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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교보문고 #이벤트 #신조어사전

광화문글판

  • 201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 : 이준관,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이준관, 시집 "부엌의 불빛", '구부러진 길'(2005, 시학)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여름을 맞아 삶의 여유를 담은 메시지로 옷을 갈아있었습니다. ..

    2016.05.3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 : 이준관,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이준관, 시집 "부엌의 불빛", '구부러진 길'(2005, 시학)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여름을 맞아 삶의 여유를 담은 메시지로 옷을 갈아있었습니다. ..

    2016.05.30

  • 201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 최하림, <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최하림,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봄' 중 (1987, 열음사) ※ 최하림 시인의 시 '봄'은 최초에 '열음사'에서 1987년에 발간된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에 실렸으며, 1999년 '문학동네'에서 해당 시집을 재출간하였고, 훗날 '문학과 ..

    2016.05.3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 최하림, <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최하림,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봄' 중 (1987, 열음사) ※ 최하림 시인의 시 '봄'은 최초에 '열음사'에서 1987년에 발간된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에 실렸으며, 1999년 '문학동네'에서 해당 시집을 재출간하였고, 훗날 '문학과 ..

    2016.05.30

  • 2015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겨울편 : 바스와바 심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낙제란 없는 법.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미소..

    2016.05.30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5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겨울편 : 바스와바 심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낙제란 없는 법.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미소..

    2016.05.30

  •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백색왜성의 꿈 - 아버지가 된 소년과 그의 소중함에 관하여

    백색왜성은 위대한 별들의 마지막 종착지다. 별은 소멸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이 만들어낸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낸다. 이것은 행성의 구성 물질이 되기도 하고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 되기도 한다. 오랜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별은 백색왜성이 된다. 그리곤 천천히 식어가다가 마침내 빛을 내지 못하는 암체로 그 일생을 마감한다.- 별의 죽음에 관하여, 한스 베테 빨래를 하려 무심코 집어 든 아버지의 낡은 양복 주머니에는 언제부터 인가 바지만큼이나 구겨진 복권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빚과 퇴직을 안 것은 그 후로 몇 달이 더 지나서다. 한동안 어두운 표정이시던 어머님은 이곳 저곳을 다녀보시고는 아무 말이 없어지셨다. "느그 아부지 그래도 저 좋자고 쓴 돈은 한 푼도 없더라."그리곤 어머니는 그저 아..

    2016.05.26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백색왜성의 꿈 - 아버지가 된 소년과 그의 소중함에 관하여

    백색왜성은 위대한 별들의 마지막 종착지다. 별은 소멸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이 만들어낸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낸다. 이것은 행성의 구성 물질이 되기도 하고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 되기도 한다. 오랜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별은 백색왜성이 된다. 그리곤 천천히 식어가다가 마침내 빛을 내지 못하는 암체로 그 일생을 마감한다.- 별의 죽음에 관하여, 한스 베테 빨래를 하려 무심코 집어 든 아버지의 낡은 양복 주머니에는 언제부터 인가 바지만큼이나 구겨진 복권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빚과 퇴직을 안 것은 그 후로 몇 달이 더 지나서다. 한동안 어두운 표정이시던 어머님은 이곳 저곳을 다녀보시고는 아무 말이 없어지셨다. "느그 아부지 그래도 저 좋자고 쓴 돈은 한 푼도 없더라."그리곤 어머니는 그저 아..

    2016.05.26

  •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 탑차를 끄는 사계절의 산타

    아빠의 하루를 훑은 내 손은 항상 더러워져 있었다. 까칠하고 물기 하나 없는 그 하루를 훑고 있노라면 괜히 살갗이 베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빠의 하루를 훑는 일을 7년 동안이나 계속 하는 중이었다.“오늘은 몇 개나 되냐?”“글쎄, 200개 정도?”“그렇게 많아?“응, 어-엄-청 많아.”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빠는 뿌듯한 웃음을 짓고는 하얗디 하얀 러닝셔츠를 입은 채, 욕실로 사라져 버리곤 했다. 나는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고 손으로는 계속해서 아빠의 하루를 훑었다.내가 만지는 아빠의 하루 속에는 얼굴 모르는 누군가의 이름, 그의 주소, 전화번호 같은 것들이 꽤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 속에서 나는 항상 12자리의 숫자만을 골라 훑었지만..

    2016.05.26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 탑차를 끄는 사계절의 산타

    아빠의 하루를 훑은 내 손은 항상 더러워져 있었다. 까칠하고 물기 하나 없는 그 하루를 훑고 있노라면 괜히 살갗이 베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빠의 하루를 훑는 일을 7년 동안이나 계속 하는 중이었다.“오늘은 몇 개나 되냐?”“글쎄, 200개 정도?”“그렇게 많아?“응, 어-엄-청 많아.”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빠는 뿌듯한 웃음을 짓고는 하얗디 하얀 러닝셔츠를 입은 채, 욕실로 사라져 버리곤 했다. 나는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고 손으로는 계속해서 아빠의 하루를 훑었다.내가 만지는 아빠의 하루 속에는 얼굴 모르는 누군가의 이름, 그의 주소, 전화번호 같은 것들이 꽤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 속에서 나는 항상 12자리의 숫자만을 골라 훑었지만..

