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8. 13:21
현대인들은 ‘혼자가 익숙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젠 음식점이나 영화관에서 혼자인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서 즐기는 삶을 가리키는 단어들도 등장했습니다.
9월의 끝자락에 열렸던 ‘명강의 BIG 10’에서는 시인이자 산문가로 널리 알려진 이병률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최근 이병률 작가는 5년만의 신작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출간했는데요, 혼자의 미학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잔잔한 감동을 명강의 BIG 10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병률 작가가 말하는 ‘혼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실까요?
나를 지키겠다는 약속에 대하여
<끌림>, <내 옆에 있는 사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 여러 책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병률 작가는 “변하는 자신의 모습과 변하지 않는 자신이 가진 가치를 이야기하겠다”는 말로 강연의 첫 문을 열었습니다. 이병률 작가는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요, 첫 사진으로 보여준 것은 모네의 정원 속 아뜰리에에 피어 있는 장미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서 마음에 와 닿는 풍경을 찍은 작가의 사진은 그때 그 감정이 잘 담겨 있는 듯 했어요.
이병률 작가는 청춘 시절, 힘겨운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날 때 이상희 시인의 ‘가벼운 금언’을 메모해 여기저기 붙여 놓고 항상 보았다고 합니다. 시가 주는 힘으로 아팠던 시절을 견뎌낸 것인데요, 그가 낭독하는 이상희 시인의 시는 관객의 마음에도 와 닿았습니다.
가벼운 금언
이상희
하루에 한번 크게 숨을 쉴 것
맑은 강과 큰 산이 있다는 곳을 향해 머리를 둘 것
머리를 두고 누워 좋은 결심을 떠올려 볼 것
시간의 목직한 테가 이마에 얹힐 때까지
해질 때까지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해 둘 것
이병률 작가는 항상 이 시를 떠올리며 삶의 힘을 얻었고, 심난했던 20대를 잘 넘겼다고 해요.
작가는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배낭에 노트북 하나 넣고 도시의 이곳 저곳을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려 본다고 합니다. 그날도 그런 날들 중 하루였는데요, 곧 사라지게 될 을지로의 몇몇 가게들을 방문하던 중 들렸던 카페에서 벽에 붙여져 있는 주인장의 사진 몇 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15살 때 작가의 꿈은 화가였다고 합니다. 사진 속 모습을 보며 자신의 꿈에 대해 불현듯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화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반대로 그 꿈을 접어야 했다고 해요. 지금도 작가는 많이 아쉬워하는 듯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들으며 저도 어릴 적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소멸에 대하여
이병률 작가는 중학교 시절 교지편집 동아리의 선배였던 김영민 교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으며 소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제주에서 1년을 살면서 아침마다 성산일출봉 산책길을 거닐며 여러 식물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어느 날 하루는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와 사진에 담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죽은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뿌린 것이다”라는 어느 수녀님의 말을 듣고 큰 울림을 받았던 작가에게 소멸은 그런 의미였다고 해요. 김영민 교수가 소멸에 대해 쓴 구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다 소멸한다. 북극의 빙하보다 못한 당신도, 나도, 소멸에는 어떤 예외도 없다.’ 소멸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인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꽃가루처럼 손등에 묻어나는 사랑에 대하여
이병률 작가는 누구보다 사랑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사랑에 대해 다르게 포착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스며드는 것이며, 꽃가루처럼 손등에 묻어나는 것이라 말했어요. 20살 전후로 사랑을 체험해 보지 못하면 그 이후의 삶이 달라지며, 20대에 사랑을 해 본 사람과 30대에 사랑을 해 본 사람은 분명 이후의 삶이 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자신은 아찔하고 흐리멍덩한 청춘을 보냈다고 고백했는데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사실은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춘의 눈보라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사람, 즉 사랑임을 강조했어요.
혼자가 혼자에게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신간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 제목에는 혼자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갑니다. 작가는 사랑을 해도 혼자, 부부라 할지라도 혼자, 소멸할 때도 혼자라는 것에 주목했다고 해요. 그는 혼자인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담을 많이 해 주었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혼자 있는 시간조차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데요, 작가는 주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혼자 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혼자 잘 있으려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또 이병률 작가는 혼자 많이 있어본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혼자가 혼자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양보하지 않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혼자만의 철학을 완성하겠다는 선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했어요. ‘여러분은 무엇을 덜어내야 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이병률 작가는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병률 작가의 강연을 통해 혼자만의 미학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라는 것은 편안함과 동시에 나에게 좀 더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을은 혼자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계절이죠. 여러분들도 혼자라는 것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는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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