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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방울방울, 레트로 감성 돋는 ‘서울생활사박물관’ 2019. 11. 11. 10:00

감성과 추억을 자극하는 ‘레트로’ 열풍이 한창입니다. 중장년에게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하게 하고, 이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매력을 주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추억을 생생한 인터뷰와 관련 유물을 통해 회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서울생활사박물관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장롱 속 물건들이 하나의 역사가 되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서울생활사박물관으로 함께 떠나 보실까요? 


1. 희망을 가득 품은 '서울풍경'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의 옛 북부지방법원 부지에 조성된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기존의 법원, 검찰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9년 9월 26일 개관한 곳입니다. 해방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일상 생활사를 결혼, 출산, 교육 등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어요.

1층 전시실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서울이 현재의 발전한 도시가 되기까지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입니다. 희망을 찾아 부지런히 살아온 서울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시대별 사진, 영상자료 등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아이가 감상하고 있는 사진 속 작품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남산의 동일한 장소에서 서울의 전경을 영상으로 기록해 놓은 ‘서울파노라마’라는 작품으로, 빠르게 변화한 서울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1975년에 개발된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원 택시도 전시되어 있는데요, 포니원 택시는 1976년에 판매되기 시작한 후 같은 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43.5%의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해요. 저희 아이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 나오는 택시 아니냐며 반가워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져서 찾아 보기 힘든 ‘삐삐’(무선호출기)와 발신전용 시티폰, 초창기 휴대폰 등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저기 전시되어 있던 기기들을 한 번씩은 모두 사용해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어요. 


옛날 음료, 주류병들도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S사 라면의 시대별 포장재와 가격대도 한 눈에 볼 수 있었죠. 아이들은 자신들이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 병들의 예전 모습을 보며 신기해 했고, 저는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서울 사람들의 ‘서울살이’

2층 전시실은 서울에서 살아온 ‘서울 사람’들에 대한 전시 공간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어요.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거실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포토존도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들이 서로의 짝을 만나 가족을 이루는 결혼 풍경도 흥미로웠는데요, 1955년 한복 웨딩드레스부터 1970년대 서양식 웨딩드레스, 경제 호황기였던 1980년대의 웨딩드레스까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웨딩드레스의 변천사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문화를 봤으니 출산과 육아문화도 빼놓을 수 없겠죠? 출산 방식의 변화에서부터 우량아 선발대회, 가족계획사업과 해방 이후 서울내기들의 어린 시절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다산이 미덕이던 1955년~1962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800만명에 이르고, 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부의 표어까지도 등장했지만, 현재는 출산율이 1.0명을 밑돌고, 오히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죠.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출산과 육아 문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3. 바쁜 일상, 그리고 ‘서울의 꿈’

3층 전시실은 ‘서울의 꿈’을 테마로 서울 사람들의 바쁜 일상에 대해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집의 변천 과정, 열성적인 자녀교육, 가족을 위해 바쁘게 일을 했던 부모님들의 직업 이야기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1950년대 연탄 아궁이와 입식 개수대가 자리했던 부엌이 1970년대에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주방으로 바뀐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해방 이후 초등 교육의 확대 과정, 중고등학교의 입시제도 변화 등 교육과정의 변천사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교복, 책가방, 교과서, 상장, 생활통지표, 학용품 등의 전시물을 구경했고, 현재 자신의 모습과 어른들의 학창시절을 비교하며 재미있어했어요.


4. 시민의 소장품으로 꾸민 ‘수집가의 방’ 특별전

4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서울생활사박물관 개관을 맞아 시민들의 소장품으로 꾸민 ‘수집가의 방’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오는 11월 30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 전시에서는 미술작가, 스포츠신문 수집가, 올림픽 홍보 전문가, 공연문화 애호가, 연극평론가, 그릇 수집가, 카드 수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수집가들이 모은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취미로 소장품을 모으게 된 계기와 에피소드들도 들어 볼 수 있어 흥미를 더했어요.


내부로 들어서면, 음악라운지, 서울스타디움, 연극의 거리, 그릇의 집, 포켓몬 체육관 등 다양한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는데요, 이 모든 것이 개인의 소장품이라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최근 포켓몬 카드 수집에 푹 빠져 있는 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던 포켓몬 카드를 얼른 꺼내 인증샷을 남겼어요.


5. 어린이 체험실 옴팡놀이터, 법정체험실

서울생활사박물관에는 전시 관람 외에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1층에 있는 어린이 체험실 ‘옴팡 놀이터’와 ‘법정 체험실’인데요, 어린이 체험실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해 예약한 후 이용할 수 있어요. 저희 가족은 예약을 못하고 갔지만 마침 잔여석이 있어서 운 좋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옴팡놀이터는 회차 당 80명 정원, 1시간 20분씩 이용 가능하고 이용료는 무료예요. 


옴팡놀이터 1층에서는 곤충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통해 오감 놀이를 할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우리 동네, 이웃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36개월 이상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입장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용해 보니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가장 재밌게 놀만 한 시설이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저희 아들도 신나게 놀다 왔습니다. 


6. 실감나는 구치감 시설 체험

서울생활사박물관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한 별관동에는 구치감 전시실이 있어요. 구치감은 1974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미결수들이 일시적으로 머물던 장소인데요, 장소가 갖는 역사성을 살려 관람객이 직접 구치감 시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재현되어 있습니다. 구치감 앞에는 공판을 마치고 나와 후회하는 피고인과 그를 위로하는 변호사, 그리고 교도관의 모습을 표현한 동상 작품이 세워져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띄었어요.


구치감 전시실로 들어서면 바로 교도관과 수용자 복장을 체험하는 공간이 나옵니다. 교도관, 수용자 복장을 입고 구치감을 둘러보면 더 실감나는데요, 저희 아이들은 두 명 모두 교도관 복장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리 체험일지라도 수용자 옷은 정말 입기 싫었나 보더라고요.

수용자들이 사용하던 물품들을 보고, 혼자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독방에 갇혀 보기도 하면서 수용자들의 생활이 어땠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예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내 구치감 시설을 일부 수리해서 교정시설에서의 실제 수용 생활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고 하니, 이곳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7. 서울의 옛 골목길 나들이

면회실을 나서면 서울의 옛 골목길이 펼쳐집니다. 1960년~80년대 서울의 생활모습이 아기자기하고 정겹게 꾸며져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죠. 음악다방, 만화방, 자취방, 문방구 등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점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곳곳에 낡은 공중전화와 자전거, 못난이 인형 등 디테일한 소품들과 옛날식 간판들이 복고풍의 분위기를 뿜어냈습니다.


공릉만화방에서는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잠시 앉아서 만화책을 훑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문방구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아들은 진열되어 있는 각종 불량식품과 놀이감들을 한참 보더니, “엄마! 뽀로로랑 아기상어는 여기 문방구랑 어울리지 않아요”라며 옥의 티를 발견했어요. 


서울생활사박물관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입장료: 무료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74길 27 (지하철 6,7호선 태릉입구역 5번, 6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

문의: 02-3399-2900

홈페이지: www.museum.seoul.kr/sulm/index.do


지금까지 서울생활사박물관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는데요, 온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훈훈한 시간을 갖게 해주는 박물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구치감이라는 시설을 아이들과 체험해 보는 것도 이색적이었어요. 개관한지 얼마 안 되어 시설도 쾌적하고, 무엇보다 이용료가 무료라는 점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날이 추워지면, 가족들과 가볍게 나들이 가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