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7. 18:28
ㅣ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을 주목하라 ㅣ
아름다운 죽음을 의미하는 웰다잉 들어보셨나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모두의 화두가 된 지 10년이 지난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그 마무리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지나온 생을 정리하며 남은 생을 풍요롭게 가꾸고, 더불어 연명하기보다 우아하고 의미 있게 생을 마무리하자는 웰다잉이 뜨고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생사필멸이며, 생사일여다 |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일 텐데요. 99세까지 팔팔 하게 살다가 2~3일 정도만 앓고 죽는다는 의미의 ‘9988234’라는 신조어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두려움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말 생자필멸(生者必滅)처럼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음이라는 운명을 함께 부여받는데요. 그럼에도 우리는 사는 궁리에 바쁜 까닭에, 혹은 삶에 대한 집착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지 않은 채 살아오진 않았나요? 톨스토이의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는데도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명언처럼 말입니다. 한때 복잡한 도시문화 속에서 자연에 가까운 생활과 음식, 문화를 통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로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었었는데요. 웰빙 열풍이 분 지 어느덧 10여 년이 흐르자 이제는 ‘잘 죽는 것도 잘사는 것 이상 중요 하다.’는 웰다잉(well-dying) 운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웰다잉’은 아름답고, 품위 있는 죽음을 뜻합니다. 불교에서는 생사일여(生死一如)라고 하여 삶과 죽 음이 다르지 않다고 말을 하는데요. 따라서 죽음에 무슨 품위고 아름다움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마침표.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마무리, 웰다잉입니다.
평생 의료비의 50%가 죽기 한 달 전에?
2009년, 9시 뉴스를 떠들썩하게 장식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모 할머니에 대해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사건입니다. 당시 가족들은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었죠. 할머니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09년 6월 인공호흡기가 제거됐고, 다음 해 1월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같은 선례를 통해 주목받게 된 것이 바로 호스피스 완화 의료라는 것이랍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암·뇌졸중 등 중증 ‘만성 치료 방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고,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이 예상될 때 생의 마지막까지 겪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의료행위를 말한답니다. 통증 치료 외에도 음악·미술·심리치료 등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고, 보내는 이와 떠나는 이 모두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전체가 완화의료에 속하는데요. 미국의 어느 실버타운에서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생명이 위급할 때 심폐소생술·인공호흡· 영양공급 등을 받겠냐”는 질문에 400명 중 단 한 명만이 “그렇다”고 답한 조사결과가 있답니다. 중환자실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각종 기계장치를 달고 생명을 연명하느니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인데요.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50%를 죽기 한 달 전에, 그리고 25%를 죽기 전 사흘 동안에 쓴다고 하네요. 만약 당신이 지금 인공호흡기를 매단 채 호흡을 유지하고, 시간마다 찾아오는 통증에 몸부림치며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또 자신에게 남은 삶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은 100세 생일을 한 달 남겨두고 “나는 더 이 상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곡기를 끊고 자발적으로 죽음을 맞았습니다. 지난 2009년 2월 선종한 故 김수환 추기경은 생명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였는데요. 존엄한 죽음의 실천. 웰 다잉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죠.
웰다잉의 열풍으로 주목받는 웰다잉 산업
웰 다잉의 열풍은 산업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상조업·임종 체험· 죽음 교육 등 대표적인 웰 다잉 산업이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회원가입 수가 늘고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조업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홍보로 웰 다잉 산업의 대표적인 주자로 꼽힙니다. 지난 1999년 80여 개에 불과했던 상조업체 수는 현재 450여 개를 돌파했습니다. 시장 규모도 10년 만에 3조 원대로 급성장했다고 하는데요. 상조업 산업화에 비하면 속도는 느리지만 임종 체험과 죽음 교육 등 또 다른 웰 다잉 분야도 점차 관심을 모으고 있답니다. 아울러 사전의료의향서 작성도 확산 추세에 있습니다. 사전의료의향서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생명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미리 작성해 두는 서면진술서를 일컫는데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수혈 등 연명치료의 시행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사 및 행위 능력을 가진 20세 이상 성인이 작성할 수 있습니다. 대리서명은 기본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며, 언제라도 작성할 수 있고,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본인이 뇌사 또는 심각한 질병으로 죽음을 앞두거나, 노환이 심한 경우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적용됩답니다. 원본은 본인이, 사본은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센터에서 보관하며, 작성한 의향서를 기준으로 주민등록증 크기의 증명서를 개인에게 준다고 하네요.
죽음에 대한 준비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적 존엄을 지키며 품위 있게 죽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웰 다잉은 죽음 그 자체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 ‘죽음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삶의 분명한 끝인 죽음을 수용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의미를 갖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앞두고 일생이 후회 없는 삶이기를 바라는데요. 우리가 죽음을 기억한다면 삶의 순간순간에 보다 충실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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