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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아볼까? 28편] 천년의 숲 비자림, 10월에 꼭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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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5. 10:00

‘제주도’ 하면 바다가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제주도 만의 독특한 숲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생태여행, 힐링여행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숲이 주는 쾌적함과 여유를 즐기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제주의 3대 숲으로 손꼽히는 사려니 숲, 곶자왈 숲, 그리고 비자림은 언제 가도 넓은 품으로 우리를 안아 줍니다. 오늘은 제주도의 귀한 숲인 비자림에 대해 소개하려고 해요. 그리고 다른 어느 때보다 10월의 비자림이 더 좋은 이유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2,800만 그루 비자나무가 울창한 비자림

비자림은 제주도에서도 오래된 관광지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3,000원, 어린이와 단체는 1,500원이며, 제주도민과 장애인, 노약자 등은 무료입니다. 매표소에서 200m 정도 걸어가면 본격적인 비자림이 나타납니다. 


비자림 입구에는 ‘천년의 숲 비자림’이라는 대형 안내판이 보이는데요, 여기서부터 숲이 시작됩니다. 비자림은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숲으로,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자림 숲 속에서는 물을 제외한 음식물 반입과 섭취가 금지되어 있고, 애완동물도 동반할 수 없습니다.


숲에 들어서면 수령이 500~800년이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빽빽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어요. 높이 7∼14m, 직경은 50∼110㎝ 그리고 수관폭은 10∼15m에 이르는 거목들이 군집한 모습은 방문객을 압도시키기 충분합니다. 비자나무뿐만 아니라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식물들도 이 숲에서 비자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죠.

비자림은 제주도 특유의 숲인 나무와 돌과 이끼, 풀들이 뒤엉켜 있는 ‘곶자왈’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요, 우람한 비자나무가 더해져 한층 더 신비롭고 독특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아마 비자림에 처음 오신다면 영화 <아바타>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속 한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주어로 비자낭, 비조낭이라고 불리는 비자나무는 늘 푸른 상록침엽수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입니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사람이 태어나면 마당에 비자나무를 심어라’라고 할 만큼 최고급 목재이며, 열매는 천연 방부제와 구충제의 효능이 있어 사람에게 유익한 나무로 알려져 있어요. 

 

비자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는데요, 잎 모양이 한자 비(非)자를 닮았다고 해서 비자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4월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으며,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서 암나무에만 열매가 달립니다.  


10월에 비자숲에 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비자열매 때문입니다. 9월부터 10월은 비자열매가 한창 익어가는 계절인데요, 비자열매가 익어가면서 초록색 과육에서 나는 향기가 비자림 전체를 은은하게 감싸 줍니다. 직접 맡아 보니 허브향이나 한약재 같은 향기가 나더라고요. 비자림을 걷기만 해도 저절로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초록색 겉 껍질 속에 든 비자열매는 이렇게 아몬드처럼 생겼습니다. 잘 말린 비자열매는 천연 구충제와 방부제 효능이 있어서 옛사람들은 이 열매를 구충제로 활용했다고 해요. 최근에는 피부진정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화장품 원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숲을 걷다 보면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나 지형 등 숲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안내판이 곳곳에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숨골’이었습니다. 강이 없는 제주에서는 생명처럼 중요한 것이 ‘물’이었는데요, 그 때문에 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구멍을 숨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지하로 스며든 물들이 암석 틈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점점 정화되어 ‘제주 삼다수’를 만들게 되죠. 숨골 내부를 통과해 나오는 공기는 암석의 틈 사이를 지나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온답니다. 


숲 입구에서 500m가량 걸어가면 탐방코스 지도가 등장하면서 여러 갈림길이 나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짧은 코스는 약 40분 정도가 걸리는데요, 화산송이와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유모차와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어요.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리는 긴 코스는 돌멩이가 깔린 390m 가량의 구간을 지나가게 되는데요, 직접 가 보니 긴 코스 깊숙한 곳에서는 원시림의 생명력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비자나무들은 형태와 크기가 더 다양하고, 산책길에서 더 가까이 볼 수 있었어요.


긴 코스를 걷다 보니 드디어 비자림 할아버지 나무라고 불리는 ‘새천년 비자나무’에 도착했습니다. 이 나무의 나이는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키는 14m, 굵기는 네 아름에 이릅니다. 1만여 그루에 이르는 비자나무 중 가장 굵고 웅장하며 기나긴 세월동안 이 숲을 지켜온 터줏대감이죠. 제주도는 지난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을 기념해 앞으로 제주의 무궁한 발전과 사람들의 건강,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나무를 신목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답니다.

새천년 비자나무는 비자림의 상징과도 같아서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짧은 코스나 긴 코스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모두 이 새천년 비자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새천년 비자나무를 보고 다시 입구까지 돌아오는 길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많고, 음수대도 있어서 누구나 쾌적하게 숲 속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비자림 이용 안내

주소: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번지

이용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시)/ 연중 무휴

이용요금: 일반 3,000원/ 어린이 단체 1,500원/ 도민, 노약자 무료

연락처: 064-710-7912 

홈페이지: www.visitjeju.net/ 


지금까지 제주도 3대 숲의 하나인 비자림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글과 사진으로 비자림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이 글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자열매가 익어가는 가을, 여러분도 비자림에서 몸과 마음 모두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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