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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샌 루이스 오비스포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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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2. 14:12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도시’, 미서부 여행에서 이 도시를 찾게 해준 행운의 검색어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샌 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는 여행사 관광 상품에는 없지만 현지에서는 ‘작고 예쁜 도시’, ‘행복한 장소’라는 수식어로 추천 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여행지인데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 많아 2박3일을 지루함 없이 채울 수 있습니다. 멋진 바닷가와 태평양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샌 루이스 오비스포로 함께 떠나 보실까요? 


# 느긋하고 한적한 해안가 공원

LA에서 차로 서너 시간이면 도착하는 샌 루이스 오비스포는 현지에서는 ‘SLO’로 줄여 부르곤 합니다.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아마 명문대학인 칼 폴리대학(California Polytechnic State University)이 있는 도시로도 알고 계실 거에요. 유명 대학이 있는 도시지만 가는 곳 어디에서도 다른 사람의 어깨에 부딪칠 일이 없었는데요, 관광객으로 붐비기 쉬운 여름 휴가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관광보다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난 것은 보물 찾기에 성공한 것만큼 뿌듯했어요.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곳은 물새들이 떼 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장관인 다이너소어 케이브 파크(Dinosaur Caves Park)입니다. 해변에 인접한 이 공원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은 넓은 잔디밭과 타이어 그네 놀이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새를 바라보는 데 온 정신을 빼앗겨 있었지만요. 시야는 해변으로 탁 트이고, 귀에는 물새 소리만 들리는 이 공원에서 저희 가족은 말 그대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놀 공간이 다채로운 장소에 가면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것을 접하게 해 주고 싶어 마음이 급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평온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어요. 야생의 한적함을 그대로 간직한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느긋하게 감상하게 되더라고요. 


이 공원에서는 공룡, 돌고래, 공룡알, 물개 조형물이 아이들의 장난감입니다. 아이들은 물개 조형물에 올라타고 타이어 그네를 타며 지치지 않고 한참을 놀았어요. 공원 이름에 공룡이 붙은 것은 1940년대에 이곳에 세워진 거대한 콘크리트 공룡 때문인데요, 그 때는 사람들이 공룡에 들어가 꼬리의 터널을 따라 지하 바닷가 동굴로 내려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없어져서 조금 아쉬웠어요. 


주소: 760 Mattie Road Pismo Beach, CA


# 소음도, 붐비는 거리도 없는 도시 산책

길가 명소 중 하나인 풍선껌 골목(Bubblegum Alley)은 브로드가와 가든가 사이에 숨겨진 골목길입니다. 높이 4.5m, 길이 21m에 이르는 골목의 벽에 행인들이 붙인 껌이 색색으로 붙어 있죠.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찬찬히 보면 껌으로 메모를 하고, 작품을 만들고, 그림을 그린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골목은 2차 대전 이후 샌 루이스 오비스포 고교 졸업반 학생들과 칼 폴리 대학생들의 경쟁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중간에 깨끗이 청소를 당한 적도 있지만 70년대 초부터 다시 여러 색의 껌을 붙이면서 되살아났다고 해요. 골목 진입 전부터 풍선껌 향기가 진하게 나고, 지저분하다기보다는 하나의 대중문화를 감상하는 기분을 갖게 되는 곳입니다.


주소: 733 Higuera St, San Luis Obispo, CA


마돈나 인(Madonna Inn)은 별다른 정보 없이도 발견하면 멈춰 설 수 밖에 없는 모텔입니다. 외관에서부터 핑크빛 장식이 곳곳에 눈에 띄는데, 각종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죠. 2010년 1월 미국 ABC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쇼, <배첼러(The Bachelor)>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름 때문에도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마돈나’는 가수 마돈나가 아닌 알렉스 마돈나라는 사업가의 이름입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온통 핑크색이 펼쳐지는데, 핑크 장미 카펫과 핑크빛 의자가 연출하는 달콤한 분위기에 푹 빠지게 됩니다. 오두막, 금빛 반짝이, 그리고 인조 나뭇가지와 덩굴로 장식된 정글 바위도 눈에 띄었는데, 화려한 명소로 꼽히지만 아주 조용하고 포근한 분위기였어요. 투숙객이 아니어도 레스토랑과 바, 기념품 숍, 베이커리 등을 눈치 보지 않고 구경할 수 있으니 마음껏 즐겨 보세요. 


