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작 「식탁」
우리 집에는 식탁이 없다. 식탁 없는 집이라는 건, 저녁이 되어도 마주앉지 않는 식구들이라는 뜻이다. 할머니는 거실에 놓인 일인용 탁자에서, 엄마는 안방 침대에서, 나는 내 방 책상에서, 우린 각기 다른 시간에 일 인분의 저녁상을 차린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우리 식구는 나, 엄마, 아빠에서 나, 엄마, 할머니가 되었다. 옛날에 엄마가 고등학생 때까지 할머니가 계모인 줄 알았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내 눈에도 엄마와 할머니는 신기하리만치 닮은 구석이 없는 모녀다. 엄마는 할머니가 걸레와 수건을 한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도, 음식 묻은 손으로 리모컨이며 냉장고 손잡이를 만지는 것도, 먹고 남은 음식들을 죄 한데 모아 보관하는 것도, 겪을 때마다 그런 일들을 난생 처음 겪는 사람처럼 질색하며 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