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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색, 뗑깡, 간식, 시말서가 일본 잔재어? 우리 말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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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11. 10:00

일상생활에서 순우리말만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말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용해 우리말처럼 굳어진 것도 있고, 또 몰라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특히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일본식 한자어나 외래어와 혼합된 형태의 일본어 투의 용어는 우리의 언어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오늘은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5년에 펴낸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토대로 일제 잔재의 용어와 이에 대한 순화어를 알아볼게요.


# 이것도 일본어였어? 무심코 사용하는 일본어

1. 곤색 ➡ 감색

"너는 곤색 셔츠가 참 잘 어울린다."

'곤색'은 검은빛을 띤 어두운 남색을 의미합니다. '곤색'이라는 용어는 '감(紺)'의 일본식 발음인 '곤'에 '색'을 붙인 말입니다. '곤'의 발음 자체가 일본어로도, 한자어로도 그 뜻을 알기 어려우므로 곤색은 '감색'으로 바꿔 쓰는 것이 좋습니다. 


2. 왔다리 갔다리 ➡ 왔다 갔다

“왔다리 갔다리 하느라 시간만 낭비했어.”

왔다리 갔다리는 우리말 '왔다 갔다'에 같은 뜻의 일본어인 '잇타리 키타리(いったりきたり)'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왔다 갔다 + 잇타리 키타리가 ‘왔다리 갔다리’가 된 거죠. ‘왔다 갔다’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3. 뗑깡 ➡ 생떼, 투정

“우리 아들은 외출만 하면 뗑깡을 부려서 큰일이야.”  

'뗑깡 부리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뗑깡(てんかん)'은 일본어로, 간질병, 지랄병을 의미합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를 부리거나 생떼를 쓰는 의미로, 혹은 어린이가 심하게 투정을 부리는 뜻으로 쓰이는데요, 생떼, 억지, 투정 등 상황에 따라 적당한 말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4. 쓰키다시 ➡ 곁들이 (안주)

“이 식당은 회보다 오히려 쓰키다시가 더 맘에 든다.”

본 음식인 생선회를 마련하는 동안 먼저 간단히 내 주는 안주를 쓰키다시(突き出し, つきだし)라고 부르는데요, 국립국어원의 국어순화자료에서는 ‘곁들이 안주’라는 우리말로 순화하여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5. 시말서 ➡ 경위서

“시말서 써 낼 각오하고 도전해보려고 해.”

시말서(始末書)'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적은 문서’라는 의미로, 한자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쓰는 글(문서)'입니다. 어떤 일의 자초지종, 형편을 뜻하는 일본어 시마즈(しまつ, 始末)에서 나온 말이므로, '경위서(經緯書)'로 순화해서 사용하는 것이 이해도 빠르고 훨씬 쉽습니다. 


6. 간식 ➡ 새참, 소보로빵 ➡ 곰보빵  

“오늘 간식은 소보로빵으로 할까요?”

간식(間食)은 일본어 칸쇼쿠(かんしょく)를 우리말로 읽은 것인데요, 그냥 한자어가 아니라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음식을 가리키는 '새참', '군음식'이라는 순우리말로 바꿔 써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소보로빵(そぼろパン)에서 ‘소보로’ 역시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실과 같은 물건이 흩어져 엉클어져 있는 모양을 뜻합니다. '곰보빵'으로 순화해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7. 잉꼬부부 ➡ 원앙부부

“앞집에 사는 잉꼬부부는 매일 함께 외출한다.” 

일본 말로 ‘앵무새’를 뜻하는 ‘잉꼬(いんこ, 鸚哥)’라는 단어는 ‘남의 말만 흉내 내는 새’라는 안 좋은 이미지가 있는데요, 우리가 ‘잉꼬’라고 부를 때는 ‘잉꼬부부’를 떠올려 좋은 이미지로 둔갑합니다. 앵무(잉꼬)는 부부 금실과는 무관한데도 우리는 ‘잉꼬’에 ‘부부’를 붙여 사이 좋은 부부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항상 함께 다녀 화목하기로 유명한 새는 앵무가 아니라 원앙입니다. 따라서 금실 좋은 부부를 비유할 때는 원앙 부부라 하는 것이 맞습니다.


