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5. 18:29
따스한 봄이 오는 듯하더니, 다시 몰려온 꽃샘추위에 옷을 여미게 된 3월 말이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자연스레 변하는 계절과 달리, 변치 않는 것들이 있죠. 지난 3월 30일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명강의 Big 10 3월 강연은 경희대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의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됐는데요, ‘알쓸신잡3’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분입니다. 우리시대가 열광하는 멘토의 유쾌하게 풀어낸 물리학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 변화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현대인
영국의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A Bigger Splash!(큰 첨벙!)’을 함께 감상하며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호크니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단색으로 칠해 굉장히 정적인 배경이 보이지 않나요? 수영장과 건물, 하늘과 달리 물이 첨벙첨벙 튀는 모습을 대비시킨 그림입니다. 정적인, 변하지 않는 배경에 단 2초 동안 일어나는 동적인 것을 나타내려고 한 것인데요, 오늘의 주제와 연관된 면이 보이지요.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변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는 않나요? 김상욱 교수가 보여준 여러 장의 그림은 현대 사회에 과거에 비해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소개한 그림은 1400년대와 1500년대, 그리고 1600년대에 그려진 그림 세 장이었는데요, 이 세 그림은 각각 100년의 시차를 두고 그려진 그림이지만 화풍을 제외하면 별로 달라진 점이 없지요.
반면 불과 100년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를 살펴볼까요? 100년 전의 남대문과 지금의 남대문은 그 주변 풍경이 굉장히 달라졌죠. 우리에게는 변화가 너무나 당연합니다. 사실 지난 몇 백 년 간 일어났던 변화의 원동력은 모두 과학기술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한 가지 예로 전기가 있습니다. 테슬라가 발명한 교류 전기 시스템. 처음 전기로 불을 밝혔을 때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지요.
#변하지 않는 것 1. 에너지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강연 주제인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상욱 교수가 처음 소개한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에너지’입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들어보셨나요? 에너지는 모양만 바뀔 뿐 총량은 언제나 보존됩니다.
서 있는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 이 핸드폰은 중력에 의한 위치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손을 놓으면 이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바뀝니다. 탁!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에너지가 사라졌을까요? 이 에너지는 소리 에너지와, 마찰한 바닥의 온도를 약간 높인 열 에너지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에너지는 보존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2. 원자
변하지 않는 것 두번째는 원자입니다. 원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말 작은 단위입니다. 원자를 500원 크기만큼 확대한다고 했을 때, 그 비율대로 500원을 확대하면 얼마나 커질까요? 바로 지구의 크기가 됩니다. 정말 작고 작은 원자의 크기, 피부로 느껴지시나요?
원자는 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존재예요. 태양보다 큰 별들은 폭발을 합니다. 모든 원자들은 그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몸에 있는 원자도 우주 어딘가에서 흘러와 원시 고래나 세종대왕이 되었다가 어떤 식물 또는 이산화탄소를 거쳐 지금 여러분 손에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여러분이 죽으면 다시 우주 어딘가로 흘러갈 겁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하여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변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변하지 말아야 할까요? 김상욱 교수는 “바로 인간의 행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변할 수도 있지만 변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인간을 보면, 인간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에는 인간의 놀라운 특성은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을 믿는 능력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원숭이에게 돈을 주면 가치 있다고 여길까요? 반면 현재 한국에 살아있는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돈다발을 주면 정말 좋아하겠죠. 더 크게 볼까요?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를 수호했습니다. 인간의 상상을 믿는 능력 덕분에 지구상의 75억 개체가 지구상의 어떤 종보다도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개체가 스마트폰을 만들면 모두가 사용하는 것처럼요. 인간은 이 능력으로 ‘사회’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옳다는 것도 인간의 상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상을 믿음으로써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을까요? 인간에게 이러한 상상의 합의는 다수의 동의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수가 합의할 때만이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루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가능한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인간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믿는 능력이 있고, 이것을 믿을 때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이룬 합의는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것을 바꾸지 말아야 할 지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의 문제에서는, 우리가 에너지와 원자를 다뤘던 방식과는 다른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변하지 말아야할 것에 대한 고민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김상욱 교수는 이렇게 우리가 변하지 말고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까지 교보문고 명강의 Big 10 3월 강연자인 김상욱 교수님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강연을 소개해드렸는데요. 눈부시게 변화하는 과학기술을 신봉할 것 같은 과학자가 변하지 말아야 할 인간의 합의와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 신선하게 다가오는 강연이었어요.
김상욱 교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떨림과 울림’이라는 저서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렵게만 생각되는 과학과 조금 더 친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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