을 한 여덟 곳의 명당이 있다고 전해진답니다. 휴양림이 들어선 화장골도 그중 한 곳이에요. 단풍만큼은 화장골이 명당 중의 명당이에요. 사실 단풍나무의 크기나 수효로만 본다면 화장골은 내장산이며 선운사 같은 이름난 단풍 명소에다 대면 부끄러울 정도예요. 하지만 당단풍나무의 붉은 색감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는답니다. 게다가 성주산휴양림은 단풍이 절정일 때도 붐비는 법이 없어요. 북적이는 인파와 빠른 트로트 가락 대신 성주산 화장골에는 차분하고 고요하게 가을의 빛을 즐기는 사람들만 드문드문 찾아든답니다.





성주산 북쪽의 오서산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산이에요. 높이로 보면 서해 연안의 산 중에서 가장 높답니다. 오서산이 보여주는 가을은 억새예요. 가을이면 9분 능선 윗부분의 억새가 물결처럼 일렁인답니다. 오서정 부근의 억새는 여전히 장관이죠. 게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대천 앞바다와 천수만 일대의 풍경이 억새의 배경이 된답니다.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있지만 차로 홍성 쪽의 상담주차장을 지나 이어지는 외길 임도를 따라가다 차단기가 있는 지점에 차를세우면 1시간 안쪽에 오서정의 억새군락에 당도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알아두면 좋은 팁!



보령, 어디에서 묵을까?

    



가을 단풍이 화려하게 불붙는 성주산자연휴양림(041-934-7133)이 이즈음 최고의 숙소랍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바다 쪽에 숙소를 잡는 것도 좋아요. 대천해수욕장의 한화리조트 대천파로스나 무창포의 비체 펠리체도 추천할 만한 곳이에요. 호젓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학성리의 맨삽지 바로 앞에 있는 펜션 해나루(041-641-0181)가 제격이랍니다.




보령에서 무엇을 맛볼까?

    


보령시 천북면의 어촌체험 마을인 ‘방자마을’에서는 식재료에 소금만 뿌려 구워 먹는 ‘방자구이’ 맛체험을 할 수 있답니다. 방자구이란 이름은 관에서 양반의 시중을 들던 하인 방자가 간편하게 즉석에서 해먹던 음식을 말해요. 황토 땅에서 재배한 고구마·땅콩·옥수수·콩 등 친환경 농산물과 바다에서 채취한 싱싱한 굴과 조개 등 수산물이 어우러진 구이 음식을 통해 전통의 맛을 체험할 수 있답니다. 금액은 인당 1만 5,000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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