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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강 여행, 비밀의 수원, 홍천강 발원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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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0. 15:59

홍천강은 여름날에 풍덩 뛰어들어 시원하게 멱을 감을 수 있는 몇 안 남은 강 중 하나예요. 이번 여행은 이끼 두른 계곡 지나 옥빛 웅덩이 넘어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홍천강의 발원지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시원하게 멱을 감을 수 있는 강 

강원도 홍천은 우리나라 시•군•구 단위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어요. 정선군의 땅에다 대전시의 넓이쯤을 보탠다 해도 홍천의 땅 넓이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이 넓은 홍천 땅을 다 휘감고 홍천강이 흘러내려요. 강은 홍천의 중심이자 젖줄입니다. 홍천이 홍천강이고, 홍천강이 곧 홍천이죠. 

본디 강 이름은 특정 지역의 지명을 쓰지 않는 법. 강줄기가 무시로 시•도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물길에다 이쪽의 지명을 붙일 수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홍천강이란 이름은 어찌된 셈일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홍천강을 이루는 물길이 모두 홍천에서 흘러내리는 물이기 때문이에요. 홍천강은 그 자체로 본류이자 지류예요. 내촌천•풍천천•덕치천•오안천•성동천•중방천…. 지류의 샛강들은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런 물줄기들을 다 합쳐 홍천강으로 부릅니다. 홍천강은 또 여름날에 풍덩 뛰어들어 시원하게 멱을 감을 수 있는, 몇 안 남은 강 중 하나예요. 강물로 들어가서 부드러운 물살에 견지낚시를 드리우거나, 떠들썩하게 천렵을 할 수 있는, 강변의 미루나무 그늘 아래서 여름 한낮 혼곤하게 낮잠을 잘 수 있는, 그런 강입니다. 

그렇다면 홍천강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홍천강의 발원지는 미약골 계곡. 행정구역으로는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홍천에서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변에 홍천강 발원지로 가는 비밀스러운 숲길이 있어요. 길옆에 아치형의 작은 문을 내고 ‘미약골 테마공원’이란 이름표를 달아놓고 있으니 찾기 쉬워요. 미약골 계곡은 습기 가득한 원시림의 숲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에요. 계곡은 15년간 지연휴식년제로 통제됐다가 2012년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홍천강 발원지로 가는 비밀의 숲

홍천강의 ‘첫물’을 찾아가는 길. 바늘 하나 꽂을 틈 없는 미로의 숲을 기대했지만, 숲은 단일 수종의 조림된 숲처럼 빽빽하지 않아요. 그늘은 축축하고 어둡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혹은 나무와 덩굴 사이는 바람이 무시로 지날 정도로 성글었습니다. 사람 간섭 없이 서로 다른 수종의 나무들이 제각기 자기 자리를 지키며 우거진 원시의 숲은 본디 이런 모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숲길에서는 경관이 아니라 숲의 깊이를 느껴볼 일입니다. 미약골 계곡을 즐기려면 눈이 아니라 오감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숲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둥글게 백제 금관 형상으로 자라난 양치식물, 관중이에요. 계곡에서 숲길로 올라서면 두 뼘 남짓의 탄성 있는 오솔길 양쪽을 온통 관중이 뒤덮었어요. 그 위로는 물푸레나무와 신나무, 느릅나무의 뒤틀린 가지들이 서로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얽혀있습니다. 숲이 뿜어내는 향기는 짙었고, 나무들은 둥치마다 초록의 이끼를 두르고 있어요. 계곡 초입에서 암석폭포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1.8㎞ 남짓. 왕복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요. 아무리 가문 날이 계속돼도 이곳 계곡에는 맑은 물이 찰랑거립니다. 한강의 검룡소나 낙동강의 황지, 금강의 뜬봉샘처럼 홍천강의 시작도 ‘솟아나는 물’이기 때문이에요.

