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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 연가 2편: 꽃 공부에 학명을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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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5. 10:18

안녕하십니까. 날이 차츰 더워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오기 전, 꽃들이 한 번 더 폭발적으로 피게 되는데요, 이른 봄에 1차로 폭발하듯 피는 꽃들은 대부분 풀꽃입니다. 요즘 피는 꽃들은 대부분 나무꽃이죠. 나무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가 많이 필요하나 봅니다. 


길거리와 산들에는 이팝나무, 아카시나무('아카시아'라고 부르는 나무의 정확한 이름입니다), 찔레꽃과 같은 나무꽃들이 점령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흰색 꽃을 피우는데요, 녹음이 짙어지면서 꽃가루 수정을 돕는 곤충들의 눈에 띄도록 하는 작전이 아닌가 합니다. 


식물들은 자기가 가진 고유의 생체시계에 따라 움직여 갑니다. 고요한 듯 보여도 생존경쟁이 치열하죠. 가지와 잎을 길고 크게 많이 펼쳐야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고,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어 생존해 갈 수 있습니다. 큰 것들에 가려진 식물들은 죽든지, 아니면 적은 햇빛에도 적응하는 식물로 전환하여 생명을 이어가겠죠. 진화론에서 얘기하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 딱 맞는 말입니다.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식물들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1편에서 예정한 대로 오늘은 식물에 대한 기초상식인 학명(scientific name)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학명(學名)’이란 이름 그대로 과학이라는 학문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말합니다. 과학이라 함은 통상 동식물학이 되겠죠. 우리는 꽃, 식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좁혀서 ‘식물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학명은 식물학에서 부르는 식물의 이름이자 세계 공용입니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식물을 학명으로 얘기하면 ‘하나의 종(種)’을 알 수 있죠. 식물학에서 식물의 종을 구분하는 분야를 ‘식물분류학’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식물을 다른 식물과 구분 짓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 식물분류학의 핵심적인 부분이죠.


옛날부터 종을 구분하기 위해 학명을 어떻게 붙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학명 부여의 논의를 종결한 사람은 바로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명법'을 활용해 학명을 부여하는(이를 ‘명명(命名)’이라 합니다. 학명을 명명한 사람을 ‘명명자’라고 하죠) 방식을 완성했고, 그 방식에 따라 식물을 분류하고 새롭게 명명한 학명을 기재한 식물학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러한 명명 방식이 과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져 세계 표준이 되었죠.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생물시간에 동식물을 분류하는 방법을 공식처럼 외운 게 있습니다. 바로 '계-문-강-목-과-속-종'이죠. 가장 넓은 범위(동물계, 식물계 등)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세부적인 분류법이 되는데요, 린네의 이명법은 마지막에 나오는 '속(genus)'과 '종(species)' 두 개를 가지고 학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이름을 지을 때 '성'과 '이름'으로 짓는 것과 같습니다.

 

이후 규칙은 더욱 정교화되어 지금은 학명을 표기하는 방법에 대한 국제적인 규약이 되었습니다.  이를 국제적인 명명 규약(International Code of Nomenclature for Algae, Fungi and Plants)이라 합니다. 명명규약을 준수해 붙여진 학명을 올바른 이름이라는 의미에서 정명(正名, correct name)이라고 부릅니다. 학명을 붙이기는 했지만, 정명으로 인정받지 못한 학명이거나 식물학계에서 새로운 분류법이 인정된 경우 예전 학명 등은 이명(異名, synonym name)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학명에 대하여 더 복잡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이 있지만 초보자의 경우에는 '정명'과 '이명' 정도만 알아 놓으셔도 꽃 공부 하는 데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정리를 해 볼게요. 학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학명 = 속명(genus) + 종소명(epithet)

 

위에서 ‘속’과 ‘종’이라고 했는데, ‘속명’, ‘종명’으로 부르지 않고 ‘속명’, ‘종소명’으로 부르니 헷갈리시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종명’은 하나의 종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통하므로(학명 전체를 의미하게 되죠), 속명 뒤에 붙는 것을 ‘종소명(epithet)’이라고 부른답니다. 속명은 명사(형)로 만들고, 종소명은 형용사(형)로 만듭니다. 즉, 종소명은 속명을 추가적으로 보완 설명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죠. 식물의 겉모습, 꽃색, 원산지, 분포, 생태, 식물의 발견자 등이 종소명으로 붙여집니다.

 

이것이 가장 간단한 학명 표기 방법이고요. 좀 더 공식적인 학명 표기는 학명을 명명한 사람, 즉 '명명자'를 붙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명자는 사람 이름이어서 아주 기니까, 축약된 이름을 미리 약속해 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칼 폰 린네'의 경우에는 그냥 'L.'로 표기를 합니다. L은 린네를 의미하며 뒤에 ‘점(.)’을 찍어 놓아 린네라는 이름의 ‘축약형’이라는 표시를 해 놓습니다.

 

학명 = 속명 + 종소명 + 명명자

 

학명을 표기할 때는 속명과 종소명은 이탤릭체로 표기하거나 이탤릭체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밑줄을 그어서 표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식물 관련 책을 보시면 학명 표기가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학명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책의 저자나 번역자가 식물에 대한 기초상식이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책을 고를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지난 호에서 본 '삼색제비꽃'을 학명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삼색제비꽃 = Viola tricolor  L. 또는 Viola tricolor L.


즉, Viola(비올라)가 속명이고, tricolor(트리콜로르)가 종소명인 것이죠. 이 학명을 린네(L.)라는 사람이 붙였고요. 알파벳으로 되어 있으나, 사용하는 언어는 ‘라틴어’입니다. 라틴어는 사어(死語)로서 현재는 과학계와 가톨릭교회에서만 사용되고 있는데요, 속명과 종명은 라틴어나 라틴어화하여 만든 단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더 플랜트 리스트 홈페이지, www.theplantlist.org

식물의 학명을 찾는 방법은 지난 호에서 소개한 "국가표준식물목록" 싸이트를 활용하시면 됩니다. 식물의 국명 꽃이름이나 미리 알고 있는 학명으로 검색이 가능하지요.

 

그런데 식물분류학이라는 학문도 계속 발전을 하고 있고, 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분류방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더 전문적으로 학명을 알고 싶은 사람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전문 학명 정보제공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더 플랜트 리스트(The Plant List)라는 사이트(www.theplantlist.org)입니다. 이곳은 큐왕립식물원(KEW)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영국의 식물원 등 국제적인 식물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학명 제공 사이트입니다. 나중에 꽃 공부 수준이 오르면 들르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국립수목원이 제공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을 원활하게 사용하여 학명을 확인하는 정도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가기관에서 관여해 이와 비슷한 식물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참고로 알고 계세요.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학명을 알게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가장 좋은 점은 글로벌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식물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탈 사이트에서도 괜찮은 식물도감 등을 지식백과로 제공하고 있어 간단한 식물 정보를 알 수 있지만, 대표적인 글로벌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등에서 학명으로 검색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식물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쓰는 글에서는 꽃이름 뒤에 학명을 괄호로 하여 붙여 넣기로 하겠습니다. 되도록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르고, 특별하게 학명 표기에 논란이 있는 경우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정명(corret name)을 기준으로 표기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학명(scientific name)에 대한 기초상식과 학명 활용법에 대하여 알려 드렸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동호회나 밴드 등을 활용해 꽃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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