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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 연가 1편: 꽃 이름을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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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12. 12:45

안녕하세요. 꽃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그 동안 연재해 온 ‘그린테라피의 광화문 길꽃 이야기’를 끝내고, 새롭게 ‘꽃바람 연가(戀歌)’라는 제목으로 꽃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분들을 ‘꽃쟁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이 갖추어야 할 기본상식을 공부해 보는 새로운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격언은 삶의 어느 곳에 적용해도 꼭 들어맞는 진리니까요! 

공자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요. 이 말은 단순히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즐기는 것을 비교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어떤 경지나 차원의 문제로 읽어야 한다네요. 제대로 알게 되면 좋아하는 것의 경지가 달라지고, 제대로 좋아하면 즐기는 것의 차원이 달라진다는 뜻이죠. 우리 한 번 꽃을 잘 알고, 좋아하고, 즐겨 보자고요.


오늘은 첫 번째 이야기로 ‘꽃 이름’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합니다. 설명 중에 학문과 연관될 때는 편의상 ‘식물명(식물이름)’이란 단어를 쓸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식물에는 꽃이 피는 식물도 있고 꽃이 피지 않는 것도 있거든요. 진화론에 따르면 꽃 피는 식물이 가장 진화된 형태인데요, 꽃 이름에 무슨 설명 거리가 있을까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꽃 이름의 세계로 들어가면 아주 복잡다단하고 흥미롭답니다. 


3월 중순 광화문광장은 봄꽃 단장을 끝냈습니다. 늘 이맘때쯤 봄꽃이 광장에 등장합니다. 꽃씨를 심는 것이 아니라 겨우내 하우스에서 키워낸 꽃들을 옮겨 심는 것이지요. 꽃들은 이미 핀 상태이거나 꽃대를 쭈욱 만들어낸 상태입니다. 화사한 봄꽃으로 꾸민 광화문광장은 봄내음이 물씬 납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 온 것이지요. 봄꽃의 등장은 첫 호각소리이자 신호랍니다.

 

초봄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꽃은 ‘삼색제비꽃’입니다. 꽃샘추위에도 강해 금방 뿌리를 내리고 제 모습을 드러내죠. ‘삼색제비꽃’이라는 꽃 이름이 생소한 사람들도 ‘팬지(pansy)’는 들어보셨을 거에요. 팬지가 바로 삼색제비꽃입니다. ‘팬지’, ‘삼색제비꽃’이 모두 꽃 이름인 것이죠. 바로 우리말(한글) 꽃 이름입니다.


꽃 이름을 알려면 제일 먼저 ‘국명(國名)’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합니다. 국명이라는 단어 속에는 ‘하나의 국가’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지만, 조금 넓게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국가 또는 언어권을 가진 단위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식물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요. 영어로는 ‘커먼 네임(common name)’이라고 하는데, 이를 직역해 ‘보통명’ 또는 ‘일반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냥 ‘국명’으로 알아들어도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명으로 ‘삼색제비꽃’, ‘팬지’라고 부르고 있으며, 영어권에서도 역시 ‘팬지’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삼색제비꽃을 ‘빵세(pensee)’라고 부르죠. 

 

국명은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땅에서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 오고 있는 식물을 ‘자생식물(自生植物)’이라고 부르는데요, 자생식물들 중에서는 국명이 여러 개인 식물들도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삼색제비꽃은 자생식물은 아닙니다. 외국에서 원예용으로 들여온 식물이죠. 이런 식물을 ‘재배식물(栽培植物)’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기관인 국립수목원(한국식물분류학회와 공동으로 작업)에서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 사이트 (www.nature.go.kr/kpni/index.do)에서 식물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은 우리나라 식물에 대한 표준화되고 통일된 식물 목록(국명 및 학명)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국명 꽃 이름과 학명 꽃 이름을 제공하고 있고, 특별히 ‘추천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여러 개의 국명 중에서 하나를 추천명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추천명은 한마디로 주된 국명 꽃 이름인 것이죠. 학문이나 교육 목적 등 공적인 목적에서 사용하는 꽃 이름에는 추천명을 사용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삼색제비꽃’이 바로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추천명으로 정한 국명 꽃 이름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냥 ‘팬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죠. 이런 사례를 볼 때, 꽃 이름이라는 것은 독점되거나 누구에 의해 강요될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추천명에 쓰이는 꽃 이름이 곧바로 ‘표준어’인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동일하지만 표준어는 별도의 기준과 원칙이 있어서 ‘동일한 개념’은 아니란 정도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명 꽃 이름과 비교해 ‘이명(異名)’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명(synonym name)’은 학명(scientific name)에서 정명(正名, correct name)과 비교하여 쓰이는 단어입니다. 학명 꽃 이름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학명을 알면 꽃에 대한 정보를 엄청나게 많이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명’이라는 단어는 학명과 관련해 사용하되, 국명과 관련해 사용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식물 관련 책을 보시다가 우리말 꽃 이름에 ‘이명’이라는 용어를 발견하신다면, ‘추천명을 제외한 국명’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식물목록 같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식물정보 제공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학 능력이 있으면 식물에 대한 정보를 좀 더 풍성하게 얻을 수 있겠죠. 어떤 학자들은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만들어놓고 유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기도 합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 식물분류학적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업데이트하는 작업이 쉽지가 않거든요. 또 제공하는 식물 정보가 틀리거나 풍부하지 못해서 아쉬움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표준식물목록은 꽃을 배우려는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꽃 이름 정보가 통일적 관리와 교육적 목적 등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조상대대로 오랫동안 사용하던 우리의 꽃 이름을 없애는 역할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문화독재주의가 될 수 있거든요. 우리 고유의 꽃 이름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은 국명, 이명, 학명, 정명, 추천명 등 꽃 이름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또 국가기관에서 제공하는 기초 식물지식 제공 사이트인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대해서도 소개해 보았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학명 꽃 이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봄꽃이 피고 있습니다. 즐기시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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