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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에서 즐겁게, 나누면서 다함께" 로케이션매니저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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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30. 17:43




길을 찾다 스스로 길이 된 사람.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로 '길'이랍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느낌의 장소들. 그곳들을 찾기 위해, 머무는 시간보다 떠도는 시간이 언제나 더 많ㅇ느 사람. 2002년 국내 첫 로케이션매니저가 되어 ‘새 직업’을 개척한 그는 최근 국내 첫 촬영장소 비교 검색사이트를 열어 ‘새 세상’을 구축했답니다. ‘숨은 그림’을 찾고 ‘찾은 그림’을 나누며, 스스로 낸 길을 기쁘게 걸어가는 로케이션매니저 김태영 씨를 뒤쫓아가보도록 해요.






햇볕에 그을린 그의 얼굴에 농부의 정직한 미소가 스며있답니다. 올 가을 그는 꽤 많은 결실을 동시에 거두는 중이에요. 촬영장소 비교 검색사이트인 ‘로케이션마켓 로마’를 갓 오픈했고, 포토에세이로 엮은 두 번째 책을 곧 세상에 선보였어요. 또,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자문위원 자격으로 40일간의 ‘가슴 벅찬’ 우리 땅 답사를 시작했어요. 바쁨속에 기쁨이 가득하고, 가을의예쁨이 그래서 더 선명해져요.



“지난해 4월의 일이에요. 새벽에 꿈속에서 로케이션이란 단어와 마켓이란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어요. 벌떡 일어나 생각을 구체화시켰죠. 그게 지난 10월 5일 오픈한 ‘로케이션마켓’의 시초예요. 해당 장소에 대한 위치와 허가 정보는 물론 빛의 정보며 촬영 팁까지 공개하고 있어요. 이 사이트를 통해 촬영 관련 업체들이 정보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어요.”



지난 13년간 그가 모은 국내 로케이션 자료는 약 130만 컷에 이른다고 해요. 그것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보유가 아니라 ‘공유’라고 그는 생각해요. 힘들게 찾은 장소들을 흔쾌히 공개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새록새록 느끼고 있답니다.

로케이션매니저는 영화 시나리오나 CF 콘티를 분석해서 그에 걸맞은 풍경을 찾아내는 직업이에요. 촬영장소를 찾고 섭외하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그게 이 일의 끝은 아니랍니다. 감독 및 여러 스태프들과 교감하고 조율하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물적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해야 해요. 그가 이 ‘복잡한’ 일을 하게 된 건 거기에 필요한 경험들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에요. 동네 뒷산에 서면 동해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그는 성장했어요.


산과 바다가 있는 고향마을에서,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자연과 한 몸처럼 자라났어요. 카메라를 손에 잡은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랍니다. 아버지의 카메라를 짬짬이 들고 다니면서, 멋진 풍경에 대한 ‘감’을 익혀나갔답니다. 대학은 두 번 다녔어요.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사진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그것으로 성에 안 차 타 대학 사진학과에 다시 들어갔다고 해요. 풍경의 구도나 빛의 각도에 따른 장소의 변화를 자연스레 배워나갔다. 모든 것이 모여 오늘의 그가 됐답니다.





 

<폭스바겐 폴로 촬영(좌), 볼보트럭 부산촬영(우)>



“서른 살 때 프로덕션 조감독으로 일하던 대학동문의 부탁으로 촬영지 섭외를 처음 해봤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그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제가 활동한 장면들을 영상으로 찍고 CD로 구워 관련업체에 돌렸어요.”



그렇게 첫 일감을 맡았지만, 막상 장소를 섭외하러 가면 거절의 말을 듣기 일쑤였어요. 어눌한 말솜씨가 문제였던 것이죠. 다양한 분야로 지식을 넓혀가면서야 ‘전문가다운’ 언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끝없이 많은 이일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참 좋다고 해요.



<패션 스틸 촬영 장면>



<쌍화점>·<타짜>·<추격자>·<아저씨>…. 그가 참여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스토리 이상으로 장소가 떠오르는 작품들이에요. 너른 들판도 좁은 골목도 오래도록 선명하게 기억된답니다. 영화는 9편이지만 CF는 3,000여 편에 이른답니다. 말이 쉬워 3,000편이지 한 작품 한 작품마다 고생의 추억들이 굽이굽이 서려있답니다. 들개한테 물릴 위기에 처한 적도 있고, 비포장 임도를 후진으로 30km가량 달린 적도 있어요. 원하는 풍경을 얻기 위해 두려움과 서러움의 터널을 지난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해요. 그렇게 만난 풍경일수록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그에게 선사했어요. 하지만 자만심은 안겨주지 않는답니다. 로케이션매니저에겐 자연이란 이름의 ‘동업자’가 있어요. 동업자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줄 때까지 느긋이 기다려야 하고, 혹여 동업자의 심술로 일이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요.



“길 위에서 좋은 인연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처음 본 나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미시던 할머니,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서 색소폰을 멋지게 부시던 아저씨…. 풍경을 완성하는 건 결국 사람이에요.”



풍경만큼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그는 현재 로케이션매니저협회 ‘로맨스’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해요. 로케이션매니저라면 ‘내일까지 촬영장소를 찾아달라고 할 때’의 막막함을 자주 경험해요. 그때 느끼는 외로움을, 그때 필요한 정보를,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와 나누는 것. 그것이 ‘로맨스’의 존재이유랍니다. 이 길에 먼저 들어선 그는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기 위해 기꺼이 속도를 늦추는 것.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것이, 홀로 걷는 것보다 함께 걷는 것이 행복이라 믿기 때문이에요. 그에겐 길을 잃는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잃었던 그 길에서 더 좋은 장소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늦춰도 괜찮고, 잃어도 괜찮다고 해요. 그도 우리도 다 괜찮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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