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 없는 여인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코코 샤넬의 명언을 새삼 떠올리지 않더라도 향수는 어느덧 우리들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의상∙헤어∙메이크업에 뒤따르는 제4의 패션, 향수는 여성뿐 아니라 멋을 좀 아는 남성들에게도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오감(五感) 중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후각인 만큼, 나를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순간에는 향수의 힘 만한 것이 없을 듯 합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매혹적이고 은밀한 향수의 세계에 취해 보실래요?


# 종교의식에서 발전된 향수

향수(Perfume)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했던 화장품으로서 라틴어 ‘per(through)-fumum(the smoke)’, 즉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에서 유래됐습니다. 고대 향료는 향목을 불에 태워 향취를 내는 것이 주였으며 종교의식에 처음 사용되었다고 해요. 최초의 알코올 향수는 1370년경에 헝가리의 왕비 엘리자베스가 로즈마리를 알코올에 용해시켜 만든 ‘헝가리 워터’이며, 19세기에 인공 향의 합성법이 개발되면서 향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19세기 이후에는 오뜨 꾸뛰르들의 활발한 활동이 향수 발전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샤넬, 디올 등 요즈음에도 명품으로 꼽히는 향수 대부분이 이들 오뜨 꾸뛰르들의 이름을 브랜드화한 것입니다.


# 원액 비율에 따른 향수 종류와 구입 요령

향수는 부향률(향수에 포함된 향료의 농도)에 따라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오 드 코롱으로 분류합니다.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오 드 코롱

 부향률

 15~30%

 8~15%

 4~8%

 2~3%

 향 지속 시간

 6~7시간

5~6시간 

 3~5시간

 1~2시간

부향률은 퍼퓸보다 낮지만 향 지속 시간은 퍼퓸과 비슷해 가성비 면에서 훌륭한 것은 오 드 퍼퓸입니다. 향수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나 부드러운 향의 강도를 원한다면 오 드 뚜왈렛을 추천해 드려요.


향수를 살 때는 후각이 민감해지는 저녁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향수병 입구에 코를 직접 대고 향을 맡는 분은 안 계시죠? 향수를 시향지에 뿌려 5분쯤 후 알코올 냄새가 날아간 다음 10cm 정도 떨어뜨려 맡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꺼번에 세 종류 이상의 향은 맡지 않도록 하세요. 후각은 오감 중 가장 빨리 피로를 느끼는 감각이므로 한 번에 여러 향을 맡으면 감각이 둔해지게 됩니다. 

또 향수를 사러 매장에 들렀다면 점원이 테스트 종이(시향지)에 뿌려준 첫 향기에 만족했어도 바로 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향수는 뿌린 후 시간이 지날수록 향의 느낌이 변하기 때문인데요, 향수에 조합된 향료들마다 휘발하는 속도가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향수의 향은 뿌린 직후부터 15분 정도 나는 예리하고 자극적인 향을 가리키는 톱 노트(Top note), 30~60분 정도 지나 휘발성 알코올 성분이 날아간 뒤 남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향인 미들 노트(Middle note), 3시간 이상 경과 후 나는 중후하고 안정적인 잔향인 라스트 노트(Last note)의 3단계로 나뉩니다. 고급 향수일수록 라스트 노트가 깊이 있고 지속력이 좋은데요, 같은 향수를 쓰는데도 각자 다른 향이 나는 것은 그 사람의 체취와 미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후각은 호르몬 분비나 심리적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생리 중에는 향수 구매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TPO에 맞게 향수 잘 입는 법 & 보관 요령

아무리 신중하게 고른 향수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겠죠? 향수는 땀이나 먼지를 닦은 후 피부를 깨끗이 하고 사용해야 효과적입니다. 향이 너무 튀지 않도록 외출하기 30분 전쯤 소량씩 여러 곳에 바르는 것이 향을 오래 가게 하는데요, 오 드 코롱처럼 향 지속성이 짧은 향수는 자주 움직이고 체온이 높은 손목이나 귀 뒤에, 퍼퓸처럼 진한 향수는 하반신에 뿌려 향이 은은하게 퍼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향수를 손목에 뿌리고 양 손목을 서로 비비는 행동은 피해 주세요. 향수의 오일을 분해시켜서 향이 몸에 남아 있는 시간을 오히려 단축시키기 때문인데요, 흡수될 때까지 비비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좋습니다. 

