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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꿈사랑

[광화문글판 여름 여행] 추석 귀향길 , 어릴 적 꿈을 키우며 놀던 그곳에서 그아이를 만나다.

l 추석 귀경길ㅣ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듯이 바뀌는 광화문글판. 지난 여름에는 천진함이 묻어나는 광화문글판 여름편이 시원한 하늘색을 입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서게 했습니다.

 

 

 

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광화문글판은 때론 아주 멀리 이끌어 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고향인 목표를 향해 떠났으니깐요. 1996년 친구결혼식 참석을 위해 가보고는 이번이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고 수많은 추억들이 스쳐지나 갑니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본 여행책자. 책에서 추천한 곳들을 메모해두었습니다.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여행 정보를 준비해오지 못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답니다.

어릴 적 다녔던 목포 기차역은 시대에 맞게 세련미가 조금 더해졌을 뿐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는데요. 목포에서 맛집으로 가장 인기가 있다는 장터의 꽃게 무침으로 목포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꽃게 속의 살만 발라서 무침으로 나온 꽃게 무침. 흰 밥에 얹어 쓱쓱 비벼 먹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빈 그릇만 남아 있을 정도로 그동안 먹어 보지 못한 색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꽃게 무침이 인기메뉴인 꽃게 요리 전문점 '장터'
목포시 금동 1가 1-1 / 061-244-8880 (12시 ~ 9시 30분까지, 매주 월요일 · 첫째 주 일요일 휴무)   

든든한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안 비치호텔 근처의 바다 구경을 가보기로 했어요. 어릴 적 목포에 유일하게 있었던 호텔이었는데 지금도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든든했습니다.

신안 비치 건너편 바다 가까이에 위치한 목포대교가 훤히 보이는 바닷가 근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접어 둔 추억에 잠겼습니다. '목포는 항구다 '라는 노래 가사 말처럼 바다를 벗 삼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오후,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와 살았던 옛 동네를 찾아 가보았는데요. 15년을 살았던 집은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보호펜스로 온통 둘려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그때를 회상하는 것 외에는 동네에서는 아무런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네요. 초등학교 또한 새로 지은 건물에 알아보기가 힘이 들었답니다.

어릴 적 그 아이를 기억하고 찾고 싶어하는 그 마음만으로 이곳저곳으로 발길을 옮겨보았습니다. 마음 안에 있는 그 아이가 뛰놀았던 골목길에서,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길목에서, 학교 운동장 철봉에 매달려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며...  아주 사소한 곳이지만 그 아이가 발길을 멈추었던 그곳에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걷다 보니 다니던 중학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는 거의 변함이 없이 예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늘 즐겁기만 하고 짓궂었던 그 아이가 생각이 납니다.

수학 선생님이 미워서 자전거 바퀴에 실핀으로 구멍을 내고 자수하여 광명을 찾은 사건이 언덕을 오르며 문득 떠올라 피식 웃었습니다. 함께 일을 벌였던 두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는데요. 고향에 오니 잊었던 친구들도 이렇게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그 아이는 추억을 먹으며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를 떠올릴 날만을 기다리며...

여름의 별미인 '민어회'를 먹기 위해 목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민어 거리의 '영란횟집'을 찾았습니다. 횟집 주인 보다 먼저 반기는 긴 대기 줄. 꼬리를 이어서 서서 기다리는 손님에게 나눠주는 누룽지로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랬답니다.

그 옛날 할머니가 손에 쥐여주는 노릇노릇 가마솥 누룽지가 떠올라 추억을 회상하게 했습니다.

민어는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한데요. 참치만 한 민어를 듬성듬성 회 쳐서 양배추 위에 올려져 나와 맛깔스러운 양념이 가득한 초장에 찍어 상추쌈을 해서 한 입 넣는 그 순간부터 맛은 최고였네요.

30년 전통의 민 요리 전문점 '영란 횟집'
목포시 중앙동 1가 1-1 / 061-243-7311 (오전 10시~ 오후 10시 까지, 명정 당일 휴무)  

바다의 낮도 좋지만, 밤바다는 여름날 더욱 진한 여운을 주기에 숙소가 많은 목포의 신도시 하당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하당에는 호텔과 모텔 등이 많아서 구성원에 맞는 숙소를 선택하면 좋을 듯합니다. 아이를 동반할 경우에는 호텔을, 아이의 동반이 없이 성인들만 있을 경우는 가격이 저렴한 모텔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샹그리아비치 관관호텔
목포시 상동 1144-7 / 061-285-0100 (http://www.shangriahotel.co.kr)

 

목포의 평화광장 앞바다에 설치된 부유식 음악 분수 ' 춤추는 바다 분수'. 이 분수가 목포 밤바다 위에 예쁘게 수를 놓는다는 소문을 듣고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가족단위로 나온 목포시민과 여행객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죠. 구수한 사투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와 춤추는 분수 못지않게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 맞춰 레이저쇼의 춤은 눈을 잠시라도 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춤추는 바다분수'

화~목요일과 일요일에는 2회(오후 8시, 8시40분),  금~토요일에는 3회(오후 8시, 8시40분, 9시20분) 공연

세계 최초의 초대형 부유식 바다 음악 분수는 목포의 자랑입니다. 바다 한가운데의 분수가 춤을 추니 마치 꿈을 꾸는 '한 여름 밤의 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형색색 화려함이 진흙 같은 어둠의 밤바다를 환히 비추고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동안 보았던 분수 쇼와는 차원이 달라 보였는데요.


분수 쇼가 끝나고 마지막 타임에는 불꽃 쇼도 이어졌답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도시에서 불꽃 쇼를 보기란 쉽지 않은데, 목포에서는 마치 일상과 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불꽃이 하나 둘 사라지면 다시 또 불꽃이 터져 나왔습니다. 끝이 없는 불꽃놀이에 어른도 아이도 모두 고개를 쳐들고 입을 벌려 환호를 뿜어냈답니다.

밤하늘과 밤바다를 온통 붉은 노을로 물들이며 모든 쇼는 끝이 났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불꽃 쇼까지 보고 나니 이번 목포여행은 금의환향해서 돌아온 이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는 듯한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꿈을 키우며 살았던 고향, 목포는 저의 나이와 함께 변화해 가고 있었습니다. 눈가의 주름이 열정보다는 여유를 보여주듯이 목포의 발전해 가는 모습이 점점 인자한 성인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화려한 밤바다를 등지고 돌아섰습니다. 

그 아이를 찾아 떠난 여행은 잊고 지냈던 나를 기억하게 했습니다.

이번 추석 귀향 길에 조금 시간을 내어 어릴 적 그 아이가 거닐었던 그 길을 걸어 보시면 그 아이를 만날 수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추억을 먹고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