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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라피의 광화문 길꽃 이야기 여섯 "봄소식에 놀라 꽃들은 다투어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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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5. 10:00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나가고 햇살 포근한 봄이 돌아왔습니다. 따뜻한 봄기운에 겨울 추위는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광화문광장 길거리 화분에는 봄꽃들이 가득 담겨 봄을 알리고 있어요. 길꽃들은 꽃을 피우기 바로 전에 심겨지기에 금방 활짝 피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답니다. 올해도 그린테라피는 변함없이 광화문광장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길꽃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길꽃, 라넌큘러스

라넌큘러스(Ranunculus)를 만나면 여러분들은 ‘장미’를 떠올릴 거예요.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도 아닌 것이, 꽃잎을 만져보면 장미와는 느낌이 달라요. 라넌큘러스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땅을 파보면 괴근 형태로 되어 있어요. 봄꽃 중에는 구근식물들이 많아요. 수선화, 무스카리 등도 그렇지요. 라넌큘러스는 원래 꽃잎을 5장 가진 아이지만 현재 길꽃으로 만날 수 있는 원예종들은 모두 겹꽃 형태에요. 덕분에 장미꽃 같은 미모를 가지고 있답니다.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서 키우기도 하지만 라넌큘러스는 절화 형태로 많이 활용해요. 꽃색이 다양하고 아름다워서 부케용 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꽃다발로 활용하여도 꽃이 커서 아주 풍성해진답니다. 라넌큘러스는 노란색, 백색, 빨간색, 분홍색, 연노랑색, 오렌지색 등 정말 다양한 꽃색을 자랑해요.


라넌큘러스의 학명은 라눈쿨루스 아시아티쿠스(Ranunculus asiaticus)를 써요.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올라가 있지 않습니다. 종소명인 아시아티쿠스(asiaticus)는 ‘아시아의’라는 의미로 라넌큘러스의 고향이 어딘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속명인 라눈쿨루스(Ranunculus)는 라틴어인 rana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개구리(little frog)’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꽃이름을 재미있게 지었지요. 이유는 라넌큘러스가 연못 주변 등 수분이 많은 땅에서 살고 있어 작은 개구리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말로는 ‘미나리아재비속’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길꽃, 알리섬

알리섬(Alyssum)을 만나면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눈으로 보지 말고 코로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꽃냄새를 맡아 보아야 한다는 얘기에요. 향기가 머리 속으로 파고들어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순간 왜 이 아이가 알리섬이라는 꽃이름보다 '향기 알리섬'이라고 불리는지 알게 됩니다. 알리섬의 영어 꽃이름이 바로 ‘sweet alyssum’이거든요. 알리섬 향기를 알게 되는 순간 바로 꽃에 고개를 파묻게 된다는 것, 광화문광장에 나와서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길꽃으로 만나는 알리섬은 십자화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알리섬이라는 꽃이름은 예전 속명 꽃이름에서 나왔어요. 당시 학명이 알리숨 마리티뭄(Alyssum maritimum)이었거든요. 속명 알리숨(Alyssum)은 우리 꽃이름으로 '꽃냉이속'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로불라리아 마리티마(Lobularia maritima)라고 다른 학명을 쓰고 있어요. 속명 로불라리아(Lobularia)는 라틴어로 '작게 찢어진 조각'을 의미하는 labulus에서 나왔으며, 종소명인 마리티마(maritima)는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marine boy)의 marine처럼 '바다의', '해변에서 자라는'의 의미입니다. 알리섬이 지중해 인근이 고향이어서 학명 꽃이름이 이렇게 정해진 것이에요.


알리섬의 꽃색은 참 다양합니다. 흰색, 보라색, 붉은색, 연분홍색 등이 있고, 3월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어 길꽃으로는 제격이에요.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나 우리나라에서 길꽃으로는 한해살이풀로 취급합니다.



세 번째 길꽃, 꽃양귀비

꽃양귀비는 흔히 개양귀비라고도 불리고 있어요. 하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은 꽃양귀비와 개양귀비를 구분하고 다른 종으로 분류합니다. 아시다시피 ‘양귀비’는 아편의 원료식물로 재배, 유통, 소지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예종 길꽃으로 만나는 아이는 양귀비처럼 아편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꽃이 크고 예뻐서 흔히 만나볼 수 있어요. 양귀비와 구분짓기 위하여 ‘꽃양귀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아이의 얼굴도 한 번 살펴볼까요.


