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봄, 네가 불어오는 계절
희선이는 새빨갛고 샛노란 꽃밭으로 가득 차 그 옆을 지나가는 어느 누구라도 이를 배경 삼아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을 닮은 친구였다. 그런 희선이의 풍경과는 달리 내 자화상에는 무색, 그리고 무취를 지닌 회백색 들꽃만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하며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아이의 계절이 봄에 있었다면, 내 것은 가을과 겨울 중간 즈음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겨울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희선이는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따사로운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 단어 하나하나, 문장 각각은 보드랍게 나를 감싸 안으며 흩날리는 벚꽃 잎 같았다. 향기로웠다. 그 아이 곁에 있으면 이내 나도 그 향기에 물들었다. 나는 그런 희선이가 좋았다. 봄..
2016.05.23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봄, 네가 불어오는 계절
희선이는 새빨갛고 샛노란 꽃밭으로 가득 차 그 옆을 지나가는 어느 누구라도 이를 배경 삼아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을 닮은 친구였다. 그런 희선이의 풍경과는 달리 내 자화상에는 무색, 그리고 무취를 지닌 회백색 들꽃만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하며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아이의 계절이 봄에 있었다면, 내 것은 가을과 겨울 중간 즈음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겨울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희선이는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따사로운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 단어 하나하나, 문장 각각은 보드랍게 나를 감싸 안으며 흩날리는 벚꽃 잎 같았다. 향기로웠다. 그 아이 곁에 있으면 이내 나도 그 향기에 물들었다. 나는 그런 희선이가 좋았다. 봄..
2016.05.23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할아버지의 풍경
"아버지가 택배를 못 보내신다." 엄마는 외삼촌의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 었다. 전화 너머로 밀려오는 불안함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듯 했다. 아버지가 요새 멍하니 있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분명히 기억하시던 것을 기억 못하시는 일이 많더라. 라는 말에도 세월 탓이겠거니, 우리 아버지에게 그럴 리가 없다고 넘겨오던 차였다. 그러나 이번은 아니 었다. 엄마는 의자에 걸린 옷가지들처럼 의자 위로 내려앉았다. 우리는 18년을 한 집에서, 한 주소로만 살아왔다. 할아버지는 매 철마다 고구마며 대게며 밤을 바리바리 보내주셨기 때문에 주소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 다. 할아버지는 배달전표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타지에서 살고 있는 자식은 엄마뿐이었다. 할..
2016.05.2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할아버지의 풍경
"아버지가 택배를 못 보내신다." 엄마는 외삼촌의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 었다. 전화 너머로 밀려오는 불안함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듯 했다. 아버지가 요새 멍하니 있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분명히 기억하시던 것을 기억 못하시는 일이 많더라. 라는 말에도 세월 탓이겠거니, 우리 아버지에게 그럴 리가 없다고 넘겨오던 차였다. 그러나 이번은 아니 었다. 엄마는 의자에 걸린 옷가지들처럼 의자 위로 내려앉았다. 우리는 18년을 한 집에서, 한 주소로만 살아왔다. 할아버지는 매 철마다 고구마며 대게며 밤을 바리바리 보내주셨기 때문에 주소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 다. 할아버지는 배달전표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타지에서 살고 있는 자식은 엄마뿐이었다. 할..
2016.05.20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축시
기계가 작은 소음과 함께 표를 뱉어냈다. 행선지는 여수. 그곳에 가면 89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두 정거장 전의 시골 마을에 내려 왼쪽에 나 있는 골목으로 쭉 올라갈 것이 다. 은근한 오르막길에 숨이 조금 밭아질 즈음 나타날 붉은 벽돌집. 어떤 연유인지 문짝이 없는 대문 옆에는 21년째 이름을 모르는 줄기 굵직한 나무가 자리해 있을 것이다. 그 밑에 는 철물점에서 파는 흔한 플라스틱 재질의 개집 하나가 놓여있을 거고, 분명 나름 안락한 집 따위는 내버려두고 거친 나무 뿌리 사이에 누운 채 스스로 홈리스의 길을 택하고 있을 집주인이 선연하다. 그 녀석 때문에 나는 방학 전까지는 굳이 내려가지 않으려 했던 고향으 로 향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달갑지는 않았지만 받았다. 좋..
