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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마스터클래스로 대상작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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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 20:06

예전보다 밤바람이 많이 시원해진 것을 보니 무더웠던 여름도 한걸음 물러가고 어느새 가을이 훌쩍 다가온 느낌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일기예보,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곤 합니다. 서울의 중심, 종로 1번지에 있는 교보생명 본사 빌딩에도 4계절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죠. 바로 3개월에 한번씩 계절의 변화가 느껴질 때쯤 교보생명빌딩을 장식하는 광화문글판입니다. 1991년부터 시작해 30주년을 눈 앞에 둔 광화문글판은 매년 가을에는 대학생이 디자인한 새 옷을 입습니다. 


9월엔 대학생이 만든 광화문글판

 광화문글판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입니다. 1991년 교보생명을 창립한 故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는데요. 초기에는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감성적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답니다. 교보생명은 2015년 광화문글판 25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광화문글판을 장식했던 문구들을 모아서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라는 기념집을 발간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았죠. 이제 광화문글판은 각 지자체와 민간기업들도 많이 따라할 정도로 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광화문글판은 1년에 4번,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뀝니다. 시민들에게 공모받은 문구를 바탕으로 선정위원회가 글을 정하고, 전문 디자이너가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2014년부터는 가을편에 조금 특별한 변화가 생겼는데, 바로 대학생이 만든 디자인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교보생명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꿈을 향한 디딤돌을 마련하고자 지난 2014년부터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시작하였습니다. 매년 수백 작품이 몰리는 이 공모전을 통해 광화문글판은 역사와 전통에 청춘이라는 신선한 감각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2019년 광화문글판 가을편의 문구는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발췌했습니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시의 일부분을 읽었는데도, 가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것 같네요


마스터클래스로 좀더 디테일한 업그레이드


2019년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이 지난 7월 한 달간 열렸습니다. 개성있는 수백개의 작품들이 접수됐는데 2차례의 심사를 거쳐 15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습니다. 15편 중 7편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누리는데, 이중 대상 수상자는 상금 300만원 외 광화문글판 전문 디자이너와 만나는 ‘마스터클래스’ 기회도 주어집니다. 학생들에게 실무를 진행하는 베테랑 현업 디자이너와 만나는 것은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넘어서 실무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간이죠. 2019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자를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나봤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교보생명 가꿈사 블로그 독자 여러분. 저는 성신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23살 홍나라입니다.


Q. 오늘 마스터클래스 어땠어요? 

개인적으로도 수상 작품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부분부터 나뭇잎에 표현한 구멍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이야기해 주셔서 도움이 컸어요. 마스터클래스를 통해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광화문글판은 종이 재질이 아니라 두꺼운 천에 인쇄되기 때문에 색감이나 마감에서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런 건 실무경험이 없으면 배우기 힘든 건데, 다양한 정보와 노하우도 얻을 수 있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Q. 대상을 수상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척 당황했어요. 아직도 실감이 많이 안 나고 얼떨떨합니다. 평소 로고 디자인 위주로 작은 규모의 공모전을 준비해와서 이렇게 큰 규모의 공모전 수상은 처음이거든요. 놀랍기도 하고 기쁩니다.


Q. 작품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심에 자리한 교보생명빌딩에 걸리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보셨나요?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실은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어요. 9월에 걸린 광화문글판을 보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아요. 


Q. 대상작 설명을 부탁드려요.

가을은 서서히 비워지는 나무들과 차가운 바람이 쓸쓸함을 자아내지만, 빈 만큼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선물합니다. 또, 빈 공간 사이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별빛과 따뜻한 햇살을 선물해주는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질 때 느껴지는 가을의 쓸쓸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글자를 나뭇잎 안에 배치하여 애벌레가 갉아먹은 듯한 느낌이 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표현해봤습니다.


