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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 BIG 10,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 뇌과학에서 얻는 통찰’ 2019. 9. 17. 18:03

지난 9월 7일 토요일,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23층에서 올해 7번째 명강의 BIG 10이 진행되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왔던 태풍 링링의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요, 태풍을 뚫고 온 이유! 바로 ‘열두 발자국’의 저자 정재승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 정재승 교수는 중∙고등학생들의 필독서 ‘과학콘서트’의 저자이자 뇌과학자로도 정말 유명하신 분인데요, 이번 강연에서도 일상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뇌과학 이야기를 펼쳐주셨습니다. 지금부터 정재승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디자인 속의 뇌과학 ‘cognitive design’ 

여러분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는 어떤 디자인인가요?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다 보면 돌리는 노브의 위치 때문에 헷갈리는 경험이 있을 텐데요, 정재승 교수는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메뉴얼과 설명이 필요 없이 그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해요. 이와 유사한 예를 몇가지 더 볼까요? 


“push(미세요), pull(당기세요).” 문에 자주 붙어 있는 단어인데요, 저도 종종 헷갈려서 밀어야 할 문에 당기고, 당겨야 할 문에 밀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정재승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디자인을 보여주었습니다. 밀어야 할 곳에는 손잡이를 만들지 않고, 그저 힘을 주어야 할 보드만 만들어 둡니다. 또 당겨야 할 부분에는 손잡이를 만들어 놓으면 65%의 사람들은 그것을 당기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단지 디자인만 바꿔주면 글씨를 덕지덕지 문에 붙이지 않아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음은 바나나 우유라고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바나나 우유스러운 디자인입니다. 바나나는 꼭지를 따서 먹잖아요. 이런 평소 습관을 디자인에 반영해 마시는 입구를 바나나 꼭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꼭지 부분을 열라는 설명이 없어도 열고 싶어지는 디자인이 참 신선했습니다.

이 외에도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매번 거실 불을 켤 때마다 어떤 스위치를 눌러야 할 지 몰라서 여러 개를 눌러보기도 하는데, 실내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스위치도 있고요, 운전할 때 보다 편리하게 카시트를 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스위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요소를 직관적으로 원하는 위치로 만들어 주거나, 한번의 터치로 설명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cognitive design’의 다양한 예시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쇼핑에서의 뇌과학 

햄버거 가게에서도 뇌과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품사진과 함께 가격을 붙여 놓을 수도 있고 제품과 가격을 떨어뜨려 놓을 수도 있잖아요. 여러분들은 언제 제품이 잘 팔릴까요? 

정재승 교수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제품은 보상이고, 가격은 대가(고통)라고 설정했습니다. 보상과 고통을 같이 붙여 놓게 되면 사람들은 빨리 계산을 합니다.  “이정도 고통에 감당할 만한 보상인 것인가”를 바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제품과 가격을 떨어뜨려 놓으면 제품을 제품끼리 비교하고 가격을 나중에 확인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제일 맛있게 보이는 비싼 음식을 고를 확률이 높다고 해요. 대신 제품을 고르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때문에 햄버거 가게가 한산한 곳, 역세권이 아니라면 가격과 제품을 떨어뜨려 놓는게 좋고, 사람들이 많이 들르는 곳에서는 보상과 대가 계산을 빨리 할 수 있도록 가격과 제품을 붙여 두는 게 더 좋다고 하네요. 주문량이 많아지고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햄버거 가격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매출액이 달라진다는 정재승 교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우리가 쇼핑을 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인 할인율 이야기입니다. 저는 쇼핑을 할 때에 종종 할인쿠폰을 사고, 할인율이 높은 제품들을 사려고 노력하는 데요, 할인표시라는 핵심어로 강의가 이어져서 이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품을 할인해서 사면 우리는 이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사서 사실은 비용을 지불했는데 희한하게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고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는 굉장히 비싼 걸 싸게 샀다고 느낄 때 제일 만족감이 높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가서 어떤 비싼 제품을 반값에 사왔다고 하면 모두들 그 사실 칭찬해주고 구입자는 정말 대단한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 비행기표, 호텔, 식비 등 많은 지출을 하고, 심지어 물건을 안 사는게 더 이익임에도 불구하고 할인하는 제품을 구입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제품의 가치와 그 부대비용에 대한 고려는 사실 해 본적이 없었는데 강의를 계속 듣다 보니, 그러한 관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쇼핑을 할 때에 그 사람의 뇌를 보면 제품을 살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색칠되어 있는 부분이 그런 구매 욕구를 보여주는 뇌의 영역인데요, 40대 여성에게 샤넬가방을 보여주면 그 영역이 불타오를 만큼 빨개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20대 남성에게 스포츠카를 보여주면 저 영역이 불타오른다고 합니다. 그 만큼 브랜드가 강력하게 자극하면 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재미있게도 가격을 보여주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뇌 영역이 계산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즉 합리적으로 살 이유를 찾게 된다고 합니다.   


