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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에 숨은 비밀의 공간? 배수펌프장의 변신, 마곡문화관 2020. 2. 13. 17:46

지난 2018년 10월,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서울식물원은 도심 속 힐링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어느새 서울시민들의 명소가 된 공간입니다. 그런데 서울식물원에는 다양한 식물들 외에 또 다른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은 서울식물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마곡문화관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버려진 건물, 등록문화재가 되다!

서울식물원 내에 위치한 마곡문화관은 구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으로, 안정적인 논농사를 위해 마곡 일대 평야의 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한국 근대 산업 문화유산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건축물로, 2007년 등록문화재 제 363호로 등록되었죠. 대홍수에도 펌프장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4m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체 위에 목구조로 지어진 이 배수펌프장은 1980년대 도시화로 인해 평야가 사라지면서 90년대에 용도 폐지되었고, 서울식물원이 조성되면서 보강 및 보수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마곡문화관은 복원 전에는 고물상으로 사용되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서울식물원이 조성되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냈는데요, 1층은 기획전시실로, 2층은 상설전시실로 꾸며졌고 지하공간은 배수펌프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현재는 다채로운 전시와 문화행사, 공연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겸재 정선과 반 고흐의 운명적인 만남

이번에 찾은 마곡문화관에서는 반가운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의 기획전인 ‘빛의 조우’전이었는데요, 빛의 조우는 1740~1745년, 현재의 서울식물원이 위치한 강서지역(양천현)에서 현령을 지냈던 겸재 정선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전시입니다. 작가의 신작인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을 비롯해 ‘박연폭포’, ‘인왕제색도’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어요.

이이남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같은 고전 작품들에 디지털의 빛을 비춰 또 다른 가치를 발현해내는 작가입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공간이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에 빛을 뿜어내는 작가의 작품이 잘 어우러져 특별한 감동이 느껴졌어요. 

겸재 정선의 8폭 병풍인 ‘양천팔경첩’을 재해석해 탄생한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은 그가 살았던 양천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8폭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사계절의 다채로운 변화와 산수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정선의 ‘박연폭포’는 실제의 폭포보다 과장되게 크게 그려졌는데요, 이이남 작가의 박연폭포 역시 사람 키의 3배가 넘는 크기로 제작되어 진짜 폭포를 보는 듯한 실감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통해 1.5층의 공간으로 이동하면 3대의 LED 스크린을 통해 겸재 정선이 말을 타고 왼쪽의 모니터로 걸어가다가 고흐의 작품으로 들어간 후, 고흐의 자화상과 대화를 나누고 다시 자신의 작품으로 돌아오는 구성의 움직이는 영상회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해학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2층으로 올라가면 ‘그곳에 가고 싶다’와 ‘신단발령 만금강’, 두 개의 작품을 더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함께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고 작품 속의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었어요. 대부분의 관람객들 역시 쉽게 전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여운에 젖어 감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빛의 조우전

전시기간: 2019. 11. 21 ~ 2020. 4. 19

전시장소: 서울식물원 내 마곡문화관

관람시간: 화~일요일 10:00 ~ 17: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이이남 작가의 ‘빛의 조우’전은 겸재 정선과 반 고흐의 작품을 새로운 각도에서 감상해 볼 수 있던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된 동양과 서양의 명화는 생각보다 꽤 근사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서울식물원에 방문하신다면 역사적 가치를 지닌 마곡문화관에서 특별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도 놓치지 말고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