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명소 중에는 붉은 바위산이 솟아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회색 돌이 아닌 빨간 바위가 거대하게 솟아 장관을 이루는 곳들인데요, 이곳들은 주로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관광지처럼 말끔하게 단장해 둔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철저하게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한다’는 이념으로 관리되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자연의 힘이 만들어 놓은 붉은 암산을 그대로를 볼 수 있어 신비로움이 더합니다. 누군가 물감을 칠한 것처럼 붉게 물든 바위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오늘은 비슷한 듯 다른 경관을 지닌 세 곳의 붉은 산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1. 명상과 기를 부르는 붉은 산, 세도나 국립공원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세도나 국립공원(Sedona National Park)은 미 서부 여행상품에서 빠지지 않는 곳입니다. ‘명상의 중심지’가 키워드인데, 과거 코리안 특급 투수 박찬호 선수가 명상훈련과 기 치료를 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죠.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센 곳이라는 소개가 붙는 이유는 지층에서 전기적인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인데요, 휘어져 자란 나무가 많은 것도 지구 자기장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보통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설렘이 먼저 일기 마련인데, 세도나에서는 붉은 바위 덩어리, 가파른 협곡,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보니 경건함과 숙연한 마음이 절로 들었어요.


많은 여행자들이 세도나에 관해서는 ‘명상’이나 ‘붉은 바위’라는 몇 개의 키워드만 알고 방문합니다. 그러다 보니 신기한 붉은 산을 보고도 ‘왜?’라는 물음조차 잊은 채 감탄만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데요, 저 역시 여행 후에야 붉은 바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어요.

세도나 바위의 붉은 색은 수 천 년에 걸쳐 원소들에 반응하는 얇은 산화철 코팅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철이 함유된 금속을 실외에 오래 두면 불그스름하게 녹이 스는 것과 같죠. 그런데 붉은 색을 입기까지는 상상 이상으로 큰 숫자가 나옵니다. 세도나 지역은 3억 3천만 년 전 해저에 있었는데, 해수면이 상승해 토양이 쌓이고, 다시 해수면이 떨어지고, 바람에 날린 모래가 그 위에 겹겹이 쌓여 바위가 된 것입니다. 


세도나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바위 위의 십자가가 눈에 띄는 홀리크로스 성당(Chapel of the Holy Cross)과 종 모양의 벨 락(Bell Rock) 주변입니다. 해발 300m의 붉은 바위 절벽에서 20m 넘게 솟아나 있는 홀리크로스 성당은 1956년에 건립된 것입니다. 평소에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 오후 5시마다 예배가 있습니다. 예배당의 경건한 분위기가 좋았지만 아이들은 향과 초를 파는 기념품 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벨 락은 두 시간짜리 트레일 코스를 한 바퀴 돌며 감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은 따분할 수 있으니 업타운 세도나를 여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레스토랑과 작은 공원, 미술관, 기념품숍 등이 밀집한 앤티크한 마을이라 한 두 시간 천천히 둘러 보며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주소: 331 Forest Road, Sedona, AZ (라스베이거스 중심지에서 차로 약 5시간, LA에서 차로 약 7시간)

입장료: 성인 7$ / 청소년 4$

운영시간: 주 7일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2. 웅장하고 신비로운 협곡, 레드 락 캐년 국립보존지구

레드락캐년(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은 국립보존지구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1시간 내외 거리인데, 여행상품에는 잘 포함되지 않는 코스라 이곳을 모르는 여행객이 많죠.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영화 촬영도 많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붉은 바위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점에서 세도나와 비슷한 풍경일 것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어요. 모하비 사막의 일부분이라 전체적으로 삭막하면서도 암산의 협곡이 많고 웅장했습니다. 거대한 붉은 색에 둘러싸여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협곡의 길이가 20km에 이르는 곳도 있어 감히 발을 디딜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레드 락 캐년을 대표하는 소개는 ‘신비로운 협곡’입니다. 이곳의 지각 단층은 전면 붉은 색이 아닌 층층마다 다른 색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길 왼쪽으로는 흰 지층대가 보이는데, 길 오른쪽으로는 붉은 지층대가 보이기도 하죠. 지층을 겹겹이 드러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꼭대기쪽 일부만 빨간 바위산도 있어 자연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산이 붉은 색을 띠는 것은 산화철이나 철산염의 존재 때문입니다. 1억 8천만 년 전부터 모래언덕들이 축적되어 산화철로 굳어졌고, 약 6천 6백만 년 전부터 지금의 붉게 변색된 풍경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철광물이 산화되면서 붉은색, 주황색, 갈색빛이 도는 암석이 생기게 된 것이죠. 식물도 다양한데, 덤불 같은 사막도 있지만 제법 초록빛이 도는 나무도 있습니다. 의외로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회색, 녹색 등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색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레드 락 캐년에는 등산로와 산책로가 많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각 탐방로의 간략한 설명이 포함된 공원 지도를 참고하시면 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짧은 코스라도 쉽사리 첫발을 내딛게 되지는 않았어요. 시야에 다 담지 못할 만큼 병풍처럼 펼쳐진 붉은 암산 앞에 서 본 것만으로도 여행의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주소: 1000 Scenic Loop Dr, Las Vegas, NV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1시간 내외)

운영시간: 주 7일 오전 6시~오후 7시

입장료: 차 1대당 15$


3. 자연이 디자인한 불의 계곡,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 

붉은 암산이 있는 여행지 중 아이들과 가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는 밸리 오브 파이어(Valley of Fire State Park)를 꼽고 싶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걸어서 둘러볼 수도 있고, 하나씩 직접 올라 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거든요. 라스베이거스 중심지에서 1시간 정도로 가까워 이동하기도 쉽고, 일종의 과학관인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가 있어 실내에서도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불의 계곡’이라 부르는 밸리 오브 파이어는 네바다주에서 가장 오래된 주립공원입니다. 붉은색 사암이 햇빛에 반사되면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1억 5천만 년 전 공룡 시대에 웅장한 붉은 사암이 형성되었고, 오랜 기간 침식된 사암과 사구가 거친 바닥과 들쭉날쭉한 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돌에 대한 설명은 시원한 비지터 센터 안에서 자세히 읽어 보실 수 있어요. 

아치 모양의 바위, 빙글빙글 도는 아이스크림 모양의 바위 등 다양하고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아치 록’이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는 마치 타오르는 붉은 노을로 만들어진 듯 우아한 디자인을 뽐내고, ‘파이어 웨이브’라는 바위는 흰색과 빨간색 얼룩말 무늬의 사암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바위에 새겨진 묘한 문자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인디언 부족이 기원전 300년에서 1150년 사이에 이곳에 살았다고 하는데, 고대인들이 남긴 암석미술의 훌륭한 예를 공원 내의 여러 유적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소: 29450 Valley of Fire Road Overton, NV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1시간 내외)

운영시간: 오전 8시 30분 ~ 오후 4시 30분

입장료: 차 1대당 10$


화려한 도시 여행이나 테마파크를 좋아하는 분들은 어쩌면 붉은 암산이 따분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품은 자연의 붉은 풍경을 일단 마주하게 되면, 그 신비로운 장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잃게 되실 거에요. 저 역시 카메라 렌즈 대신 눈동자 속에 그 풍경을 더 오래도록 담아 두고 돌아왔습니다. 




Posted by 교보생명 교보생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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