정말 화려하지요? 양귀비라는 꽃이름은 중국 당나라 현종의 비였던 양옥환이라는 미인을 일컫는 말로, 미인의 이름을 꽃이름으로 쓴 거예요. 꽃양귀비의 이명 꽃이름에 ‘우미인초’라는 꽃이름이 쓰이는데, 초나라 항우의 애첩이자 역시 중국에서 미인으로 알려진 우미인을 꽃이름에 붙인 것입니다.

양귀비와 꽃양귀비를 간단하게 구분하는 법이 있어요. 양귀비는 줄기에 털이 없는데 꽃양귀비는 털이 많아요. 양귀비의 씨방은 동그란 모양인데 꽃양귀비는 길쭉해요.

꽃양귀비의 학명은 파파베르 누디카울레(Papaver nudicaule)를 씁니다. 영어 꽃이름은 Iceland poppy라고 불러요. 하지만 고향이 아이슬란드는 아니에요. 꽃양귀비의 고향은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중앙아시아의 산속 지역인 중국 북부, 등입니다. 주로 기후가 찬 곳에서 자라고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아요. 원산지에서는 노란색과 흰색 정도의 꽃색을 가지고 있는데, 원예종은 흰색, 오렌지색, 붉은색, 분홍색 등 참으로 다양한 꽃색을 육종하였습니다.


속명인 파파베르(Papaver)는 양귀비 꽃을 의미하는 고전라틴어에서 유래했어요. 종소명인 누디카울레(nudicaule)는 ‘벌거벗은 줄기의’라는 뜻으로 ‘줄기에 잎이 없다’라는 의미에요. 꽃양귀비를 자세히 보시면 왜 이런 꽃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답니다.



네 번째 길꽃, 금어초

금어초는 현삼과 금어초속(안티르히눔 Antirrhinum)으로 분류되는 꽃입니다. 한자로는 金魚草(금어초)라 쓰지요. 고향은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에요. 생김이 금붕어 같다고 하여 금어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명으로 ‘금붕어초’, ‘금붕어풀’이라는 꽃이름이 쓰이고, 참깨 꽃과 비슷하다 하여 ‘참깨풀’로도 불려요.

금어초는 하나의 꽃만 보면 꼭 용머리처럼 보인다고 하여 영어 꽃이름은 snapdragon으로 붙여졌습니다. 동서양이 하나의 꽃을 보고 전혀 다른 모습의 상상을 하고 꽃이름을 붙인 것이 특이해요.


금어초의 학명은 안티르히눔 마유스(Antirrhinum majus)를 씁니다. 금어초의 학명이 만들어진 것도 알아보면 재미는데요. 속명인 안티르히눔(Antirrhinum)은 그리스어로 ‘유사한(like)’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anti와 ‘코(nose)’를 가르키는 rhinos가 결합된 말입니다. 로마의 박물학자인 플리니(Pliny)가 금어초속 꽃에 붙인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종소명인 마유스(majus)는 ‘큰’, '거대한’이라는 말이에요. 금어초의 학명은 금어초의 화관(花冠)의 형태가 커다란 코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데서 붙여진 꽃이름인 것이죠. 금붕어와 용에 이어 ‘커다란 코’까지 정말 하나의 꽃을 보고 상상하는 모습은 얼마나 다양한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것이 바로 꽃이름을 알아가는 재미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꽃 공부를 한 번 시작해 보세요.


금어초도 길꽃으로 흰색, 노란색, 진홍색, 연홍색, 오렌지색 등 다양한 꽃색을 만날 수 있답니다. 여러 꽃색을 다양하게 심어 놓으면 또 다른 심미감을 가져다 줘요. 
 
우리나라 계절 중 봄과 가을이 갈수록 짧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봄이 왔나 싶었는데 벌써 더워지기 시작했네요. 봄꽃이 지면서 꽃가루도 날리기 시작했고요.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지고 계신 분은 특별히 건강관리에 유념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럼 전 다음 꽃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사내필진 8기 송우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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