주소: 100 Madonna Rd, San Luis Obispo, CA


# 바다코끼리, 고래와 함께한 시간

도시 안을 벗어나 물과 가까이 하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샌 루이스 오비스포는 아쉬움이 없는 곳입니다. 해변 모래놀이, 바다생물 구경, 잠수함 체험까지 하루 전부를 해변에서만 보내도 충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바다코끼리와 바다표범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서식지, 포인트 피에드라 블랑카(Point Piedras Blancas)입니다. 바다표범들은 짝짓기와 출산을 위해 이곳으로 모이는데요, 여름부터 3월경까지 약 1만7천 마리가 9.6km의 바닷가를 채운다고 합니다. 아기를 돌보거나 어슬렁거리며 장소를 옮기는 바다표범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니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중계방송을 하느라 난리가 났어요. 가장 전망이 좋은 지역은 포인트 피에드라 블랑카에서 남쪽으로 2.4km 떨어진 곳으로, 매일 무료로 개방됩니다. 생생한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즐거움에 한 두 시간을 서 있는 일이 전혀 괴롭지 않았어요.


주소: Cabrillo Hwy San Simeon, CA


모로베이(Morro Bay)는 지갑을 열어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고래 관람 투어, 바닷 속 구경, 카누 타기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데, 모두 유료입니다. 웨일 와칭(Whale Watching)이라는 상품명의 고래 구경은 바다 한가운데까지 들어가 바위 위에 올라간 고래를 만날 수 있던 기분 좋은 투어였습니다. 유리 바닥으로 바닷속을 탐험하는 해저 투어 역시 아이들은 만족한 체험이었죠. 이 프로그램들은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만 진행합니다. 이곳에 올 때는 여벌옷을 챙기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주소: 699 Embarcadero #9, Morro Bay, CA


피스모 비치는(Pismo Beach) 서퍼들이 많이 찾는 해변입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라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어요. 해안선과 햇빛에 그을린 절벽이 만드는 풍경이 멋져 낙조를 보러 일부러 찾아왔다는 현지인도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아빌라 비치 역시 해변을 따라 산책하며 양쪽으로 해안선을 감상하기 좋은 낭만적인 장소입니다. 


주소: 피스모 비치 760 Mattie Road, Pismo Beach, CA / 아빌라 비치 3950 Avila Beach Dr, San Luis Obispo, CA 


#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공간, 식물원 & 박물관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 아니라면 1772년 세워진 데 톨로사 성당(Mission San Luis Obispo de Tolosa)이나 지역 예술가의 작품 전시가 있는 미술관(Museum of Art), 출판계의 거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대저택(Hearst Castle) 등을 관광명소로 추천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체험 공간을 빼놓을 수 없겠죠.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위한 식물원과 박물관을 소개해 드릴게요. 

보태니컬 가든(Botanical Garden)은 지역공원의 구릉에 위치한 식물원입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잠 없는 아이들과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에 좋아요. 지중해 분지와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 지역의 다양한 식물 생물이 살고 있으며, 가뭄이 오래되는 기후 특성상 물이 없어도 잘 자라는 식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소: 3450 Dairy Creek Rd, San Luis Obispo, CA

편안한 실내에서 엄마 아빠는 쉬어갈 수 있는 코스를 찾다 발견한 어린이박물관(Children's Museum)은 정말 반가웠습니다. 직업체험장, 야외 놀이, 과학전시, 모션 인식 게임, 모래놀이, 자동차 놀이 등 초등 고학년 학생도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입장료 8$가 아깝지 않았어요. 요일마다 운영 시간이 상이하니 방문시 일정을 꼭 확인하세요.


운영시간: 화 / 수 : 10:00 am ~ 15:00 pm 

목~토: 10:00 am ~ 17:00 pm 

일: 13:00 pm ~ 17:00 pm

주소: 1010 Nipomo St, San Luis Obispo, CA


캘리포니아는 유명한 도시가 많지만 이렇게 작은 도시 안의 명소를 하나씩 돌아보며 현지인처럼 여행을 즐기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동선 정리가 가장 골치 아픈데, 샌 루이스 오비스포는 10분 정도면 어디든 도착해 일정을 바꿔도 시간 낭비가 없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 박자 쉴 수 있는 한적하고 느린 여행을 원하신다면,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 들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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