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5. 16:45
현재 전세계 디자인의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단연 북유럽 스타일입니다. 북유럽 스타일은 어떻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북유럽 스타일의 선두주자 스웨덴 디자인을 통해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과 문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기, 'Swedish' 의 정수를 보여줄 스웨덴 디자인·문화전 '헤이 스웨덴(Hej Sweden)'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피카’와 ‘라곰’을 존중하는 스웨덴 라이프스타일
여러분은 '피카(FIKA)', 혹은 '라곰(LAGOM)'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피카'는 스웨덴어로 '티타임', 즉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의 차 한 잔의 여유를 뜻해요. 하지만 '피카'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가지기 위해 짬을 낼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는 사회적 현상이자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스웨덴 문화의 일부지요. 그리고 '충분함', '적절함' 이라는 뜻을 지닌 '라곰'은 스웨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단어입니다. 상황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으며 적당한 것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스웨덴 인들의 삶의 태도를 잘 나타냅니다.
이번 ‘헤이 스웨덴 전’은 단순히 스웨덴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이 구현되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 ”작은 스웨덴” 구석구석 살펴보기
1.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인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Made in Sweden' 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H&M' 입니다.
H&M 전시장을 둘러보다, 특이한 전시물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바로 '의류 수거함' 이었습니다. 헌 의류나 텍스타일을 재착용, 재사용,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패션으로 전환시키는 패션의 '클로즈-더-루프(Close the Loop)'를 만들기 위함인데요. 클로즈-더-루프는 어느 것도 버려지지 않는 닫힌 순환 시스템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알고 보니 H&M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모든 방식에서 재활용 소재와 지속 가능한 소재 그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른 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것이죠. 올해의 컬렉션에는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피냐텍스', 녹조류로 만든 부드러운 발포 고무인 '블룸 폼', 오렌지 주스 생산 시에 나오는 부산물로 제작되어 실크와 같은 느낌을 주는 오렌지 섬유 등이 있다고 합니다. 왼쪽 사진의 옷은 파인애플로, 오른쪽 사진의 슬리퍼는 녹조류로 만들어졌다니! 믿겨지시나요? 이러한 혁신적인 소재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간의 환경 파괴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2. 자연접근권이 보장되는 스웨덴 - 아웃도어 브랜드
스웨덴은 도시와 광활한 자연이 가깝게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에는 '알레만스레텐(Allemansratten)'이라고 불리는 권리가 있는데요. '알레만스레텐'은 '자연 접근권'을 뜻하는 스웨덴어로, 보호 또는 멸종위기만 아니라면 누구나 야생 먹을거리를 채집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는 캠핑, 사냥 같은 야외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되는데요. 스웨덴어로 '북극 여우'를 뜻하는 캠핑 브랜드인 '피엘 라벤' 역시 알레만스레텐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여 사람과 동물, 자연을 존중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자연친화적인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니다. H&M과 마찬가지로 피엘 라벤 또한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않고 이를 브랜드 철학에 녹여내는 것을 보면서, 스웨덴의 무거운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실천의식에 감탄했습니다.
3. 스웨덴의 상징 목각 말 인형
갑자기 웬 말이 나오냐구요? 이 말은 보통 말이 아닙니다. 바로 '달라호스(Dalahorse)'입니다. 달라호스는 스웨덴 사람들이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전통 목각 말 인형입니다. 이 목각 말 인형은 스웨덴의 달라르나(dalarna)지방에서 스웨덴의 겨울 밤, 모닥불에 둘러앉아 아이들에게 직접 만들어 준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말은 스웨덴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말 모양의 장난감을 만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복 주머니처럼, 스웨덴에도 행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이 있다고 하니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이 주는 기쁨이 실로 대단하다고 느꼈답니다.