광고에서의 뇌과학

다음은 광고에서 적용되는 뇌과학입니다. 사람이 어디에 시선 집중하는가를 테스트 해본 결과입니다. 이번 경우는 아기 기저귀 광고인데요, 아기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기저귀 설명을 읽지 않고 아기 얼굴만 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옆을 응시하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아기를 보지만 점차 아기가 보고 있는 글씨 부분을 좀 더 많이 보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로 광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알 수 있었고, 이렇게 시선 추적, 뇌 과학을 이용하면 더 나은 광고효과가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품 광고도 마찬가지로 시선추적을 이용해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매력적인 광고 모델이 나를 쳐다보면 우리는 넋이 나가게 되죠. 계속 모델만 보게 되는 건데요. 만약에 이 모델이 제품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도 같이 제품을 보게 되는 시선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뇌를 촬영하고 주의집중을 관찰하여 알게 된 것들, 뇌과학을 이용한 것들이 광고의 효과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정재승 교수와 함께하는 Q&A 

90분 간의 재미있는 강연이 모두 끝난 후에는 강의 전 작성한 질의응답지를 바탕으로 교수님과 함께 하는 Q&A 시간을 가졌는데요.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Q. 4차 산업혁명시대의 로봇기술이 직업을 많이 사라지게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어떤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어떤 직업을 준비하던 그 직업이 살아 남아있을 가능성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그래서 특정한 직업을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20살 초반에 선택했던 전공만으로 남은 70년을 버틸 수가 없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거든요. 10년 단위로 계속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해요. 그 분야의 학위나 자격증을 따진 않더라도 10년쯤 그 분야에 대해 뭔가를 하고 있으면, 그 유행이 또 지나가고, 그 기술로 할 수 있었던 걸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게 됩니다. 새로운 지식이 또 필요하죠. 그래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배우는 것을 즐기는 것이에요. 혼자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고, 교보문고 책을 읽어보고, 직접 만들어보면서 능력을 키워야 해요. 세상이 어떻게 바뀌던 그 때 필요한 것들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게 중요해요.하나 더 덧붙이면, 문과 이과라는 것이 여러분의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문, 이과를 떠나서 여러가지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이과를 넘나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저는 과학을 많이 어려워하는 학생입니다. 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편인데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여러 책들을 쓰셨는데 그 중에서 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 책은 무엇인가요? 

A.  과학이나 수학에 재미를 가지려면 그 역사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수학은 공식을 암기하고 예제문제, 연습문제를 푸는 학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이 공식이 왜 나왔는지 이걸 알아서 우리가 뭘 할 수 있게 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우주가 수식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놀랍지 않나요? 현상들의 관계를 여러 수식들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재밌는 것이 거든요. 이렇게 암기보다는 역사를 중심적으로 접근해서 흥미를 이끌어 내면 더 공부하기가 편할 것 같네요. 그리고 책 같은 경우는 열두발자국을 권합니다. 세상이 이제 어떻게 바뀌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니까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Q. 선생님께서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재밌어서 입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입니까?

A. 어떤 부분에서는 되게 재밌기도 하죠. 예를 들어, 너무 어려운 수식이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갑자기 알게 됐을 때 너무 큰 희열이 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 5문제를 푸는데 마지막 한 문제가 너무 안 풀리는 거예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문제를 풀었어요. 겨우 답을 내고 고개를 들었는데 태양이 막 떠오르는 거예요. 이 상황이 너무 SF 같았어요. 마치 거대한 우주에 딱 혼자 앉아 있는 느낌? 한 문제를 푼 것뿐인데, 이 우주의 진리를 만끽하는 것 같다고 할까? 더 놀라운 건 숙제를 제출했는데 그 문제는 틀렸어요. (웃음) 어쨌든 그때 너무나 큰 감동을 느꼈어요. 이런 경험이 너무 좋아서 시작을 했는데 과학이 너무 재밌다기 보다는 그런 순간들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엔 힘들어요. 대단하게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강연이 끝난 후 저자 사인회도 진행되었는데요, 정재승 교수님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저에게도 참 뜻 깊은 시간이었는데요, 인간의 직관과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디자인이 최선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제품에 대해 접근하고 생각하면 더 나은 디자인, 결과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또한 쇼핑하거나 광고를 보거나 선택과정에서 뇌의 영향력이 정말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뇌과학을 활용한 마케팅에도 깊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다음에 진행되는 명강의 BIG 10 강의는 이병률 작가님의 ‘나를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도 교보생명 명강의 BIG 10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