    2016.05.26

  •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청춘현상

    “저기…… 여기 혹시 필름 파나요?”“예? 무슨 필름이요?“사진 찍을 때 쓰는 필름이요.”“아, 그 필름! 없어요. 요즘 누가 필름 사진을 찍어요.”벌써 다섯 번째 가게였다. 이쯤 되니 내가 괜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휴학을 결정했지만 나는 영어공부나 자격증 공부 같은 취업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취미를 하나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 그것을 실천하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한심한 대학생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몇몇 어른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내게로 내리꽂히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어디에 있을지, 아니 어딘가에 있기는 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운 물건을 찾기 위해 추운 거리..

    2016.05.25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청춘현상

    “저기…… 여기 혹시 필름 파나요?”“예? 무슨 필름이요?“사진 찍을 때 쓰는 필름이요.”“아, 그 필름! 없어요. 요즘 누가 필름 사진을 찍어요.”벌써 다섯 번째 가게였다. 이쯤 되니 내가 괜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휴학을 결정했지만 나는 영어공부나 자격증 공부 같은 취업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취미를 하나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 그것을 실천하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한심한 대학생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몇몇 어른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내게로 내리꽂히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어디에 있을지, 아니 어딘가에 있기는 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운 물건을 찾기 위해 추운 거리..

    2016.05.25

  •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고장 난 TV, 컴퓨터 삽니다.

    고등학교 삼학년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나른하고 선선한 오후의 국어시간이었다. 그 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오셨던 젊고 아름다웠던 국어 선생님은, 춘곤증에 식곤증으로 괴로워하던 우릴 향해 교실 공기가 탁하니 창문을 모두 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창문을 열자 비로소 맑고 신선한 공기가 부드럽게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온 것은 단지 시원한 공기뿐만이 아니었다.“고장 난 TV, 컴퓨터 삽니다. 고장 난 에어컨, 냉장고 삽니다......”익숙한 소리도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오래된 고물들을 처리해가는 트럭이 학교 옆 도로를 천천히 지나가면서 내는 오디오 소리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자습을 하고 있던 적막한 교실 속에서 선생님이 입을 떼셨다.“날이 따뜻해지고 엄마들이 창문을 열면 항상 저런 소리들이 ..

    2016.05.24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고장 난 TV, 컴퓨터 삽니다.

    고등학교 삼학년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나른하고 선선한 오후의 국어시간이었다. 그 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오셨던 젊고 아름다웠던 국어 선생님은, 춘곤증에 식곤증으로 괴로워하던 우릴 향해 교실 공기가 탁하니 창문을 모두 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창문을 열자 비로소 맑고 신선한 공기가 부드럽게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온 것은 단지 시원한 공기뿐만이 아니었다.“고장 난 TV, 컴퓨터 삽니다. 고장 난 에어컨, 냉장고 삽니다......”익숙한 소리도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오래된 고물들을 처리해가는 트럭이 학교 옆 도로를 천천히 지나가면서 내는 오디오 소리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자습을 하고 있던 적막한 교실 속에서 선생님이 입을 떼셨다.“날이 따뜻해지고 엄마들이 창문을 열면 항상 저런 소리들이 ..

    2016.05.24

  •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봄, 네가 불어오는 계절

    희선이는 새빨갛고 샛노란 꽃밭으로 가득 차 그 옆을 지나가는 어느 누구라도 이를 배경 삼아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을 닮은 친구였다. 그런 희선이의 풍경과는 달리 내 자화상에는 무색, 그리고 무취를 지닌 회백색 들꽃만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하며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아이의 계절이 봄에 있었다면, 내 것은 가을과 겨울 중간 즈음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겨울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희선이는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따사로운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 단어 하나하나, 문장 각각은 보드랍게 나를 감싸 안으며 흩날리는 벚꽃 잎 같았다. 향기로웠다. 그 아이 곁에 있으면 이내 나도 그 향기에 물들었다. 나는 그런 희선이가 좋았다. 봄..

    2016.05.23 by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봄, 네가 불어오는 계절

    희선이는 새빨갛고 샛노란 꽃밭으로 가득 차 그 옆을 지나가는 어느 누구라도 이를 배경 삼아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을 닮은 친구였다. 그런 희선이의 풍경과는 달리 내 자화상에는 무색, 그리고 무취를 지닌 회백색 들꽃만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하며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아이의 계절이 봄에 있었다면, 내 것은 가을과 겨울 중간 즈음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겨울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희선이는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따사로운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 단어 하나하나, 문장 각각은 보드랍게 나를 감싸 안으며 흩날리는 벚꽃 잎 같았다. 향기로웠다. 그 아이 곁에 있으면 이내 나도 그 향기에 물들었다. 나는 그런 희선이가 좋았다. 봄..

    2016.05.23

201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 : 이준관,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이준관, 시집 "부엌의 불빛", '구부러진 길'(2005, 시학)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여름을 맞아 삶의 여유를 담은 메시지로 옷을 갈아있었습니다. ..

