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일본 치하에서 독립을 꿈꿨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안중근, 지청천, 김원봉과 같이 무장노선을 택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고, 김소월, 한용운, 이육사와 같이 소설과 시로 저항의 의지를 보여준 독립운동가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광복된 조국을 만나지 못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시인 윤동주와 광복 후 민족의 비극 속에 죽어간 시인 정지용을 만나러 교토로 떠나보겠습니다!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 기타야마역에서 도시샤(同志社) 대학까지

도시샤(同志社) 대학교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곳은 윤동주, 정지용 시인의 모교인 도시샤 대학교입니다. 도시샤 대학교는 일본 관서 지방 4대 명문 대학교 중 하나로, 교토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특히 문학부가 유명해서 정지용, 윤동주 시인이 도시샤 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도시샤 대학교 주변에도 볼거리가 제법 많이 있어서 오늘은 교토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볼거리를 중심으로 기타야마 역부터 도시샤 대학교까지 코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도심 속의 한적함, 도판명화의 정원

첫번째 볼거리는 도판명화 정원입니다. 기타야마 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쪽에 바로 도판명화의 정원이 보입니다. 도판명화의 정원은 세계 유명 명화들을 벽에 그려 전시한 곳으로서 한적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또한 도판명화의 정원은 인공폭포도 있어 시원한 인공폭포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그림을 즐겨도, 다 둘러보는데 2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현재 도판명화의 정원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네의 수련, 토바 승정의 조수 인물 회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직전에 오사카에서 3일을 강행군을 보낸 터라 매우 지쳐 있었는데요, 비록 진품은 아니었지만 해외의 유명 명화들을 도심 속에서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개장 시간:  09 : 00 ~ 17 : 00 (입장은 16:30까지)

휴원일: 12 월 28 일 ~ 1 월 4 일

입장료: 일반 100엔

공통권: 일반 250엔 고등학생 200엔 (공통권은 식물원 및 도판 명화의 정원에 모두 입장)

           중학생 미만, 70세 이상은 무료.


#밤에 더 빛나는, 교토부립식물원

도판명화의 정원에서 나와 다시 키타야마 역 3번 출구 기준으로 왼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교토부립 식물원이 있습니다. 교토부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으로 지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매우 큰 규모로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식물원입니다. 저는 해가 지기 전에 도시샤 대학교에 도착하려면 식물원에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지나갔지만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매우 아름다운 식물원이라고 합니다. 또한 벚꽃과 단풍 시즌에는 밤에 개방을 해 조명을 비추는 행사도 열립니다. 방금 전 소개해드렸던 도판명화의 정원과 함께 이용한다면 50엔 할인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개장시간: 오전 9시~ 오후 5시 (마감시간은 시즌별로 상이함)

입장료: 성인 200엔 고등학생 150엔 (공통권 구입하면 도판명화 정원과 함께 이용, 50엔 할인)

           중학생 이하 무료 70세 이상 무료


#현지인만 아는 교토 산책길, 나카라기노 미치(半木の道)

교토 중심을 흐르는 카모 강의 상류에 위치한 나카라기노 미치는 강을 따라 쭉 뻗어 있는 벚꽃이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사실 도시샤 대학을 가기 위한 루트를 이렇게 짠 이유이며 제가 여러분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곳 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벚꽃을 보러 일본 여행을 하지만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벚꽃 스팟에 가서 사람에 치이는 모습을 보고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벚꽃이 피어 있는 이 길을 걷다 지치면 벤치에 앉아 사람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기면 아주 좋은 곳입니다.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이 이 곳에서 돗자리를 펴서 자거나 혹은 친목회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요, 그야말로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입니다.


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징검다리를 위태위태하게 건너며 서로 손을 잡아주는 젊은 연인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길을 걷다가 지치면 강에 발을 살짝 담가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세계 문화 유산, 시모가모(下鴨神社) 신사

나카라기노 미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길을 틀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시모가모(下鴨) 신사가 나타납니다. 교토에는 많은 세계문화유산이 있지만 시모가모 신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랍니다. 원래 시모가모 신사의 이름은 가모미 오야(賀茂御祖) 신사이지만 시모가모 신사란 이름이 더 유명한데요, 그 이유는 교토 중심을 흐르는 카모(鴨) 강의 밑(下)에 있다고 해서 시모가모(下鴨) 신사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시모가모 신사는 인연을 맺어주기로 유명한 신사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인지 시모가모 신사에서 예식을 올리거나 결혼 사진을 찍은 신랑 신부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운이 좋게도 저도 결혼 사진을 찍는 신랑 신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 여성 수호의 신사, 카와이 신사

