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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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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구원 나의 어린 동생 S는 숨을 헐떡이며 태어났다. 그것은 내가 본 최초의 탄생이었는데, 그 애의 첫 숨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순탄한 축에는 들지 못했다. 엄마의 양수를 타고 흘러내려 오다 그만 제 똥을 먹어버린 것이었다. 육지에 태어난 이상 이제는 폐로 호흡해야 했으나 똥에 기도가 막힌 S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사실 그건 그럭저럭 봐줄 법한, 심지어는 애교스러운 실수였으나 호흡이라는 문제는 육지 생활에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었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현대 의학이 그 불순한 배설물을 제거하고 나서야 동생은 겨우 크게 한숨 쉬어 볼 수 있었다. S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호흡이 문제였다. 나는 뭍에서도 때때로 숨이 막혀 벽을 짚고 살려주세요, 외치곤 했다. 그뿐이겠는가. ..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외계생명과의 공존 우리 집에는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상의 생명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한 생명체는 지구상의 생물인 개의 품종 중 닥스훈트의 뭉툭한 주둥아리와 리트리버의 처진 귀를 섞은 듯한 머리, 핫도그를 연상케 하는 긴 몸통, 이와 상반된 굵지만 아주 짧은 다리, 그리고 긴 몸통만큼이나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온몸에는 흰색과 황갈색 털이 고르게 나 있다. 또한, 지구 자원, 그중에서도 특히 아미노산들이 펩티드 결합으로 연결된 분자로 이루어진 물체, 즉 고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편의상 이 생명체를 생명체 A라 부르겠다.) 다른 생명체는 생명체 A와 마찬가지로 닥스훈트와 리트리버를 섞은 머리, 긴 몸통, 짧은 다리, 긴 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생명체 A와 다른 점은 보다 크..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저는 휴학생입니다 막내 왔나? 병실에서 자기 위한 짐이 든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 이모들의 반가운 인사 소리가 들립니다. 23살의 휴학생인 저는 언제부턴가 병실의 막내가 되었습니다. 꽃봉오리가 영그는 1년 전의 이맘때쯤, 우리 엄마는 ‘하인두암’선고를 받았습니다. 물은 커녕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든 우리 엄마는 그 예쁘고 아름다웠던 1년 전 봄의 문턱에 멈춰 있습니다. 서른 세 번의 방사선 치료가 결정되고 두 달간의 통원치료 동안 엄마는 의연히 버텼습니다. 여전히 아빠와 동생의 아침 식사를 챙기고 집을 치우고, 저녁 식사를 만들었습니다. 진작 당신이 암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엄마를, 저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5월의 밤, 방문을 닫고 뒤척이다가 조금씩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미나리 무침이 잠들기 전에 “소금 1작은 술, 다진 마늘 1작은 술, 깨소금 조금……” 오늘은 조리법을 살짝 바꿨다. 꽤 먹을 만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다. 왜 그 맛이 나지 않는 걸까 생각하며 여덟 해 전의 미나리 무침의 맛을 곱씹었다. 여덟 해 전, 우리 가족은 아빠가 친구의 보증 서류에 사인함으로써 다른 가족의 짐까지 짊어졌다. 누군가 말했던가. 세상에는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가난이라고. 부모님은 가난의 무게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가난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열네 살 소녀였던 나에게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가난의 그림자는 어린 나를 송두리째 삼켰고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가난의 그림자는 열네 살 내 키보다 훨씬 컸기에 나는 그 그림자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품 안의 명수씨 전에 사놓은 오리털 점퍼는 품이 넓었다. 체격보다 두 단계는 더 큰 엉뚱한 사이즈인지라 입으면 앞섶이 축 내려앉았다. 가끔 이런 터무니없는 걸 입고 거울 앞에라도 서는 날은 새삼 착잡하다. 사정 모르는 누가 보면 의뭉스런 낯으로 ‘저 청년은 커다란 옷 속에 무 숨겼나’ 경계할 듯 하다. 생각건대, 사람 행색에 경(輕)하고 중(重)함이 없다는 말은 좀 실속 없는 격언 같다. 보라. 거울 안에서 사내가 간절한 낯으로 청하고 있지 않은가. 빈 꽃대궁 같은 외투, 그거 아무라도 줘버리자고. 품에 맞춰 제대로 된 한 벌을 다시 사자고. 행색의 우스꽝스러움보다 더 심각한 건 오한(惡寒)이었다. 패딩 앞섶이 워낙 넓다 보니 된바람이라도 불었다 하면 겨울 외풍이 안감 속을 내외했다. 뱃전에 얄궂고 해로운 것이 닿으니 ..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용암리에서 왔습니다만 “너는 시골에서 살았으니까, 더 와닿았겠다. 그렇지?” 최근 본 영화에 관해 얘기하던 중 대뜸 친구가 물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 자급자족하며 활기를 찾는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고향에 대한 질문은 습관처럼 긴장을 유발했다. 시골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특별할 것 없는 어린 시절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뛰놀며 친환경적인 삶의 태도를 배웠습니다’, ‘조부모님 밑에서 성장하며 예의 바르게 컸습니다’와 같은 구식 자기소개서 서문처럼. 하지만 내 고향은 친환경적인 곳과는 거리가 멀었고, 솔직히 (아쉽지만) 나 또한 그렇게 예의 바르게 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괜히 장황해질 것 같아 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조금은 모호하게. “글쎄… 그런가?”..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 그 감동의 현장 ‘에세이’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쓴 산문형식의 글입니다. 수필이라고도 하죠. 자유로운 형식이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지만, 바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에게는 글을 쓸 시간도, 기회도 적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젊은 대학생 문학인들의 꿈을 응원하고 독려하기 위해 교보생명에서는 매년 광화문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2018년 광화문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은 ‘생명’ 또는 ‘희망’이라는 주제로 3월 한 달 동안 진행되었고, 약 850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많은 작품들 속에 최종 9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는데요! 올해 작품들은 유독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작품들이 많았답니다. 그럼 공모전 시상식,..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개최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개최‘생명’ 또는 ‘희망’ 중 하나의 주제 선택해 참여 교보생명이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은 교보생명이 청춘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이에요. 대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처음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1,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며, 젊은 세대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고 있죠.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내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최근 김광규 시인의 시 ‘오래된 물음’으로 새단장하며 봄 향기를 한껏 머금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놀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