2016.05.19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축시
기계가 작은 소음과 함께 표를 뱉어냈다. 행선지는 여수. 그곳에 가면 89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두 정거장 전의 시골 마을에 내려 왼쪽에 나 있는 골목으로 쭉 올라갈 것이 다. 은근한 오르막길에 숨이 조금 밭아질 즈음 나타날 붉은 벽돌집. 어떤 연유인지 문짝이 없는 대문 옆에는 21년째 이름을 모르는 줄기 굵직한 나무가 자리해 있을 것이다. 그 밑에 는 철물점에서 파는 흔한 플라스틱 재질의 개집 하나가 놓여있을 거고, 분명 나름 안락한 집 따위는 내버려두고 거친 나무 뿌리 사이에 누운 채 스스로 홈리스의 길을 택하고 있을 집주인이 선연하다. 그 녀석 때문에 나는 방학 전까지는 굳이 내려가지 않으려 했던 고향으 로 향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달갑지는 않았지만 받았다. 좋..
2016.05.19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우주를 걸어서
오늘도 그대의 숨소리에 당신의 하루를 떠올려봅니다. 좁은 방 하나에 당신과 나의 이불 속에서 등을 돌린 채 기도를 합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내일은 좀 더 부드럽기를, 좀 더 편하 기를. 아득한 밤이 지나고 푸르스름한 새벽이 다가오면 당신은 둥근 등을 억지로 펴고 조심 스레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와 인사를 하겠죠. 둥근 등은 새벽녘 스산한 공 기를 당할 재간이 없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봅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가 그대의 얼 굴을 밝혀주는군요. 당신은 움츠렸던 등을 펴고 큰 숨을 한번 내어 쉰 뒤 발에 힘을 싣습니 다. 시장에서 산 그 명품구두보다 더욱 아름답네요. 당신의 아침은 그렇게 힘을 싣습니다. 당신이 지나간 곳의 기개氣槪가 느껴집니다. 나의 발걸음은 왜 이리 더딘지요. 어제는..
2016.05.18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우주를 걸어서
오늘도 그대의 숨소리에 당신의 하루를 떠올려봅니다. 좁은 방 하나에 당신과 나의 이불 속에서 등을 돌린 채 기도를 합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내일은 좀 더 부드럽기를, 좀 더 편하 기를. 아득한 밤이 지나고 푸르스름한 새벽이 다가오면 당신은 둥근 등을 억지로 펴고 조심 스레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와 인사를 하겠죠. 둥근 등은 새벽녘 스산한 공 기를 당할 재간이 없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봅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가 그대의 얼 굴을 밝혀주는군요. 당신은 움츠렸던 등을 펴고 큰 숨을 한번 내어 쉰 뒤 발에 힘을 싣습니 다. 시장에서 산 그 명품구두보다 더욱 아름답네요. 당신의 아침은 그렇게 힘을 싣습니다. 당신이 지나간 곳의 기개氣槪가 느껴집니다. 나의 발걸음은 왜 이리 더딘지요. 어제는..
2016.05.18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화맹(花盲)
나는 언젠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읽고 다음과 같은 일기를 쓴 적 있다. ‘타인에 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은 결국 자신이 믿고 말고의 문제, 즉 환상에 불과하지만, 모 든 타인은 육체를 지닌 채 현실에 매여 있다. 그 부조화가 비극의 시작이다.’ 나는 지금 아버지에 대해 쓰기로 했다. 수필의 형식으로 쓸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쓰지 않 고 다른 글을 쓴다면 그것들은 전부 할 말을 회피하기 위한 넋두리에 불과할 것이다. 아버지는 암에 걸렸다. 나는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지금 이 글을 적어나가는 시각으로부터는 하루 전, 대략 35시간 정도 전에 아버지의 병환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역시 암이 맞았어, 라고 털어놓은 것이었다. 번잡한 감정이나 사실을 숨..