광화문글판 2016. 5. 30. 16:17

201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봄편 : 최하림, <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최하림,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봄' 중 (1987, 열음사) ※ 최하림 시인의 시 '봄'은 최초에 '열음사'에서 1987년에 발간된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에 실렸으며, 1999년 '문학동네'에서 해당 시집을 재출간하였고, 훗날 '문학과 ..

광화문글판 2016. 5. 30. 16:15

2015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겨울편 : 바스와바 심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낙제란 없는 법.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미소..

광화문글판 2016. 5. 30. 16:12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대상 - 백색왜성의 꿈 - 아버지가 된 소년과 그의 소중함에 관하여

백색왜성은 위대한 별들의 마지막 종착지다. 별은 소멸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이 만들어낸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낸다. 이것은 행성의 구성 물질이 되기도 하고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 되기도 한다. 오랜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별은 백색왜성이 된다. 그리곤 천천히 식어가다가 마침내 빛을 내지 못하는 암체로 그 일생을 마감한다.- 별의 죽음에 관하여, 한스 베테 빨래를 하려 무심코 집어 든 아버지의 낡은 양복 주머니에는 언제부터 인가 바지만큼이나 구겨진 복권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빚과 퇴직을 안 것은 그 후로 몇 달이 더 지나서다. 한동안 어두운 표정이시던 어머님은 이곳 저곳을 다녀보시고는 아무 말이 없어지셨다. "느그 아부지 그래도 저 좋자고 쓴 돈은 한 푼도 없더라."그리곤 어머니는 그저 아..

광화문글판 2016. 5. 26. 17:26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 탑차를 끄는 사계절의 산타

아빠의 하루를 훑은 내 손은 항상 더러워져 있었다. 까칠하고 물기 하나 없는 그 하루를 훑고 있노라면 괜히 살갗이 베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빠의 하루를 훑는 일을 7년 동안이나 계속 하는 중이었다.“오늘은 몇 개나 되냐?”“글쎄, 200개 정도?”“그렇게 많아?“응, 어-엄-청 많아.”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빠는 뿌듯한 웃음을 짓고는 하얗디 하얀 러닝셔츠를 입은 채, 욕실로 사라져 버리곤 했다. 나는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고 손으로는 계속해서 아빠의 하루를 훑었다.내가 만지는 아빠의 하루 속에는 얼굴 모르는 누군가의 이름, 그의 주소, 전화번호 같은 것들이 꽤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 속에서 나는 항상 12자리의 숫자만을 골라 훑었지만..

광화문글판 2016. 5. 26. 11:00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청춘현상

“저기…… 여기 혹시 필름 파나요?”“예? 무슨 필름이요?“사진 찍을 때 쓰는 필름이요.”“아, 그 필름! 없어요. 요즘 누가 필름 사진을 찍어요.”벌써 다섯 번째 가게였다. 이쯤 되니 내가 괜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휴학을 결정했지만 나는 영어공부나 자격증 공부 같은 취업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취미를 하나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 그것을 실천하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한심한 대학생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몇몇 어른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내게로 내리꽂히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어디에 있을지, 아니 어딘가에 있기는 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운 물건을 찾기 위해 추운 거리..

광화문글판 2016. 5. 25. 11:00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 고장 난 TV, 컴퓨터 삽니다.

고등학교 삼학년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나른하고 선선한 오후의 국어시간이었다. 그 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오셨던 젊고 아름다웠던 국어 선생님은, 춘곤증에 식곤증으로 괴로워하던 우릴 향해 교실 공기가 탁하니 창문을 모두 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창문을 열자 비로소 맑고 신선한 공기가 부드럽게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온 것은 단지 시원한 공기뿐만이 아니었다.“고장 난 TV, 컴퓨터 삽니다. 고장 난 에어컨, 냉장고 삽니다......”익숙한 소리도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오래된 고물들을 처리해가는 트럭이 학교 옆 도로를 천천히 지나가면서 내는 오디오 소리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자습을 하고 있던 적막한 교실 속에서 선생님이 입을 떼셨다.“날이 따뜻해지고 엄마들이 창문을 열면 항상 저런 소리들이 ..

광화문글판 2016. 5. 24. 11:00

2016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장려상 - 봄, 네가 불어오는 계절

희선이는 새빨갛고 샛노란 꽃밭으로 가득 차 그 옆을 지나가는 어느 누구라도 이를 배경 삼아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을 닮은 친구였다. 그런 희선이의 풍경과는 달리 내 자화상에는 무색, 그리고 무취를 지닌 회백색 들꽃만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하며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아이의 계절이 봄에 있었다면, 내 것은 가을과 겨울 중간 즈음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겨울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희선이는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따사로운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 단어 하나하나, 문장 각각은 보드랍게 나를 감싸 안으며 흩날리는 벚꽃 잎 같았다. 향기로웠다. 그 아이 곁에 있으면 이내 나도 그 향기에 물들었다. 나는 그런 희선이가 좋았다. 봄..

광화문글판 2016. 5.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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