미약골을 오르다보면 트레킹 코스의 길 끝에 암석폭포가 있어요. 미약골이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펼쳐 보이는 자리에요. 여기까지 오를 동안 계곡의 물은 순하디 순해요. 길 끝의 폭포마저도 물소리가 부드럽습니다. 폭포에 가까이 다가섰음에도 귀만으로는 거기 폭포가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으르렁거리며 포효하는 힘찬 폭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커튼처럼 분무하듯 쏟아지는 부드러운 폭포의 물줄기는 그것대로 자못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 



깊은 땅 ‘마당대기’와 오지 드라이브 

미약골의 미약골의 트레킹 코스는 여기까지니 이쯤에서 돌아가야 해요. 그러나 발길을 되돌리기가 아쉬운데요. 폭포로 쏟아지는 물은 대체 어디서 솟아나는 것일까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이 이 깊은 산중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요.  인근 주민들은 폭포 위에 화전민들이 나물과 약초를 캐고 살았다는 깊은 땅 ‘마당대기’가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마당대기 위에 물이 나는 늪인 ‘진펄’이 있다고 했는데요. 거기가 바로 홍천강의 뿌리라고 해요. 폭포 위로 올라섰더니 길은 사라졌고, 물푸레나무와 신갈나무 우거진 숲은 더 깊어졌습니다. 이윽고 물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어요. 마당대기는 왼쪽 물길 끝에 있다고 했어요. 

죽어 넘어진 고목들이 짙은 이끼에 뒤덮여 자주 길을 막는데요. 이윽고 길은 더 가팔라졌어요.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설명대로 낙엽송 울울한 숲이 나타났습니다. 1960년대 말인지, 1970년대 초인지 정확히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주민들은 그 무렵 화전민의 이주가 있고 나서 그 자리에다 낙엽송을 심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거기가 화전민들이 모여 살았다던 ‘마당대기’인데요. 마을 사람들이 ‘진펄’이라고 부르던 늪은 마당대기에서 더 올라간 자리에 있었습니다. 한강발원지인 태백의 검룡소처럼 맑은 물이 콸콸 솟아 흐르는 것도 아니고,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처럼 그득히 물이 고여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다만 발밑으로 느껴지는 물컹거리는 느낌만이 거기서 물이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였죠. 

이렇게 발밑에 고인 물이 ‘첫 물’이 돼서 폭포가 되고 홍천강이 되고 다시 청평댐에 담겼다가 한강이 돼서 흘러내리는 것이었어요. 암석폭포에서 여기까지 한 시간이 더 걸렸어요. 길이 험한데다 눈으로만 보자면 이렇다 할 게 없으니, 가벼운 트레킹을 생각했다면 암석폭포쯤에서 되돌아가는 편이 더 낫습니다.

두 발로 걷는 트레킹도 좋지만 차창 밖으로 깊은 계곡의 물길을 따라 가는 오지 드라이브 여행도 추천할 만해요. 홍천 땅에서 가장 외진 곳으로 꼽히는 곳이 내면 방내리 일대. 방내리의 율전초등학교 방내분교 폐교를 끼고 내린천 지류를 따라 인제 상남까지, 더 길게 이으면 살둔계곡까지 길이 이어져요. 줄곧 울울창창한 숲과 맑은 물을 따라가는 길이에요. 포장도로와 비포장길이 교차하지만 길이 거칠지 않아 승용차로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요. 홍천강 일대는 여름철이면 몰려든 피서객들로 아예 유원지가 되다시피 하지만, 이쪽의 물길에는 한여름에도 인적이 드물어요. 오래전 홍천강 지류의 풍경이 거기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묵을 곳과 먹거리 

가족 여행이라면 비발디파크 (1588-4888)를 추천해요. 미약골 인근에 펜션들이 드문드문 있는데 ‘별빛 흐르는 마을’ (033-436-3579)이 괜찮습니다. 56번 국도변 동홍천휴게소에는 캠핑장 ‘미약골캠핑타운’(033-436-0118)이 있어요. 홍천에서는 삼겹살을 양념해 숯불에 구워먹는 화로구이가 유명합니다. 44번 국도가 지나는 하오안리 일대에 화로구이집들이 몰려 있어요. ‘양지말화로구이’(033-435-7533)가 원조에요. 가리산막국수(033-4352704)•장원막국수(033-435-5855)•삼양식 당(033-434-2592) 등의 막국수집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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