2016.05.17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화맹(花盲)
나는 언젠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읽고 다음과 같은 일기를 쓴 적 있다. ‘타인에 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은 결국 자신이 믿고 말고의 문제, 즉 환상에 불과하지만, 모 든 타인은 육체를 지닌 채 현실에 매여 있다. 그 부조화가 비극의 시작이다.’ 나는 지금 아버지에 대해 쓰기로 했다. 수필의 형식으로 쓸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쓰지 않 고 다른 글을 쓴다면 그것들은 전부 할 말을 회피하기 위한 넋두리에 불과할 것이다. 아버지는 암에 걸렸다. 나는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지금 이 글을 적어나가는 시각으로부터는 하루 전, 대략 35시간 정도 전에 아버지의 병환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역시 암이 맞았어, 라고 털어놓은 것이었다. 번잡한 감정이나 사실을 숨..
2016.05.17
교보생명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 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메인 사진 출처 | 맨부커상 공식 사이트 화면 캡쳐 2013년부터 교보생명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소설가 한강 씨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입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에요. 1969년 영국 부커사 주관으로 시작된 부커상(Booker Prize)이 2002년 영국 금융그룹인 맨(Man)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며 오늘의 맨부커상이 되었습니다. 맨부커상은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는 상(Man Booker Prize)과 영연방 외 지역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부문 상으로 나뉘어 수여되는데요. 한강 씨는 인터내셔널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2016.05.17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교보생명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 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메인 사진 출처 | 맨부커상 공식 사이트 화면 캡쳐 2013년부터 교보생명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소설가 한강 씨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입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에요. 1969년 영국 부커사 주관으로 시작된 부커상(Booker Prize)이 2002년 영국 금융그룹인 맨(Man)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며 오늘의 맨부커상이 되었습니다. 맨부커상은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는 상(Man Booker Prize)과 영연방 외 지역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부문 상으로 나뉘어 수여되는데요. 한강 씨는 인터내셔널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2016.05.17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에세이 공모전에 도전하세요!
꽃이 피다, 봄을 쓰다!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학생 여러분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주세요! 광화문글판이 여러분의 감성으로 피어납니다. * 광화문글판 에세이 응모 바로가기(클릭!) * 대상(1편) : 장학금 300만원 + 명예 광화문글판선정위원 최우수상(1편) : 장학금 100만원 우수상(2편) : 각 장학금 50만원 장려상(5편) : 각 장학금 30만원 ※ 제세공과금 수상자 본인 부담. ● 2015 광화문글판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보기 - 2015 대상 원작 보기 (대상작 : 봄은 어디선가 묵묵히 걸어온다) - 2015 대상 웹툰 보기 - 2015 최우수상 웹툰 보기 (최우수상작 : 천리향) * 광화문글판 에세이 응모 바로가기(클릭!) *
2016.03.03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에세이 공모전에 도전하세요!
꽃이 피다, 봄을 쓰다!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학생 여러분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주세요! 광화문글판이 여러분의 감성으로 피어납니다. * 광화문글판 에세이 응모 바로가기(클릭!) * 대상(1편) : 장학금 300만원 + 명예 광화문글판선정위원 최우수상(1편) : 장학금 100만원 우수상(2편) : 각 장학금 50만원 장려상(5편) : 각 장학금 30만원 ※ 제세공과금 수상자 본인 부담. ● 2015 광화문글판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보기 - 2015 대상 원작 보기 (대상작 : 봄은 어디선가 묵묵히 걸어온다) - 2015 대상 웹툰 보기 - 2015 최우수상 웹툰 보기 (최우수상작 : 천리향) * 광화문글판 에세이 응모 바로가기(클릭!) *
2016.03.03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조심조심, 모든 것을 소중하게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 최하림 詩 ‘봄’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최하림,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봄' 중 (1987, 열음사) 봄을 맞아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새..
2016.03.02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조심조심, 모든 것을 소중하게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 최하림 詩 ‘봄’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최하림,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봄' 중 (1987, 열음사) 봄을 맞아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새..
201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