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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료칸 비교 체험기! 가성비 료칸 vs 나심비 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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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6. 16:06

일본의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에서는 단순히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통 코스요리인 가이세키도 맛볼 수 있고, 온천도 즐길 수 있으며, 일본의 전통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는데요, 료칸의 숙박비는 1박 기준 1인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합니다. 

저는 지난 교토 여행에서 전통 료칸과 프리미엄 료칸, 두 곳에서 각각 1박씩 체험해 봤어요. 오늘은 가격 대비 만족스러웠던 가성비 료칸과 비용은 고가이지만 모든 것이 감동이었던 나심비 료칸의 비교 체험기를 들려 드릴게요. 


# 가성비 료칸, 모미지야 료칸

료칸은 대부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요, 그래서 료칸까지 이동은 그 지역의 교통요지에서 송영차량 혹은 택시를 이용하게 됩니다. 제가 머물렀던 교토 모미지야 료칸은 교토역에서 4정거장 떨어진 JR 하나조노역 앞에서 무료 송영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어요. 버스에 오른 후 15분 정도를 달리자 료칸에 도착했습니다. 


교토의 타카오 지역에 위치한 모미지야 료칸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료칸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객실 중 저는 별채 아사기리노마에서 하룻밤 숙박을 해 봤어요. 


2개의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일본 전통 스타일의 객실은 100년 전통을 가진 곳답게 옛날 가구와 소품을 최대한 이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래된 좌식 화장대 거울에 커버가 씌워져 있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체크인 후 밖이 금세 어두워져서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주위가 온통 나무이고 강이 내려다 보여서 산 속 별장에 쉬러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머물렀던 이 객실에서는 6월 초부터 7월 초에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고 해요.


석식을 예약한 시간이 되자 객실 내에서 애피타이저부터 차례로 서비스되었습니다. 참고로 이곳 모미지야 료칸은 하계시즌(6월~9월)에는 객실 내 식사가 아닌 별도 계곡 근처에서 석식이 준비되는데요,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마이코(나이가 어린 게이샤 견습생)의 공연도 진행된다고 합니다.


요리는 전반적으로 무척 훌륭했습니다. 해삼을 곁들인 과일볼을 시작으로 가자미, 참치, 새우 사시미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최고였고요, 일본식 무조림은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복어튀김과 개인화로에 나온 소고기 요리 역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비프 스테이크가 부럽지 않은 맛이었어요. 교토, 고베 등 간사이 지방의 소고기 맛이 아주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한두 가지는 입맛에 안 맞을 법도 한데, 한 접시도 안 남기고 올 클리어 했습니다.

일본식 밤이 들어간 옥돔찜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나왔던 코스에서 튀기고 구운 요리로 위장을 살짝 자극시켰다면, 마무리로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가이세키 요리의 마지막에는 밥, 국, 찬(절임류)이 나오는데요, 두부와 일본식 순무, 당근이 들어간 국도 간이 짜지 않고 맛있었지만 특히 계절 채소로 만든 피클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도저히 밥 한 그릇을 뚝딱 안 비울 수 없겠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차와 함께 나온 과일과 와인젤리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참고로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는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매월 메뉴가 다르게 나온다고 해요.

 

가이세키 요리를 맛있게 먹은 후, 료칸 직원분들이 객실로 와서 이부자리를 펴주셨어요. 일본 전통 스타일의 이불을 덮고 꿀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초록색 나뭇잎이 아주 싱그럽게 반겨 주었습니다. 가을 단풍철에 이곳에 오면 얼마나 더 멋질까요? 


자연의 싱그러운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또 흡수하며, 개인 노천탕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일본 온천에 들어갈 때는 탈의실에서 옷을 전부 벗어야 하고, 탕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몸을 헹궈야 합니다. 수영복을 입으면 예의에 어긋나니, 반드시 벗은 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 주세요. 일본 료칸의 대욕장의 경우 남탕과 여탕을 번갈아 사용하는 료칸도 많은데요, 하루는 남탕이 됐다가 다음날은 여탕으로 바뀔 수 있으니 출입구에 남녀 한자를 잘 살펴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개인 노천탕에서 상쾌하게 온천을 즐기고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전날 밤 가이세키 요리를 너무 맛있게 먹은 탓에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막상 상차림을 보니 불끈 식욕이 솟아올랐어요. 막 지은 쌀밥, 미소국, 찬으로 이루어진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모미지야 료칸의 숙박 요금은 1인 1박 20만원대부터 시작인데요, 온천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맛있는 석식, 조식까지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생각하면 한 번쯤 이용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가이세키 요리, 뜨끈한 온천으로 재충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모미지야 료칸 

위치: 〒616-8289 京都市右京区梅ヶ畑高雄 

홈페이지: www.momijiya.jp 

문의: 075-871-1005


# 나심비 료칸, 호시노야 교토

한동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남)가 소비시장을 이끌었다면 요즘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를 넘어 나심비(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가격에 상관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소비 심리)가 뜨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하죠.

제가 하룻밤 머물렀던 프리미엄 료칸, ‘호시노야 교토’는 교토 내에서도 ‘가장 교토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아라시야마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라시야마는 예로부터 귀족들의 별장지로 유명한 곳인데요, 아라시야마의 관광 명소인 도게츠교 인근에서 송영 보트를 타고 10여 분 동안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호시노야 교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선착장의 보트 타는 곳 바로 옆에 리셉션 건물이 있다는 것이에요. 