Q. 작품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요소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디자인 결과물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에 대해 신경 쓰는 편이라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여러 시안을 만들고 조금씩 좁혀 나갔습니다. 비교적 단순한 일러스트의 형식이었기에 자칫하면 너무 빈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나뭇잎의 결에 밀도를 추가하고, 나뭇잎 안의 구멍이나 조연인 나뭇잎들의 여백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업 중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제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작가가 작품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를 하면 관람객들은 한정된 상상력을 갖고 보게 된다는 말씀이었어요 어려운 부분이지만 저는 작품을 만들 때 감성적인 느낌을 살리면서 직관적인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완성된 디자인 작품들은 대부분 대중에게 노출돼잖아요. 그래서 작가의 시선이 아닌, 모두가 한눈에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디자인을 하려고 합니다. 이번 작품도 시 문구 내용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녹여내려고 했습니다.


Q. 디자인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생활 주변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공모전 같은 경우에는 도심 가로수 나뭇잎을 유심히 관찰했어요.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길에 한참동안 나무만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이처럼 주변의 일상 속 한 부분에 집중하여 아이디어를 찾는 편입니다.  


Q.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공익광고 포스터를 봤는데 단순한 카피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신기했어요. 그 이후에 제가 겪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해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잡게 됐네요. 


출처: 태국건강증진재단 공익광고

Q. 인상 깊었던 공익 광고 한 편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졸음운전 방지에 대한 태국건강증진재단 공익광고 포스터예요. 운전자의 눈꺼풀의 위쪽에는 차가, 아래에는 아빠와 아이가 그려져 있어요. 눈이 감기면 두 이미지가 가까워지면서 사고가 난다는 것을 암시하는 광고였어요. 광고만 보는데도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공익광고 중 하나입니다. 


Q. 준비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많이 받았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초안은 원래 지금과 완전히 반대였어요. 친언니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조언도 많이 얻었죠. 주변에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귀찮게 굴면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어요. 이런 노력과 도움이 결실을 맺은 거 같아요. 


Q. 받게 되는 상금은 어디에 사용할 예정인가요?

이제 곧 졸업전시회도 준비해야 하니까 대부분 학비로 들어갈 것 같아요. 우선 적금부터 만들려고 생각 중이에요! 


Q. 다음 공모전을 준비할 대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부담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스스로가 못 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부담 없이 지원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함께 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교보생명 가꿈사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려요.

갑자기 찾아온 가을처럼 제 작품 많이 사랑해주세요! 하늘도 한번 보고 나뭇잎에 구멍이 있으면 햇빛도 비춰 보시고 시원한 가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마스터클래스

대상 수상자 홍나라 씨의 인터뷰에서 마스터클래스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 주셨어요. 답변 해주신 대로 광화문글판은 가로 20M 정도의 커다란 인쇄물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을 편의 작품이 선정되면 대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됩니다. 이다커뮤니케이션즈의 BA기획팀에서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왕호경 과장과 마스터클래스에 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수상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시는지 궁금합니다.

광화문글판의 사이즈는 가로 20m 세로 8m로 매우 크죠. 학생 입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대형 인쇄물이기 때문에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실제 인쇄를 진행할 경우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에 대한 조언을 주고 있습니다. 

Q.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광화문글판을 담당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2013년도 여름 편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서 발췌한 글로 유독 그 글귀에 감정이입이 됐죠.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성표 작가님의 그림과도 아주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작품 속 글귀처럼 나였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지 계속 생각해보게 되네요.


Q. 광고회사에서 근무하시면서 얻은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과 좋은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트 하지 말자’ 입니다. 디자인은 명확한 목적과 이유가 있습니다. 고객이 공감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죠.


Q. 광화문글판만의 매력을 찾아보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같은 글귀를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가령 이번 문안을 보고도 어떤 이는 나뭇잎을 먹은 벌레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이고, 어떤 이는 먹이로 내어주는 나뭇잎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Q.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인문학이 있다는 점 같습니다. 일반 공모전과 다르게 광화문글판 디자인 공모전은 시 또는 발췌된 문안이 있기 때문에 공모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글의 의미를 되새기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한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을 것 같아요.

 

Q. 내년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할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광화문글판에는 일반 광고공모전과는 다른 ‘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광화문 ‘그림판’이 아닌 광화문글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해요.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니라 가을 문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표현해야 개성 있고 멋진 작품이 나올 거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의 마스터클래스 현장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하나의 광화문글판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광화문글판 가을편처럼 가로수 속 구멍 난 나뭇잎을 보면 가을을 위해 노력한 여름을 돌아보며 빨간 단풍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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