# 자주 쓰이는 일본식 한자어 알아보기

이 밖에도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일본식 한자어를 알아 볼게요. 접두사에는 '가(假)', '공(空)’, '생(生)~' 등이 있습니다.  

가건물(假建物)

 임시 건물

 가계약(假契約)

 임시 계약

 가불(假拂)

 임시 지급

 가접수(假接受)

 임시 접수

 가처분(假處分)

 임시 처분

 공상자(空箱子)

 빈 상자

이 단어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쓰였고 우리 한자음으로 바꾸어 읽어 온 터라 순 일본어에 비하면 거부감이 덜한 편이죠.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일본어에서만 통용되는 용법으로 쓰여서 우리의 일반적인 한자 지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우므로 적절히 선별해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다듬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식 한자어 접미사에는 '~선(先)', '~원(元)', '~구(口)', '~고(高)', '~계(屆)', ~합(合) 등이 있습니다. 

거래선(去來先)

거래처 

 수입선(輸入先)

 수입처

 제조원(製造元)

 만든 곳

 매표구(賣票口)

 매표소, 표 사는 곳

 비상구(非常口)

 비상문

 물가고(物價高)

높은 물가 

 수확고(收穫高)

수확량 

 수입고(輸入高)

수입량 

수출고(輸出高)

 수출량

 결석계(缺席屆)

결석 신고서 

 숙박계(宿泊屆)

숙박부 

 시합(試合)

 겨루기

 대합실(待合室)

맞이방 

이 외에도 ‘∼에 의하여’, ‘~을 통하여’ 등 조사 관련 일본식 표현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에 의거’는 ‘~에 따라’로, ‘기(己) 제출한’은 ‘이미 제출한’으로,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는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로, ‘휴가철 도래에 따른’은 ‘휴가철이 오면’ 등으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 나의 우리말 상식은 몇 점일까? 한번 풀어 보세요!

마지막으로 우리말 상식을 한 번 체크해 볼까요? 다음 중에서 일본어 잔재가 들어 있지 않은 문장(일본어 투 용어가 들어 있지 않은 문장)을 모두 골라 보세요. (도움말: 정답은 5개 이하)


1) 새로 산 바지에 빵꾸가 났다.  

2) 간식 먹고 공부해라. 

3) 그 놈의 야코를 꺾어 놔야겠어.

4) 너의 입장을 얘기해 봐.

5) 내 은행 구좌로 입금해 줘.

6) 그가 하는 말은 대부분이 구라이다

7) 내일 태권도 시합이 있다.

8) 건물 비상구는 미리 알아 두도록 해.

9) 펜싱에서는 머리, 팔, 다리를 제외한 어깨에서 사타구니까지만 찌르는 것이 허용된다.

10) 이번에 새로 산 네 옷 간지 나더라.

11) 우동 다시 재료에 멸치는 꼭 들어가야 해. 

12) 에누리해 주시면 다음에 또 올게요.

13) 아들이 뗑깡을 부려 따끔하게 혼냈다.

14)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 부서에서 제일 고참이다.

15) 사장님 따까리 노릇이나 할 작정이니?  

16) 소라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다.

17) 기라성 같은 선배님이 총출동했다.

18) 소보로빵은 못생겼지만 맛은 달콤하다.

19) 곤색 정장이 참 잘 어울린다.

20) 익일 오전 9시까지 운동장에 모일 것.


 정답은 3,6,9,12,15번입니다. 야코, 구라, 사타구니, 에누리, 따까리는 모두 우리말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이해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해 온 저도 미처 몰랐던 일본어 투 단어와 표현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음식점에 가서 ‘다대기(다진 양념)’, ‘나베우동(냄비국수)’ 등의 단어를 무심코 내뱉었던 제 자신이 한심해지기도 했어요. 앞으로 일본어의 찌꺼기를 버리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써 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저녁에는 닭도리탕과 야키만두 말고 ‘닭볶음탕’과 ‘군만두’를, 만땅 말고 ‘가득’ 냄비에 끓여 온 가족이 함께 먹으며 우리말의 우수성과 소중함에 대해 정담을 나눠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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