리셉션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전용 데스크와 고객들이 편히 기다릴 수 있는 라운지가 있고, 한 켠에는 기념품숍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프리미엄 료칸답게 굉장히 고급스럽고 소장욕구 돋는 레어템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어요.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웰컴티를 마시면서 체크인을 진행한 후, 송영 보트를 타고 료칸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라시야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목조다리 도게츠교가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잠시 후 료칸 선착장에 이르렀습니다. ‘수변의 사저(물가의 개인 저택)’를 콘셉트로 지어진 호시노야 교토 료칸의 모든 객실에서는 강을 조망할 수 있어 아라시야마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데요, 100년의 정취를 지닌 귀족의 별장을 료칸으로 리노베이션 하기 위해 허가를 얻는 데만 무려 7~8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총 5개 타입, 25개 객실을 보유한 호시노야 교토 료칸에서 제가 하룻밤 머물렀던 객실은 서양식 침실과 다다미룸 응접실이 있는 츠키하시(Tsukihashi) 타입이었어요. 다다미룸에 놓인 거실 소파에서 두 면의 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해가 지고 어두워진 후에 객실에 들어갔더니 강 전망이 보이지 않아 좀 아쉬웠어요. 

 

욕실은 세면대와 욕조, 샤워 공간이 분리가 되어 있었는데요. 바닥이 온돌처럼 따뜻해서 찜질방에 온 기분도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욕실 용품은 물론 입욕제와 온도계까지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었어요. 다만 이곳 료칸에는 온천시설이 따로 없고, 개인 욕실에 히노끼 욕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객실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석식 가이세키 요리를 먹기 위해 다이닝 레스토랑 건물로 이동했는데요(료칸에 따라 석식을 개별 룸에서 먹는 경우도 있고, 전용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료칸 이용시, 석식과 다음날 조식을 몇 시에 먹을지 미리 예약해 두어야 합니다. 

전통과 현대적인 것이 아주 멋스럽고 세련되게 조화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가 시작됐어요. 가이세키 요리는 료칸 체험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코스 하나하나에 뜻이 담겨 있고, 알맞은 격식이 있습니다. 호시노야 교토의 석식은 서양식을 가미시킨 퓨전 가이세키 요리로, 특히 플레이팅이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어요.


일본식 양배추 육수가 곁들여진 푸아그라, 쫀득쫀득한 질감에 은은한 단맛이 나는 복 사시미, 찹쌀 모찌떡이 들어간 자라탕, 미소된장으로 양념한 방어 구이, 숯불에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와 익힌 계절 야채 요리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든 요리들이 계속해서 나와 쉴 새 없이 입이 호강했습니다.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는 예로부터 일본 전역의 식재료가 한데 모이는 곳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요리가 더욱 발달을 하게 되었는데요, 모든 메뉴 앞에 ‘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약 두 시간 가량에 걸쳐 제공된 코스의 마무리는 계절 재료를 넣어 영양 가득한 솥밥과 일본식 채소 절임인 츠케모노, 그리고 담백한 미소 된장국이었어요. 디저트로 나온 퐁당 쇼콜라는 적당히 달면서 부드럽고 깊은 맛이었는데요, 지금까지 코스요리로 즐겼던 오미지자이(5가지 맛: 단맛, 매운맛, 짠맛, 신맛, 쓴맛)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저녁을 마친 후 문화체험실로 향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옛 귀족들이 즐겼던 놀이를 직접 체험하는 한편, 교토의 명물 중 하나인 말차를 다과와 함께 맛볼 수 있었어요. 료칸에서는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가 제공되니,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잠들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휴식장소인 라이브러리 & 라운지에 들러 봤습니다. 이곳은 책, 차와 다과가 마련되어 있는 공간으로, 24시간 오픈되어 있는데요, 매일 저녁시간에는 일본 전통 향주머니를 만들 수 있는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료칸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름다운 자연이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귓가에 들리는 건 새소리와 물소리뿐! 미세먼지라고는 1도 없는 달콤하고 청량한 공기를 마셨더니 가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조식은 객실 다다미방에서 먹게 되었는데요, 전날 밤 미리 일식과 서양식 각 1가지씩을 신청했는데, 예약시간에 딱 맞게 룸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상이 다 차려진 후 직원 분이 식사 방법에 대해 영어로 알아 듣기 쉽게 설명을 해 주셨어요. 료칸에 머무는 동안 여러 번 느꼈던 거지만, 직원 분들의 친절과 애티튜드는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없이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침상을 받으며, 최고급 료칸을 찾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조식을 든든히 먹은 후 객실에서 나와 산책도 하고 티타임도 가졌습니다.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어요. 뮤직 테라피가 따로 없더라고요. 


천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아라시 산 근처의 계곡에 위치한 프리미엄 료칸, 호시노야 교토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해치지 않고 옛 것 그대로 보존하고자 한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수백 년 생명을 이어온 고사리, 이끼, 이름 모를 풀들, 새소리, 물소리, 풀벌레 소리까지 자연과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었어요. 

이곳의 모든 객실은 강이 보이도록 배치가 되어 있는데요, 제가 머물렀던 츠키하시 타입은 가장 상위 룸이라서 숙박비가 상당히 고가였지만,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머물 수 있는 객실도 있고, 1인이 머물 수 있는 작은 룸도 있으니 예산에 맞게 예약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꿈 같은 하루를 보낸 후, 아쉬움을 가득 안고 다시 돌아오는 배에 올랐습니다. 배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료칸 직원 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호시노야 교토

위치: 〒 616-0007 京都市西京区嵐山元録山町11-2 

홈페이지: www.hoshinoyakyoto.jp

문의: 075-871-0001 


지금까지 가성비와 나심비를 만족시킬 만한 교토의 료칸을 각각 비교체험 해봤는데요, 일본의 료칸들은 각자 그곳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딜 가셔도 색다른 경험을 해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복잡한 머리를 비워내고 싶을 때, 나만의 힐링이 필요할 때에는 료칸으로 떠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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