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창 밖 풍경이 기록하는 시작의 의미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밖 풍경은 봄이 가득하다. 편의점에서 카레 볶음밥을 사 먹은 누군가의 “진짜 인도산 카레 알갱이 같아.”라는 썰렁한 농담과 함께 노란 산수유가 순식간에 번지더니 백목련이 멍울멍울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얼마 전까지 저 허공은 척추측만증 환자처럼 삐딱하게, 벌거벗은 나무 몇 그루가 혹한에 떨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도서관 내부는 무기력과 피로가 섞인 공기가 떠다녔고 출처를 알 수 없는 ‘희망 없음’의 공포가 출몰했다.취업을 위한 몇 차례의 휴학과 복학이 통과의례가 돼 버린 지 오래.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이곳은 늘 추웠다. 불안감에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기침해 댔고 환절기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보따리를 쌌다. 식재(植栽)된 것처럼 인간으로서 누려야..
2017.05.2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7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창 밖 풍경이 기록하는 시작의 의미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밖 풍경은 봄이 가득하다. 편의점에서 카레 볶음밥을 사 먹은 누군가의 “진짜 인도산 카레 알갱이 같아.”라는 썰렁한 농담과 함께 노란 산수유가 순식간에 번지더니 백목련이 멍울멍울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얼마 전까지 저 허공은 척추측만증 환자처럼 삐딱하게, 벌거벗은 나무 몇 그루가 혹한에 떨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도서관 내부는 무기력과 피로가 섞인 공기가 떠다녔고 출처를 알 수 없는 ‘희망 없음’의 공포가 출몰했다.취업을 위한 몇 차례의 휴학과 복학이 통과의례가 돼 버린 지 오래.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이곳은 늘 추웠다. 불안감에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기침해 댔고 환절기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보따리를 쌌다. 식재(植栽)된 것처럼 인간으로서 누려야..
2017.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