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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아볼까? 18편] 이삭 줍기 문화와 양배추 물김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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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4. 10:00

제주도는 물이 땅에 고이지 않아서 하천이 발달하지 못해 주로 밭농사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날씨가 포근하고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서 일년 내내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 덕분에 작은 땅덩이에 비해 농산물이 풍족합니다.

제주도의 특산품인 감귤류뿐만 아니라 제주산 무, 감자,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는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죠. 오늘은 이 풍성한 농산물을 나누는 제주도의 정겨운 문화, ‘이삭 줍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삭 줍기로 거두어 온 양배추로 시원한 별미 물김치도 만들어 볼게요!


# 양배추 이삭 줍기 

제주도의 ‘이삭 줍기’라는 문화를 들어보셨나요? 이삭 줍기란 수확이 끝난 밭에 남은 농산물을 주변 이웃이 주워 가는 풍습을 말하는데요, 수확을 포기할 만큼 상품가치는 적지만 먹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농산물을 거두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눈다는 측면에서 아주 유용하고 따뜻한 문화입니다. 

제가 제주도 이삭 줍기 문화를 처음 접한 것은 제주도로 이주하기 전 지인과 함께 당근 이삭 줍기를 하면서부터예요. 제주도 구좌읍 일대는 전국 당근 생산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당근 산지인데요, 지인과 저도 그 지역을 지나가던 중 수확이 끝난 밭에서 당근을 줍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함께 당근을 주워왔답니다. 모양이 조금 삐뚤거나 크기가 고르지 못해 수확하지 않은 당근이 밭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말 그대로 ‘오다가 주웠다’ 였어요.

그렇게 상품성이 없는 당근도 맛은 어찌나 좋던지! 밭에서 바로 수확한 채소의 싱싱하고 아삭한 맛을 잊지 못해 제주에 이주한 후부터 호시탐탐 이삭 줍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제게도 이삭 줍기 기회가 찾아왔어요! 함덕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양배추 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인데요, 칼 한 자루와 장바구니 하나를 들고 양배추 밭으로 출동했더니 밭에는 아직 덜 자란 작은 양배추, 잎이 터져 버린 양배추 등 못난이 양배추들 천지였습니다. 


올해는 양배추 작황이 좋은 대신 값이 좋지 못해서 상품이 되지 못하는 양배추는 수확을 포기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어요. 


못난이 양배추들 틈에서 나름 예쁘게 잘 자란 양배추를 수확했어요. 다 자란 양배추지만 무게는 500g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는데요, 속이 꽉 찬 것이 맛있어 보였습니다. 기왕 이삭 줍기를 시작한 김에 주변 이웃들과 나누어 먹을 만큼 넉넉히 거두어 돌아왔어요. 


여기서 잠깐! 이삭 줍기도 예절이 필요합니다. 이삭 줍기는 반드시 수확이 끝난 밭에 남은 농산물을 가져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수확을 하지 않은 밭에서 농산물을 가져가면 그건 이삭 줍기가 아니라 ‘서리’, 즉 절도라는 사실! 올레길 열풍으로 제주 여행 붐이 일었을 때 이삭 줍기 문화를 잘못 이해하거나 악용한 사례가 많아서 농민들이 많은 피해를 받았다고 해요. 또 여행객들이 밭의 돌담을 무너뜨리거나 농작물의 줄기, 뿌리 등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제주도의 이삭 줍기 문화 자체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하니 꼭 주의해 주시기 바랄게요. 


#수미네 반찬 레시피로 만든 양배추 물김치

이삭 줍기로 거두어온 양배추가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양배추 찜, 양배추 샐러드, 양배추 볶음을 매일 먹어도 줄지 않는 양배추를 빨리 소진할 수 있는 법을 찾던 중 <수미네 반찬>에서 방영된 양배추 물김치 레시피를 발견했어요. 겨울 김장 김치가 지겨워지고 상큼한 여름 김치가 필요한 요즘, 해먹기 딱 좋은 레시피라서 바로 따라해 봤습니다. 방법도 아주 간단해서 채소 절이기부터 총 1시간도 안 걸려 뚝딱 완성했어요.


준비 재료: 양배추 1통, 오이 4개, 쪽파 반단, 홍고추 10개, 파프리카, 마늘

양념 재료: 새우액젓 반컵, 마늘 10알, 생강 1쪽, 설탕 4큰술, 고춧가루 1스푼, 사이다 500ml 1병, 생수 4l, 소금(절임용)  

1. 먼저 양배추를 깨끗하게 씻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소금에 절여 주세요. 골고루 절여질 수 있게 한번씩 뒤집어 주시면 좋습니다. 절이는 시간은 양배추를 구부려 보았을 때 잘 휘는 정도, 단 너무 숨이 죽지 않은 정도가 가장 좋습니다. 

2. 오이 역시 깨끗하게 씻어 세로로 4등분 한 후, 손가락 4~5cm 크기로 잘라 주세요. 가운데 씨가 있는 부분은 잘 물러질 수 있어서 오려내는 것이 깔끔합니다. 오이도 양배추와 같은 방법으로 적당히 절여 주세요. 


3. 홍고추는 작게 잘라 30분 이상 물에 담아 둡니다. 이 홍고추는 물과 함께 그대로 갈아서 물고추를 만들 예정이에요. 쪽파와 파프리카는 오이와 같은 크기로 잘라주시되, 이 두 재료는 소금에 절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합니다. 


4. 이제 물김치 양념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 과정을 단축하고 설거지도 줄이기 위해 용기는 하나만 사용할게요. 

양배추 물김치를 보관할 김치냉장고 용기에 바로 물에 담아둔 홍고추를 넣고 핸드블랜더로 갈아주세요. 여기서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액젓, 설탕, 사이다와 생수를 분량대로 넣고 같이 갈아 주세요. 이 레시피의 특이한 점은 사이다를 넣는 것인데요, 톡 쏘면서 상큼하고 달콤한 물김치 맛을 내는데 감초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을 넣어서 간을 조절해 주세요. 


물김치 양념이 완성되면 절인 양배추와 오이, 썰어 둔 쪽파와 파프리카 통에 담아 주세요. 재료들을 모두 섞으면 양배추 물김치 완성입니다. 까다로울 줄 알았던 양배추 물김치, 생각보다 간단하죠?


완성된 양배추 물김치는 요즘 날씨에는 상온에 하루 정도만 두면 벌써 익은 냄새가 살짝 풍기면서 발효가 시작됩니다. 그 상태로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서 드시면 돼요.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양배추 물김치, 요즘 같은 계절에 딱 어울리는 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면을 삶아서 여기서 말아먹어도 좋겠네요.


지금까지 제주도 이삭줍기 문화와 양배추 물김치 만들기까지 소개해 드렸는데요, 평범한 물김치 한 그릇도 ‘이삭 줍기’라는 이야기가 담기면 더 특별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식탁에 오른 재료들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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