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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어울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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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6. 14:37

ㅣ추석 시ㅣ

지난 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장마도 길어서 우리를 힘들게 했는데요. '아, 더위는 언제 가는 거야~'를 외치며 보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때가 되니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과 함께 추석도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오늘은 추석 명절을 기다리며, 추석에 어울리는 시들을 모아 봤어요. 추석 하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죠.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고향길, 둥글고 노란 보름달, 반질반질 예쁜 송편, 따뜻한 어머니의 품… 여러분은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어떤 추석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모여 오손도손 가족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한눈에 그려져요. 달님도 올빼미도 깔깔거리며 웃는다는 표현도 너무 정겹고요. 한 폭에 그림 같은 이 풍경은 너무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네요. 우리가 항상 꿈꾸고 있는 추석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제 고향은 전북 고창인데, 읍내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서인지 추석에 대한 추억이 참 많아요. 제가 살던 동네는 온통 종친들만 사는 '집성촌'이어서 어디 갈 필요도 없이 친척들이 모두 모두 우리 동네로 모였어요.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음식도 함께 하고, 달맞이도 가고, 성묘도 가고 그랬지요.

런데 지금은 시골에 가도, 너무도 썰렁하기만 해요. 남아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명절이 되어도 역 귀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겠지요. '추석'하면 느껴지던 정취는 찾기 너무 어려워져 버렸어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소중해졌네요. 이런 기분은 저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의 정다운 고향은, 여러분의 따뜻했던 추억은 안녕하신가요?




추석

            - 유자효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이 시에는 많은 감정이 드러나고 있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 속을 썩였던 자신을 반성하고, 철부지였던 자신을 기다려주던 부모님이 이제는 곁에 없다는 아쉬움……. 그래도 추석을 맞아 자신을 찾아올 아들을 기다리며 서 있는 '나'는 달빛을 받으며, 용서받고 치유 받고 있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 명절에는 모든 것을 보듬어 주는 넉넉함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제 나이 벌써 서른. 곧 결혼을 앞둔 제게 어머니는 항상 그런 말씀을 하세요. "니가 애를 낳아 봐야 내 맘을 알지?" 정말 그런가 봐요. 자식은 자식이 생기기 전까지는 부모 마음을 알 수가 없나 봐요. 그리고 부모가 되어서야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왜 부모의 마음을 몰랐을까? 후회하나 봐요. 저기 저 시의 화자처럼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부모님을 생각하면 자식 된 사람 중 100이면 100 눈물을 글썽이게 돼요. 자식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 잘하고, 속 안 썩여도 부모님이 주신 사랑을 따라갈 수는 없어서인가 봐요. 부모님의 사랑을 헤아리고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훗날 부모님께 잘못 했던 일 떠올리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 조금만이라도 노력해서 부모님께 효도해 봐요, 우리. 달님이 아무리 용서해 준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속의 후회는 지우기 쉽지 않으니까요.




우리집

               - 이해인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 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이 시는 '우리집'이라는 말을 시각과 청각, 후각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그런데 그 표현들이 정말로 신기하게도 딱! 제가 쓰고 싶었던 표현들이에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이 시에서 '우리집'은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 사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그곳은 더 따뜻하고, 밝고, 좋은 향기가 나나 봐요.

명절이 되면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바쁜 일상을 잠깐 멈추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겠죠.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더 작은 일에 화가 나고 서운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만 같아요. 죽도록 싸울 때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깨지진 않아요. 왜냐면 가족이니까요. 주고받은 상처도 안고 다시 위로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내게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이 퇴근을 하고, 학교가 끝나고, 여행에서 돌아와도 가는 곳, 끝내는 돌아가는 곳, 우리집.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인 우리집. 우리집에 갈 수밖에 없는 건, 사랑하는 가족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겠죠? 이번 추석에는 고마운 가족의 손을 꼭 잡아 주세요. 그리고 꼭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주세요. 가족 간의 사랑이 2배, 3배 커질 수 있게 말이에요. 

이번 추석 연휴에는 포근한 '우리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고, 넉넉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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