향수는 원료 자체에 색이 있으므로 흰옷이나 실크, 가죽, 모피에는 직접 뿌리면 안 된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또 겨드랑이 아래, 팔꿈치 안쪽, 무릎 뒤 등 땀이 잘 나는 부분에 바르면 땀과 섞여 악취로 변할 수 있으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계절별로도 권하는 향수가 다른데요, 따뜻한 봄에는 달달한 플로랄과 프루티 등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향을, 습도와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에는 시트러스와 그린, 아쿠아, 라임 등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드는 향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조하고 추운 가을, 겨울에는 모든 향수를 사용할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향이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머스크, 오리엔탈 등 포근한 느낌의 농도 짙은 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과하게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에요! 밀폐된 실내에선 향이 강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를 처음 소개받는 자리라면 너무 진한 향보다는 플로랄 프레시나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한 향을, 파티나 데이트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오리엔탈과 플로랄 계열의 향수를 사용함으로써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에는 지적인 분위기의 플로럴 알데히드 계열이, 부부동반 모임에는 우아함을 표현해주는 오리엔탈 계열이, 친구들간의 모임에는 달콤한 바닐라향의 플로럴 계열이나 매력적인 잔향의 시프레 계열 향수가 잘 어울립니다.

성별에 따라 향을 나누는 것이 구태의연하고 무의미해진 요즈음,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골라 공유하는 젠더프리(Gender-free)가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CK 원 플래티넘 에디션,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블렌드, 톰포드 블랙오키드, 맥앤로건 웜홀, 스쿠데리아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 아쿠아 등이 그 대표적인 제품들이죠.


비싸게 주고 산 향수를 오랫동안 잘 사용하고 싶다면 보관 방법에도 신경을 쓰셔야 해요. 향수는 내용물 특성상 공기와 접하면 변질되므로 사용 후 뚜껑을 꼭 닫아 통풍이 잘 되고 직사광선이 없는 서늘한 곳, 15℃ 내외의 장소에 보관해야 합니다. 욕실 보관은 피해야 하는데요, 샤워할 때 나오는 열과 습기가 향수의 오일을 빨리 분해시켜서 향기를 변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본래 향의 보존 기간은 1년 정도이며 개봉 후 유효기간은 평균 3년으로 보면 됩니다. 다 쓴 향수 용기는 그냥 버리지 말고 뚜껑을 연 채로 옷장이나 서랍 구석에 놓아두면 은은하게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몇 번 쓰지 않은 향수의 유효기간이 지나 버렸다면, 그냥 버리지 말고 에탄올을 섞어 방향제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향수의 뚜껑 부분을 도구를 사용해 빼고 빈 디퓨저 통에 원하는 비율로 에탄올과 섞은 다음 우드스틱을 꽂아 두세요. 


# 향기가 향수의 전부는 아니다! 점점 진화하는 향수병 디자인

유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향수병에도 디자인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향수 업체들은 건축물·보석·자연·여체 등 다양한 이미지를 향기와 병 모양에 투영시키고 있는데요, 장 폴 고티에 향수는 남자와 여자의 몸을 모티브로 용기를 디자인한 것이 특징입니다. 엘리자베스 아덴의 ‘5th 애비뉴’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 거리의 건축물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엘리자베스 아덴 본사가 위치한 뉴욕 5번가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도시적 흥분을 용기 디자인에 고스란히 담은 것이라고 하네요. 존 바바토스 아티산 향수 용기는 등나무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시원한 재질감이 돋보입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향수를 만들 때도 본인의 개성을 최대한 강조하는데요, 빨강색, 은색, 패딩 천이 특징인 디자이너 카스텔바작의 향수병은 은색 몸체에 빨강색 뚜껑, 패딩 천을 연상시키는 울퉁불퉁한 표면을 갖고 있어 이색적입니다. 제니퍼 로퍼즈의 ‘라이브 럭스’는 클럽의 화려한 조명에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디자인으로, 병 주위를 빙빙 돌며 리본이 물결치듯 양각으로 새겨진 라인이 댄스의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해요. 

에스티 로더의 ‘인튜이션(직관)’은 ‘신의 눈물’이라 불리는 준보석 ‘호박’을 향과 용기 디자인에 사용했습니다. 호박을 쪼개 살갗에 대고 문질렀을 때 나는 매혹적 향을 향수로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프랑스의 유명 향수병 디자이너 세르쥬 망소가 디자인한 이 용기는 중앙에 눈물 방울 모양의 호박을 박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이색적인 향수 용기들은 화장대 위에 한두 개쯤 꼭 진열해두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지금까지 전해드린 향기로운 정보, 유용하셨나요? ‘입는다’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만큼 향수는 이제 화장품보다 패션과 더 밀접해졌는데요, 이 봄, 나만의 향기를 가진 사람으로 변신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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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수영 2019.05.21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 감사해용.
    향수의 모든 것이 담긴 글인 듯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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