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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다녀오기 좋은 부산의 숨은 명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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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10. 11:52

TV 프로그램 ‘알쓸신잡3’에서 나온 피란수도 부산 방송을 보고, 아이들과 다녀오고 싶은 여행지로 점 찍어 둔 부산. 부산에 가면 유명한 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어묵을 실컷 먹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도 뜻 깊으리라 생각했어요. 오늘은 저희 가족이 다녀온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적 현장 세 곳을 소개해 드릴게요. 


1.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첫 코스로 소개할 곳은 부산 서구 아미동에 위치한 비석문화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인들의 묘지가 있던 자리인데요, 6.25 전쟁 이후 부산으로 내려 온 피난민들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해요. 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건축자재로 사용된 비석들이 남아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미 공영주차장에 주차 후, 경사진 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입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은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이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들의 골목 사이를 지나다녀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해요. 목소리 큰 개구쟁이 아들에게도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TV에 나왔던 ‘묘지 위의 집’입니다. 피난민들은 집 짓는데 사용할 건축 재료가 마땅하지 않아서 묘지 위에 집을 짓기도 하고, 비석과 상석을 주춧돌 삼아 집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묘지 위에서라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야 했던 피난민들의 역경이 느낄 수 있었어요. 묘지 위의 집 옆에는 마을지도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 놓으시면 비석 위치를 찾는 데 유용합니다.


마을지도를 보며 가까스로 찾아낸 축대 비석과 놀이터 계단 비석입니다. 이 외에도 가스통 받침대로 쓰인 비석, 수돗가 비석 등 다양한 비석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아이들은 비석을 발견할 때마다 신났지만, 저는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더라고요.


비석문화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미로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 명씩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계단도 많았어요. 담장에는 군데군데 그림도 그려져 있었는데, ‘아미동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벽화는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골목길 따라 마을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다 보면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에 다다르게 돼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부산 서구의 경치 또한 전망대 이름만큼이나 예뻤습니다. 


날씨가 맑아서 저 멀리 부산 앞 바다까지 살짝 보였어요.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아미문화학습관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에는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최민식 갤러리가 있는데요, 예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사진 작품들을 접하시게 될 거예요. 


아미동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언니, 오빠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비석문화마을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감천문화마을과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흰여울문화마을도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주소 : 부산 서구 아미로 49

주차정보 : 아미동 공영주차장(1일 2000원)


2.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다음으로 찾은 곳은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입니다. 1926년 8월 10일에 준공된 이 건물은 원래 경남도지사 관사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기 부산 임시수도시절(1950~1953)에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곳이에요.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당시의 실내 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1층에는 응접실과 서재, 내실, 거실, 식당, 부엌, 욕실, 화장실, 증언의 방, 생각의 방 등이 있고, 2층에는 집무실과 회상의 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입장하면 응접실이 나오는데, 응접실에 딸린 서재에는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방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문턱에 서서 관람해야 하지만, 너무 리얼한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머물렀던 내실에는 자개장과 반닫이, 함 등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생활가구와 의복들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식당과 부엌, 욕실까지 둘러보고 나와 대통령 관저 뒷편에 있는 전시관으로 향했어요.


대통령 관저에서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시사만화 ‘고바우영감’으로 유명한 김성환 화백과 부산 1세대 화가인 우신출 화백의 작품들인데요, 6.25 전쟁 당시 19세 소년이었던 김성환 화백은 전쟁 발발 당시의 서울의 모습을 기록했고, 우신출 화백은 40세의 나이에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최전방 동부전선에 종군했다고 합니다. 두 화백이 그려 낸 작품들을 감상하는 동안,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생생하게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대통령 관저 뒤에는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이 있습니다. 이 전시관에서는 임시수도 시절 부산 사람들의 생활상과 부산의 정치, 경제, 문화상을 엿볼 수 있어요.


전시관 뒤로는 피난학교가 재현되어 있었는데요, 천막으로 지어진 학교 안에는 여느 교실처럼 칠판과 교탁, 나무 책걸상이 놓여 있습니다. ‘배움만이 살 길이다’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어요. 


임시수도기념관

주소 : 부산 서구 임시수도기념로 45

입장료 : 무료

문의 : 051-244-6345


3. 장기려 기념관

마지막 코스는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장기려 기념관’입니다. 장기려 박사는 오래 전 큰아이와 함께 읽은 위인전을 통해 알게 된 분인데요, 본받고 싶은 훌륭한 분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성산 장기려(1911∼1995) 박사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인물은 아니지만 부산을 터전으로 소외된 이웃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한 평생 나눔을 실천한 분입니다. 

6.25 전쟁 때 이산가족이 된 후 부산으로 피난을 와, 천막을 치고 진료소를 개설해 가난한 피난민들을 무료로 진료했는데요, ‘내가 누군가를 도우면 반드시 누군가 북에 있는 내 가족을 도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환자들을 돌보았다고 해요. 1979년에는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사회봉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1943년 국내 최초로 간 대량 절제 수술에 성공해 간 외과의 선구자로 평가 받고 있기도 한데요, 병원에서 수술에 사용했던 수술대도 볼 수 있습니다. 낡은 청진기와 의사 가운이 남긴 재산의 전부일 정도로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고 해요. 


전시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북카페가 마련되어 있어요.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개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예요.


장기려 기념관을 다 둘러 보셨다면 근처에 있는 부산의 명소인 초량 이바구길도 한 번 들러 보세요. 이곳 역시 피난민들의 생활터였지만, 지금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핫플레이스로 꼽히고 있습니다. 초량 이바구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168계단에는 모노레일이 무료로 운행되고 있어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후, 걸어 내려오면서 168계단을 체험해 보세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168계단 양쪽으로는 작은 상점들과 사진 찍기 좋은 공간들이 있으니, 나만의 인생사진을 남겨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장기려 기념관

주소 : 부산 동구 영초윗길 48(초량2동 화신아파트 아래)

입장료 : 무료

문의 : 051- 468-1248


저희 가족은 이번 부산 여행을 통해 한국 전쟁 시절 피란수도였던 부산의 역사도 배우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부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는데요, 아이들도 저도 꽤 만족스런 시간이었답니다. 아이들과 동반한 부산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임시수도기념관, 장기려박사 기념관을 일정에 넣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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