4. 예술가의 창의성을 사랑하는 주류 브랜드
앱솔루트(ABSOLUT)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보드카 브랜드로,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 스웨덴 유명 청정지역인 아후스(Ahus)지방의 청정 샘물과 최고급 겨울 밀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앱솔루트는 창의적이며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스웨덴 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브랜드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기업을 만드는 원천을 '창의성'이라고 여기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그 정체성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병 자체의 디자인은 30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반면 병의 패키지는 다채롭고 독특해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 했어요. 앱솔루트의 패키징이 예술가들의 작업물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물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스웨덴이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5. 정답이 없는 장난감 브랜드
'njuta, lära sig, spela(뉴타, 라라시크, 스펠라)'는 '즐기고, 배우고, 놀자'라는 뜻의 스웨덴어입니다. 스웨덴의 교육은 아이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며, 스스로 탐구하며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교육이 이론적 학습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스웨덴 교육의 특징이지요. 브리오는 스웨덴 왕실의 인증을 받은 스웨덴 고유의 장난감인데요. 브리오에는 다른 장난감 회사에 '없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놀이의 정답이 없고 둘째, 성별의 구분이 없으며 셋째, 작은 부품이 없습니다. 이는 어린 아이들이 놀이할 때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렸을 때부터 정답과 오답, 여자용과 남자용을 구분했던 우리나라의 교육과는 사뭇 다릅니다. 교육이 지식의 습득을 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스웨덴 사람들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나봅니다.
# 스웨덴 예술가들 이야기
1. 칼 라르손(Carl Larson)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국민화가로, 스웨덴 미술공예운동의 대표자로도 꼽히는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은 19세기 스칸디나비안 민속 예술에 기반을 둔 스웨덴의 디자인과 가구 문화를 발전시켜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따뜻한 색감과 세밀한 펜 터치에서 칼 라르손의 세상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칼 라르손의 그림을 단순히 평면으로 보고만 넘어가실 줄 알았다면 그건 큰 오산입니다! 바로 다음 전시관에서, 칼 라르손의 작품이 입체적으로 구현된 공간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이곳에 발을 들이면, 아마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되신 듯 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실제 작품의 사진을 미리 찍어놓고 사진과 구현된 공간을 비교해보면서 관람하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 ABBA(아바)
스웨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ABBA! 'Mamma Mia' ,'Dancing Queen' ,'Honey Honey' 등 전 세계를 강타한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이죠. 벽면에 걸린 'ABBA QUIZ'의 판넬을 뒤집으면 아마 대부분이 답을 알고 있을 문제인 “그룹 이름이 '아바'인 이유”부터 시작해서 아바를 안다면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에 관한 답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바로 변신해볼 수도 있습니다! 아바의 무대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입어보시고 옆에 있는 포토 월에서 추억이 될 만한 사진을 남겨 보세요. 또, 아바의 LP판을 직접 틀어볼 수도 있습니다. 전시회장에 울려 퍼지는 아바의 음악 덕분인지 관람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어요.
3. 스웨덴 문학가들
스웨덴의 문학가들은 특유의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의 경우, 제가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읽었던 소설인데요. 삐삐의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에 빠져서 저와 삐삐가 닮은 것이라곤 주근깨 하나이지만 한동안 삐삐 행세를 한 적도 있습니다. 또,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에서는 급변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는 주인공 알란의 모습이 우리를 웃게 만듭니다. 진지한 사색보다는 유쾌한 농담 한 마디를 더 좋아하는 제게 스웨덴 문학은 편안함을 줍니다. 가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고 싶을 때, 스웨덴 문학을 읽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지금까지 스웨덴 디자인·문화전 '헤이 스웨덴'을 둘러봤는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웨덴과는 또 다른 모습의 스웨덴을 보면서 지금의 스웨덴 문화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자유로움 속에서 마음껏 발산된 호기심이 곧 창의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문화적 혁신의 발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스웨덴 국민들이 '라곰 문화' 속에서 실용성을 추구해왔던 것에 놀랐어요. 적당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추구해온 실용성이 다시금 '피카 문화'로 대변되는 여유로운 삶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니, 새삼 스웨덴 국민들이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저도 이렇게 멋있게 살아가려면 욕심을 더 내려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충분함 속에 자리 잡은 여유로움'을 느끼며 'Swedish'하게 인생을 가꿔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 헤이 스웨덴 (Hej Sweden) ]
장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일정: 4/12(금)~6/30(일)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휴관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일반: 8,000원 / 청소년(24세 이하) 및 어린이: 6,000원
문의전화: 1577-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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