손거울 모양의 에마(絵馬)

시모가모 신사 남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또 작은 신사가 하나 보일텐데요, 이 신사는 카와이 신사로 시모가모 신사보다 더 오래 전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카와이 신사는 여성 수호의 신사로 모시는 신은 최초의 일왕, 진무 천황의 어머니 타마요리(玉依)공주입니다. 이 타마요리 공주는 아름다움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데요, 손거울 모양의 에마에 자신의 얼굴을 그리면 외모와 내면 모두 아름다워진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제가 방문했을 때 많은 여자분들이 에마에 그림을 그려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정지용을 만나다, 도시샤 대학교

드디어 도시샤 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샤 대학교는 옛날에 지어진 건물들과 현대식 건물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데요, 붉은 벽돌로 된 건물들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윤동주 정지용 시비는 해리 과학관과 도시샤 예배당 사이에 있으므로 잘 보고 찾아가셔야 합니다!

  

윤동주 시비(좌) / 정지용 시비(우)

마침내 만난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는 아름답게 꾸며진 작은 공원처럼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시비를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한 벤치도 조성되어 있었고 사진 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작은 연못도 있었습니다.

 

모더니즘, 서정시, 가톨릭 신앙, 자연시 등 다양한 종류의 시를 쓰며 후에 청록파에 영향을 준 정지용 시인의 시비에는 태극기와 함께 이곳을 찾은 참배객들 두고 간 꽃들이 있었습니다. 정지용 시비에 적혀 있는 시는 ‘압천(鴨川)’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압천

鴨川 十里ㅅ벌에

해는 저믈어…… 저믈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떠ㅅ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내의 시름.

鴨川 十里ㅅ벌에

해가 저믈어…… 저믈어……


이 압천(鴨川)은 정지용 시인이 교토의 강인 카모(鴨) 강(川)을 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시라고 하는데요, 조국을 뺏긴 아픔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뺏은 나라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정지용 시인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잘 느껴지는 시입니다. 


윤동주 시비에는 윤동주의 시 중 대표작인 서시가 적혀 있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맨 처음에 나오는 시로서 사실 제목은 붙여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 시의 제목을 ‘서시’로 착각하곤 하는데요, 시집의 시작을 알리는 시라는 의미로 서시인 것입니다. 이 시는 일제시대 당시에 한글로 쓰여진 시임에도 현재 일본의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서시가 문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사실 윤동주 시인은 처음부터 도시샤 대학교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지금의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다가, 도쿄의 릿쿄대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이 심화되어 도쿄의 분위기가 숭숭해지자 1942년 도시샤 대학교에 새로이 입학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1943년 7월 14일,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그 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광복 만 6개월 전인 1945년 2월 16일에 뇌출혈로 옥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죽음에 한 가지 의혹이 있습니다. 바로 윤동주 시인이 일본군의 생체실험으로 죽었다는 설입니다. 그 증거로 윤동주 시인이 복역하던 후쿠오카 형무소는 생체실험을 했다는 증거가 일본전범재판 기록물에 남아 있습니다. 또 윤동주 시인의 시체를 거두러 온 당숙 윤영춘이 윤동주와 함께 복역하던 송몽규와 잠시 면회를 했었는데 동주와 자신은 어떤 주사를 맞고 있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100년 전, 원수의 나라였던 일본의 대학교에서 대한민국의 두 시인의 시비를 마주하면서 어딘가 가슴 한 켠이 시렸는데요, 여러분들도 그러한 감정을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이 했던 말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때때로 이 말은 현실에 적용되기도 합니다. 문학이 가진 힘 그리고 시가 가진 힘이, 당시에 많은 식민 지배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일제의 핍박을 견딜 수 있는 한 줄기 작은 희망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도시샤 대학교가 소재한 교토는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같이 여행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신사, 금각사등 유명한 관광지를 찾는 것도 좋지만 한적한 교토의 산책길을 걸으며 시인을 만나러 가는 여행은 어떠신가요?




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인기 태그

#요리 #여행 #제철요리 #광화문글판 #보험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